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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김 Feb 09. 2023

Do I need reassurance?

평판이 목숨보다 중요했던 예전의 나에게 

작년 11월-12월 나는 커리어 면에서 큰 챌린지를 겪었다. 싱가폴에서 10년, 호주에서 1년 약 10년간의 은행 경력을 마무리하고 컨설팅으로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았고, 컨설팅으로 옮긴 후 두달만에 출산 휴가를 가서 일년이나 공백이 있었다. 출산 휴가 후 복귀한지 5달째인데도 나는 계속 프로젝트에 들어가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있었다. 업무가 많아 항상 일에 치여서 살던 ex 은행원에게 일거리가 없는 벤치타임을 견디는 것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4개월 쯤 지나 드디어 큰 프로젝트에 투입된 나. 이 프로젝트는 특이하게 프로젝트 들어가기 전 시험을 봐야했다. 


나름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로 10년 이상 일해왔고, 글로벌 은행에서 쭉 일해온 나는 호기롭게 시험을 봤고, 처음 시험에서 떨어졌다. 왜? 도대체 왜? 이쪽 관련 일은 그동안 쭉 성과를 내며 잘 해왔는데 왜? 내가 왜 떨어졌을까? 를 자책하며 몇일이 흘러갔다. 출산 후 겪는 baby brain이라는 건가? 출산 후 머리가 안돌아 가나? 부터 시작해서 그때 한창 시작하던 사이드 프로젝트 때문에 내가 본업에 집중을 못하는건가? 여러가지 가설들을 세우며 내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겪으며 나는 내 커리어적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고, 나의 평판이 심하게 깎였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 같이 하는 팀원들에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는게 정말이지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까지 나는 항상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 한번 맡기면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었는데 그 평판이 새로 옮긴 컨설팅에서는 전혀 안 먹히는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는 컨설팅이 나에게 맞지 않다고,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차근 차근 그만둘 exit plan을 짜고 있을때 팀원 중 하나와 커피챗을 했다. 나는 솔직하게 나의 감정들을 털어놓았고, 인도계인 그 팀원이 한 말에 나는 뒷통수를 맞았다.

"Jinny, you don't need reassurance from others." 그 친구는 나의 평판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둘러서 나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얘기를 해준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의 커리어상 큰 원동력은 '남들보다 일 잘하는', '남들보다 성과를 더 내는', '남들보다 평가를 잘 받는' 등의 외적인 평판이 크게 작용해왔다. 항상 a 등급을 받는 직원으로서, 남들보다 더 성과를 내기 위해 peer 들과 항상 경쟁했다.


그 후 다시 시도한 시험을 합격하고, 나는 한달간의 휴가를 얻었고, 그 기간동안 명상을 하며 지금까지의 나의 커리어 패스를 다시 reflection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이 일을 즐기며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대답하며 나는 꽤 선명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The real life starts after office hours. 얼마전 집에 밥 먹으러 왔던 호주인 친구가 해준 말이다. 진짜 삶은 퇴근 후 시작된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직장 내 평판에 일희일비 하며 노심초사 했던 나에게 진짜 삶은 직장 밖에 있다고, 나에게 소중한건 그깟 평판이 아니고, 내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것, 내 친구들과 유대를 형성하는것, 그리고 나의 커뮤니티안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것이라고 상기시켜 주었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그래서...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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