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보수로 만들었는가

2030은 정말 보수화 되었는가

by 남이월

지난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에게 승리를 안겨준 1등 공신은 단연코 2030 남성 지지자들이었다. 20대와 30대 남성들이 각각 58.7%, 52.8%라는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며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사실 2030 남성들이 보수화 되었다는 말은 이젠 하나의 관용구처럼 들린다. 2021년 서울 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2030 남성들의 보수 정당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언론에서는 연일 2030 남성들의 보수화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말 그들을 보수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그들을 보수라고 명명했을까?


1. 누가 보수이고 누가 진보인가


2030 남성들의 보수화와 2030 남성들의 우경화라는 말이 언론을 통해 동일한 의미로 생산되어 혼합된 채로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다. 필자 역시 우경화 됐다는 말은 맞을지 몰라도 보수화 됐다는 용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좌파와 우파가 더 명확한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는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에 비해 상대적인 성격을 가진다. 즉, 좌파 내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고, 우파 내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보수에 비해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추구하고 기성 세대(내지는 기득권)에 저항하고, 보수는 진보와 비교했을 때 점진적이고 안정된 변화를 추구하며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지키려 한다고 인식된다.


그럼 2030 남성들이 보수화 되었다고 언론과 사회가 떠들썩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흔히 보수 정당으로 불리는 정당에 대한 2030 남성들의 지지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2030 남성들이 보수라고 인식하는 정당의 반대편에는 그들이 진보라고 인식하는 정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젊은 남성들이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진보주의(혹은 동의어처럼 사용되는 좌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인식의 기원이 바로 2030 남성들의 우경화를 풀어낼 첫번째 실마리다.


2. 진짜 보수는 누구인가


현재 대한민국의 40대 50대 층은 학생 운동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민주화 시기를 온몸으로 체감한, 좋든싫든 학생 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세대이다. 학생 운동 세력이 기존 체제에 저항하는 진보를 표방했던 만큼 그들의 영향력이 강한 민주당계 정당과 그 정당의 주류인 4, 50대 층은 여전히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로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 진보라고 볼 수 있는가? 그들이 정말 사회의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기성 세대에 대한 저항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들은 진보가 아니며 이미 보수화 된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을.


그럼 자연스레 이러한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가 흔히 보수 정당이라 인식하는 정당들의 정치적 스탠스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게 할 수 있다. 아까 우리가 말한 보수의 정의로 되돌아가 보자. “ 진보와 비교했을 때 점진적이고 안정된 변화를 추구하며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지키려 한다”라고 우리는 보수를 정의했다.


이 정의를 통해 우리는 이 질문에 답에 더 가까워졌다. 지난 12월 3일 계엄 이후 스스로를 보수로 지칭해오던 세력들의 행태가 과연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보수 세력의 행동이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3달 간 스스로를 보수라고 지칭해오던 세력이 보수가 아님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들은 더이상 보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게 2030의 보수화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통계에 따르면 2030 남성들은 학생운동의 주류 세대였던 86세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86세대에 대한 다른 세대의 호감도는 45~55점 사이였던 반면 2030 남성들의 호감도는 39점으로 채 40점에 미치지 못하였다.


이것만 보면 진보를 표방하는 86세대에 반감을 가진 2030 남성들이 보수화 되었다고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86세대가 더이상 진보가 아닌 우리 사회의 완전한 기득권이라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기득권 층에 대해 저항하는 2030 남성들의 양상을 과연 “보수화”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가 찍힌다.


그들은 정말 보수화 되었을까? 아니면 보수화라는 말에 숨겨진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들이 보수화 됐다는 말에 의문이 붙는다고 해서 그들이 우경화 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아까도 말했듯 정치학적인 관점에서 더 명확한 분류는 좌파와 우파이며 진보와 보수는 그 속에서의 지향에 따른 방법론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분명 진보라고도 불릴 수 있었다. 기성 세대에 저항하는 것만큼 완벽한 진보가 어디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그들의 우경화 한 주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가짜 보수


우리가 흔히 보수 정당이라고 인식하는 정당들이 실제로는 보수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였음이 앞의 이야기들을 통해 입증 되었다. 그러나 이른바 이 “가짜 보수”들이 현재 2030 남성들을 우경화 시킨 주범이다.


2017년, 2018년을 기점으로 하여 대한민국 정치에는 젠더 갈등이라는 새로운 의제가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이 가짜 보수들은 젠더 갈등의 논점을 교묘하게 비틀어 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진보 세력들의 여성 정책 남발로 인해 남성들이 억압 받기 시작했다는 주장들을 늘어놓았다.


이는 현재의 결과가 보여주듯 젠더 갈등 심화를 비롯해 다양한 극우 유튜버들을 부상하게 만드는 등 한국 사회에 치료가 불가능한 수준의 부작용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주장 하나하나가 파괴적이었지만 그중 핵심은 현재 완전한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86세대를 진보라 규정 짓고 2030 세대의 적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이를 그대로 답습한 젊은 남성들은 “진보는 위선적이고 구태적이며 우리들을 억압하는 존재”로 인식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한 연쇄반응으로 그들은 스스로 정의한 적인 진보에 대항하는 보수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가짜 보수는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주장을 즉각적으로 정치에 끌어들이며 자신들이 진짜 보수의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가짜 보수들의 주장 하나하나를 정치권과 언론이 적극적으로 받아적으며 이 땅에 “가짜 보수의 왕국”을 세웠다. 이제는 그들의 거짓된 주장을 걷어내야 한다.


4. 지금은 논쟁을 멈출 때


지금 대한민국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은 휴식이다. 지난 몇년간 구태의연하고 무의미한 이념 논쟁만을 반복하며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고 불신하게 되었다. 2030 남성들의 보수화라는 타이틀 역시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2030이 보수가 되면 어떻고, 진보가 되면 어떤가. 지금은 그들의 우경화를 겉핥기 식으로 비판하거나 우려하는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진보 보수 사이에 건전한 토론의 장이 형성되고 이념을 떠나 서로를 미워하고 욕하는 것이 아닌 건설적인 논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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