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소한 일상의 일기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날씨 : 흐리고 비 오는 날
내가 쓰는 이 글은 일기 형식을 빌려 쓰는 글이다.
원래 일기는 ’ 나는 ‘ , ‘오늘’을 쓰지 않는 건데 그 형식에서 벗어나 글을 써야지.
출근하기 전, 동네의 어느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었다.
스마트 폰으로 브런치 스토리를 열어 따스함이 물씬 풍겨오는 작가님들이 작품들을 보고 훈훈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무심코 켜본 스마트 폰에서 어느 작가님의 글을 찬찬히 보고 있었다. 꽤 흥미가 있어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이크~
늦으면 어쩌지 하고 종종걸음을 걷고 있는데, 버스정류장 횡단보도에서 낯익을 얼굴이 보였다.
우리 집 아래층에서 드론업체를 했던 사장님이었다.
이사를 간 탓에 보다 반가운 모습으로 가벼운 고갯짓으로 인사를 했다. 그 역시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오늘따라 왠지 그가 더 반가웠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 2년이 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빌라에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겉으로 꾸며지지 않은 기품과 우아함이 느껴지는 주인집 아주머니는 중학교 교직 생활을 은퇴했다고 하였다. 빌라 앞 조그만 텃밭을 일구시는데, 몸빼를 입고 있음에도 하는 말씨나 말투는 우아함이 가득히 느껴지는 분이다.
또한 우리 집 옆집에 사는 사람들은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예쁜 아가씨와 아이돌 뺨치게 생긴 청년이 같이 살고 있다. 나는 딸에게
“옆집 아저씨가 잘생겼어? 아빠가 잘생겼어?”라고 물으면
“엄마 이건 비밀인데...”
한겨울에도 나시를 입고 다니면서 떡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몸을 가진 청년.
나는 아침이면 후줄근한 동네 아저씨 차림에 눈곱도 떼지 않은 채, 아이들 등원 버스를 태우러 밖으로 나간다. 하필 그런 모습으로 옆집 청년을 만나게 될 때면 나는 애써 피한다.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는 착한 청년을 보았을 때, 밀려드는 현타란...
아! 그리고 드론업체 사장님이 오늘따라 유독 반가웠던 이유는
남편 말로는 그 사장님은 우리나라 일류 K과학대학 출신으로 우리 집 1층에서 드론업체를 꾸리며 월 천만 원을 벌며 대박을 터뜨렸다는 것이었다.
그저 인상 좋은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처음에 그 사장님을 보았을 때 내 또래의 사람으로 보였고, 낯을 가리는 탓에 그냥 그렇게 지내던 중
아들과 길을 가다 그 사장님을 보았다.
아들은 큰 눈에 선하게 생긴 그 사장님을 보며
“아저씨! 아저씨다!! 안녕하세요!!”
그 이후 그 사장님과는 마주치면 형식적인 인사 외에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 사장님이 이사 가고 이따금 동네에서 마주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오늘은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다.
브런치 작가 응모 전에 나의 ‘브런치 북’ 응모를 하고, 접수 마감일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만약에 그 사장님과 같은 버스를 탄다면 자연스레 말을 걸고 대박의 기운을 달라고 해볼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해도 그 대박의 기운이 나한테 전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그 사장님과 같은 버스를 탔으면 했다.
요행만 바라는 나의 부질없는 생각이었을까? 그는 나와 다른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출근지로 향하는 버스가 왔다.
버스에서는 여고생들이 앉아 있었다. 풋풋한 얼굴을 하고 생기가 넘치는 학생들의 웃음과 귀여운 말투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어른이 되기 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들도 있을 그럴 시기에 여학생들을 보니 ‘브런치 수상’을 꿈꾸는 나의 마음과 어딘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일터로 향했다.
‘우리 빌라에 사는 범상치 않은 사람들의 기운을 빌려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인 나에게도 범상치 않은 일들이 생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