여름의 끝에서 살아있음을 배우다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것

by 김시현

여름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아직도 햇빛은 뜨겁고, 습기는 몸에 달라붙을 정도로 무겁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어딜 봐서 여름의 끝을 느낀다는 거야? 아직 한낮의 태양이 이렇게 쨍쨍한데." 맞는 말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덥고, 공기는 여전히 여름의 기세를 품고 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뜨거운 기운 속에서 저는 동시에 작은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밤이 조금 더 빨리 찾아온다든가, 바람이 스치고 지나갈 때 아주 미세하게나마 서늘한 기운이 섞여 있다든가, 매미의 소리가 예전만큼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들. 어쩌면 사소해서 흘려보낼 법한 순간들이지만,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계절의 끝을 알리는 신호가 됩니다.


저는 여름을 더워합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운 공기,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피부, 이 계절이 주는 불편함을 모른 척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여름을 좋아합니다. 왜일까요?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여름은 저에게 살아있음을 가장 강렬하게 체감하게 만드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햇빛이 피부를 찌르는 감각, 숨이 차오르는 더위 속에서 뛰는 심장, 이 계절만이 가진 압도적인 생생함. 그것이 불편함과 동시에, 존재가 또렷해지는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서면, 저는 늘 비슷한 마음을 품습니다. 한껏 달아오른 계절이 조금씩 식어가는 이 시간 속에서, 나 역시 언젠가는 식어갈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죠. 그래서 더더욱 이 더위를, 이 숨 막힘을, 이 생생함을 붙잡고 싶어집니다.

여름은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 끝에서 저는 오히려 한층 또렷하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것이 여름을 사랑하는 저만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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