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김 Jul 08. 2024

글로벌 뱅커에서 요가 & 브레스웍 강사가 되다.

한국 2년, 싱가폴 10년, 호주 4년 총 16년의 corporate을 떠나 작년 8월 일년 간의 안식년을 시작했다. 번아웃과 불안 장애가 심해져서 중요한 미팅 끝나면 창자가 끊어지게 아픈 경험을 몇달째 하다가 회사를 그만뒀다. 평소 남들이 보기에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기에 실제 불안 장애가 있는건 남편밖에 몰랐다. 은행에서 오래 compliance 관련 일을 했는데 일을 오래 할수록 세상을 흑과백, 이분법적인 사고로 보게 되는것 같아 만 40이 되는해 나는 나의 삶에 pause 버튼을 눌렀다. 안식년으로 일년 쉬어보고 다시 오라는 보스의 권유에도 난 일단 직장을 그만뒀다. 최후의 보루를 만들어 놓고 싶지 않았다. 한때는 내 전부라고 여겨지기도 했던 직장, 타이틀, 내 일을 하루 아침에 놔버렸다.  


난 스무살에 자의든 타의든 경제적 독립을 했고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N잡러를 유지했다. 대학 때 여러개의 과외를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던 시기부터, 연봉이 이억 넘는 상황에서도 난 뭔가를 꾸준히 했다. 싱가폴에서 산 10년의 기간 동안 글로벌 은행에 다니며 친오빠와 함께 한식당을 경영했고, 단기 숙박 레지던스도 여러개 운영했다. 결혼 후 호주로 이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N잡러의 최고봉인 풀타임 워킹맘으로 살았다.


막상 안식년을 시작했지만 직장 생활 전과 비교해 나의 일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공원에 산책을 갔다가, 발리 호텔 짓는 프로젝틑 일을 했다. 매일 내가 짜놓은 시간표에 맞춰 일을 하고, 남은 시간들을 여유롭게 보냈다. 하지만 가끔씩 미래에 대한 불안이 불쑥 불쑥 올라왔다. 이렇게 지내는게 맞는건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건지,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나 잘하고 있는걸까? 


처음 계획한 일년간의 안식년이 반쯤 흐른 3월, 평소 버킷리스트였던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와 rebirthing breathwork faciliator 코스를 시작하며 나는 비로소 내 불안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십대 중반 해외에 나와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나는 항상 서바이벌 모드에서 살아왔단걸 알게 되었다. 처음 요가를 시작할때 나는 한가지 affirmation을 세웠다. 'Don't plan ahead. Just live the present.'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를 마치는 5개월 동안은 미래를 계획하지 않겠다. 현재를 살겠다. 그렇게 나는 3월부터 현재까지 요가와 브레스웍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아직도 난 가끔 미래가 너무 불안하고, 유년기 시절의 트라우마들이 불쑥 불쑥 올라와 괴롭고, 가끔은 끝도 없는 우울의 늪을 건너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난 끝까지 요가와 브레스웍을 붙잡고 가겠다. 그리고 이 치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공간을 만들겠다. 


작가의 이전글 감사일기 02.03.202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