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 배송금지 논란, 우리가 봐야할 곳은
최근 인터넷과 기사, 방송을 타고 도마에 올라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사안이 하나 있다. 바로 쿠팡 새벽 시간대 배송 금지와 관련된 사안이다.
민주노총에서 쿠팡에 건의한 새벽 시간대, 그러니까 12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자는 제안이 기사화 되며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라디오 방송에서 이 안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까지 벌였다.
대다수의 소비자들, 그리고 택배기사들까지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다. 기사는 또다시 그런 반응들을 싣고 정치권은 또다시 그러한 기사들을 자신의 근거로 사용하며 소비자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다.
그러나 쿠팡 새벽배송 논쟁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쿠팡은 기본적으로 노조를 비롯한 자기네들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말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더군다나 이번 논쟁을 쏘아올린 것은 외부인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이다.
그런 민주노총이 새벽 시간대 배송 금지를 주장한다고 쿠팡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아이고 아이고 민노총 분들의 말씀이 다 맞지요. 새벽배송 금지하겠습니다.” 이렇게 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일단 테이블에 안건을 던져놓고, 사람들이 주목하면 그때부터 여러 이야기들을 받아 사회적인 합의에 도달하면 되는 것이다.
새벽배송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실제로 이로 인해 과로사 하는 택배 노동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라도 이들을 그냥 방치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의 선택이니 국가가 관여하지 말라고? 천만의 말씀. 국민의 선택이 건강에 지장이 가는 일을 강행하는 것이라면 국가는 이에 대해 케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게 반드시 새벽배송 전면 금지라는 말은 아니다. 새벽 배송이 필요한 소비자들 또한 있다.
그렇기에 소비자, 언론, 정치, 택배 노동자들 모두가 이 사회적 공론의 장에 뛰어들어 어떤 대안이 가장 합리적일지, 다시 말해 소비자들도 지금에 비해 크게 달라지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택배 노동자들 역시 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토론하는 것. 여기에 대체 어떤 찬반의 여지가 존재하는가?
쿠팡 논란의 본질은 소비자들이 무조건 불편함을 감수하라가 아니다. 민주노총의 쿠팡 장악도 아니다.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이 글이 시작된 이래로 난 민주노총의 제안이 완벽하다거나 무조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럴 생각도 없다.
택배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본인의 편의가 중요한 사람? 실제로도 있다. 그들이 만약 이번 민주노총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인터넷 댓글에서 욕하고 다닐 게 아니라 자신도 불편함을 덜 감수하고 택배 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그런데 그건 귀찮고, 나는 그냥 내가 편하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이라면 민주주의 사회에 어울리는 분은 아니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일함과 엘리트주의, 진영 논리 그 자체다. 단적으로 위에서 말한 토론에서 나온 한동훈 대표의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 새벽 배송이 건강에 위험을 주는 구체적인 통계나 자료가 있냐고 묻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자기가 검사 시절에 야근 좀 하는 거랑 새벽 택배 배송의 업무가 같은 줄 아는가 본데 그럴 거면 월급도 똑같이 받는게 어떠신가. 한동훈 대표는 그런 소리하기 전에 쿠팡 새벽 배송 한달만 해보고 다시 토론했으면 한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민주노총이 쿠팡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서 쿠팡을 장악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 사단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전체 노조 가입률이 13%인 나라에서 어떻게 쿠팡을 장악하겠다는 건지는 의문이지만 혹시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 방법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지난 대선 기간 중 국민의힘 후보 교체 내홍 당시 한 당직자가 김문수를 향해 말했던 “좌파식 조직 탈취”인가 뭔가인 듯하다. 그런 말 하시는 분들은 민주노총 가서 어떻게 기업을 탈취하면 되는지 팁 좀 주시라.
위장 취업은 정보 사회 발달 때문에 막힌지 오래다. 최근에는 조직원 수도 줄고 있다는데 민노총 부활의 효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지금 민주노총 30주년 포럼이 열리고 있다. 거기 가서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마지막으로 언론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가.
그야말로 비겁함 그 자체다. 사실 언론이 이 사안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기만 했다면 이 글은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보도 행태는 두개로 나뉜다. 대놓고 욕하는 쪽, 중립적인 척 욕하는 쪽.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 타인의 말을 인용한다. 택배 기사들 90프로가 반대한다. 좋다. 물론 당신들의 그런 보도가 좋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기자님들께 묻고 싶다. 일단 택배 노동자들은 본인들이 계속 하던 일이고, 그만큼 돈을 더 받아왔는데 그걸 못하게 하면 당연히 반발하지 않겠는가? 극단적인 예시로 새벽에 외신이나 속보를 모니터링 해서 기사를 쓰던 기자에게 기자들의 건강이 염려되니 새벽에는 기사를 쓰지 말라고 한다면 당연히 반발하지 않겠는가?
진짜 제대로 된 취재를 하고 싶다면 새벽 배송에 대해 택배 노동자 분들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고충이 있으며, 이건 좋고 이건 개선 됐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을 물어봤어야 정상이다.
기사 쓰기 귀찮으신가? 그럼 기자를 안 하시면 된다. 그 자리에 앉아서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기업 입맛에 맞는 기사만 양산할 거면 대체 왜 기자를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내가 기자라면 적어도 기사를 쓰기 전에 민주노총이 왜 이런 주장을 했고, 쿠팡은 본래 어떤 기업 문화를 가진 기업이며 이 사안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생각은 해보고 기사를 썼을 것이다. 그런 게 전혀 없는데 기자 명함 파고 어깨에 힘 주고 다니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건 전자와 후자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요약 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이다. 안건이 제시되고, 그 안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합의를 통해 최종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그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공론의 장에서 건전하게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치고, 서서히 가장 이상적인 대안을 향해 걸어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