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계절 속 우리의 인생
새해가 밝기 전날, 지긋한 독감에 걸렸다.
그동안 잠들지 못한 날들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항상 약만 먹으면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그렇게 연휴를 보내고, 일을 다녀온 후 회복되지 않은 몸은 불면의 밤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억지로 감은 눈을 뜨고 방 밖으로 나왔다.
가장 작은 조명등을 켜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아스라이 다가오는 새벽은 모두를 잠들게 하지만, 아직 잠들지 않은 새벽하늘은 나를 기다렸나 보다.
밤안개처럼 퍼지는 하늘, 그 아래 나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소파에 기대었다. 소파 옆 책꽂이에 한 권의 책이 있었다.
'계절을 읽는 마음'으로, 나는 밤안개 속에서 찬찬히 책장을 넘겨 보았다.
다양한 계절 속에 마음이 물들어 가듯, 한 권의 책은 사뿐히 나를 물들이고 있었다.
매일 삶을 살고 있는 당신이
마음의 계절을 보살피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책 속의 말-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일 맞게 되는 계절처럼, 당연한 듯 지나쳐 버린 것들의 예의랄까?
우리가 늘 습관처럼 먹는 것들에서 우러나오는 작가의 생각과 보편적인 감정을 한층 끌어올려 성숙하고 단단한 문장을 이루는 글들이 마음에 남는다.
살면서 딱 한 입의 용기가 필요할 때, 우리는 복숭아처럼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급하게 대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천천히 익어가며, 스스로 단맛을 품은 채 말없이 곁에
있는 존재로 살아가길 바란다. 먹는 이의 얼굴에 미소를 남기고 손끝을 지나 마음조차 조용히 달게
물들이는 그런 삶처럼 이어지길 바란다.
-‘복숭아 철학서’ 중에서-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쉽게 단맛을 내는 것보다, 천천히 삭혀 내는 것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다.
지금의 나는 말랑하게 익은 곶감 한입에 인생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때로는 너무 느리고
가끔은 너무 조용하지만 그게 어른이 되어 가는 맛이라는 걸 곶감이 먼저 말해주고 있다.
결국 곶감은 기다림 끝에 단맛이 스며들고, 사람은 시간을 견딘 끝에 깊어지는 법이다.
-‘세월이 빚은 단맛’ 중에서-
탐스러운 복숭아와 세월이 빚어낸 곶감이 주는 단맛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적당한 단맛은 우리의 입안을 돌고 돌아 잠시 달큼한 환상에 빠지게 한다.
때론 쓰디쓴 인생에서 맛보는 달디단 순간, 작가는 입안에 침을 가득 고이게 하는 그 과일들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비추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표현하였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따스한 봄 햇살을 받고 자라는 복숭아처럼, 늦가을 천천히 무르익어 가는 곶감처럼 내면의 향기가 가득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쌀쌀해서 복숭아를 볼 수는 없지만, 따사로운 햇살아래 선홍빛 복숭아를 떠올려 보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책에 몰입하였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답은 거창하지 않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되, 흐름을 무작정 거스르지 말 것. 남의 배와 자신을 비교하기보다, 내 노를 꾸준히 저어 갈 것. 때로는 방향을 잃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
결국 인생이라는 바다는 누구도 완벽히 읽어 낼 수 없는 물결 위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항해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어딘가 닿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그저 떠 있는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다라는 항해를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기적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파도 위에서’ 중에서-
인생이란 폭풍우 속에서 나는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노인처럼 그저 노를 저으며 하루를 묵묵히 항해하는 것만이 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거센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쳐도 그저 견디고, 그 하루를 버티면 될 것이라고 여겼다.
바닷가 그 어딘가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떠 있어도, 길을 잃어도 괜찮다.
거센 파도에 옷이 홀딱 젖어도, 거친 풍랑에 잠시 쓰러질 듯 휘청거려도 괜찮다.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삶은 기적이고 희망이다.
오늘도 잘 삼켰고
버틴 당신에게 온기를
삼켜진 계절의 마음을 응원하며...
-책 속의 말-
동이 트기 전 새벽이다. 아스라이 뿌연 빛을 내던 새벽안개는 점차 희미해져 갔다.
작게 빛나던 조명등 아래서, 깜깜하지만 아늑했던 마치 다락방에서 있는 듯 이 책을 읽었다.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푹 꺼진 듯 그렇게 물에 젖은 휴지처럼 쳐진 날들이 많았다.
불면의 밤에 시달리다 읽은 이 책은 나에게 위로를 선사해 주었다.
참 따스하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준 작가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오늘 내가 쓰는 이 글이 당신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앞으로 나와 당신과 나누게 될 계절의 이야기가 서로의 추억으로 남아 웃음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