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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원 Jun 23. 2023

육아. 미술심리치료사가 엄마가 된다면?

밥 전쟁을 치르는 엄마와 딸  



"엄마 왜 자꾸 화내? 나한테 화내지 마"



"화가 나! 엄마 마음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처럼 뜨겁고 그래! 00아 우리가 약속한 시간은 이미 지났어. 꼭꼭 씹어서  삼켜!"



밥! 밥! 밥! 하루에 두 번 2시간 반을 할애하는 식사시간, 오늘 아침도 여과 없이 전쟁을 치러냈다. 


  아동미술심리치료사로 일할 때 내담자(상담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의 보호자인 엄마가 나에게 "밥을 너무 안 먹어요. 스스로 숟가락을 들지도 않으려고 하고 들어도 장난만 치고 도무지 먹지를 않아요."라며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물었던 적이 있었다. 아이는 씹는 걸 싫어해 조금만 질기면 뱉어내며 거부하는 아이였고, 엄마는 채소반찬이나 고기반찬과 같이 골고루 먹기를 바라는 평범한 엄마였다. 

  

  내담자의 엄마는 부모양육태도검사에서 지시, 감독 영역이 특히 높게 나왔고 전반적으로 아이에 대한 통제력이 높았다. 아이가 자신이 통제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아이의 고집을 꺾어서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경향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관성을 매우 강조하는 엄마였다. 내담자는 엄마가 자신을 통제하는 통제력이 밥 먹을 때 특히 강해진다고 느끼고 있었다. 식사시간에 엄마와 아이는 주도권 쟁탈전을 하고 있었다. 단, 여기서 엄마는 아이가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씹지 않고 더 물고 있었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아이는 엄마의 답답한 통제력을 벗어나 자율성을 얻고 싶어 했고 엄마는 아이가 자신의 통제에 그대로 순응하는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랐다. 


  하... 그런데 내 상황으로 돌아오니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내 딸의 밥만큼은 포기가 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아이의 기호에 맞춘 식재료와 조리방법으로 만들어줘도 스스로 밥을 떠서 다 먹는 걸 기다리면 두 시간이 지나도 식사가 끝이 나지 않는다. 결국 난 오늘 아침도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어주며 밥 먹이는 걸 택했다. 그래도 한 시간이 걸렸다. 골고루 많이 먹이고 싶은 욕심 많은 엄마와 먹고 싶은 것만 적당히 먹고 놀고 싶은 딸이 치르는 아침저녁은 이제 적응할 만도 한데 항상 먹이고 나면 진이 빠진다. 


  오늘 저녁은 1시간 안에 끝내는 걸 목표로 삼으려고 한다. 난 목표가 정해지면 어그러지는걸 잘 못 버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아이와 시간을 정해서 먹는 건 이제 시간개념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도우려는 방법이다. 실제로 시간이 임박하면 더 빨리 씹어서 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약속 시간을 지키면 맛있는 간식도 주어진다. 단 아직 시간개념을 모르는 4살 이하 아이들이 하기에는 어려운 방법이다.


  앞서 말한 간식은 심리학이론 중 행동주의에서 말하는 옳은 행동을 보상을 통해 더 강화하는 정적강화기법으로 유아시기에는 효과적이나 아동기부터는 비효과적이다. 물론 유아시기에도 아이가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을 할 때마다 보상을 주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모두 다 알 것이다. 특히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주는 보상은 오히려 스스로 해내는 자율성을 해치기도 한다. 스스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동기부여의 목적이 보상이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행동주의의 한계를 잘 생각하고 활용한다면 좀 더 편한 육아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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