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월 Jun 24. 2024

맑은 눈을 가졌음에도 붉어지지 못하는 것은

시 | 호우주의보

 비가 오는 여름날이면
 더 큰 빗방울을 향한 충동을
 멈출 수 없게 되고는 합니다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것이
 빗방울이라고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 먼곳으로부터의 발신이거든요

 어쩌면 그 발신에 대한 응답일지도 모르지요

 양쪽 모두 불명이라면
 발신은 힘을 잃고 추락할 뿐입니다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립니다
 그다지 그쳐야 한다고도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에 얘기한게 당신이었던가요

 아스팔트 바닥이 비를 맞더니
 생명을 얻은듯 움직입니다
 당신은 그것마저 싫은 걸까요

 그렇다면 그 위를 부유하는 물방울들이
 하수구 밑에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우리가 맑은 눈을 가졌음에도 붉어지지 못하는 것은
 무엇에 대한 은유이며 무엇을 위한 시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그제서야 해야 했을 말을 떠올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