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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Feb 25. 2019

12. 오늘도 써야 하는 당신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글쓰기에 두려움이 엄습하던 중 이건 내 얘기잖아! 하며 이럴 때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찰떡같이 믿고 비법 전수를 받기 위해 읽는다.

결국은 내 마음가짐에 달렸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글 태기가 오면 걷잡을 수 없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 되어 글쓰기 관련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사실 내 심정이 그렇다.


작가는 말하길 일단은 쓰고 보자 였다. 

이야기가 막힐 땐 비상수단으로 저장해 두고 묵혀뒀던 이야기를 꺼내 원고를 마감하거나 글쓰기 소재로 이용한다.

무척이나 좋은 방법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나도 지금까지 써두었던 묵힌 글을 가지고 독서모임 회지를 만들 때 수정 작업을 거쳐 여유 있게 글을 보냈다. 일단 있는 것을 가지고 쓰기 때문에 시작부터 고뇌에 빠지지 않아도 돼 좋았다. 


글쓰기 모임은 다가오고 생업에 치여 일정에 치여 글을 쓰지 못했을 경우에도 지금까지 썼던 일기나 묵힌글을 뒤져 그 달의 주제에 맞던 이야기를 찾아내 무사히 모임을 마칠 수 있었으니 작가들이 지금 쓰는 글이 좋은 글, 진정성 있는 글, 작품이 되는 글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쓰라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세 줄 쓰다 이건 쓰레기야!! 하고 재능이 없어! 울부짖어도 생각나던 대로 쓰며 저장해 두고 언젠가 쓰겠지 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묵힌 글들은 간간히 나를 그나마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글을 쓰고 수정하고 다듬고 묵힌글이나 아껴뒀던 글이 고갈되거나 더 이상 쓸 것이 없을 땐 작가는 말한다.

이도 저도 안될 땐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 는 말은 도대체 무슨 주제로 글을 쓸지에 대한 내 상황에 무척이나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나 지금 진짜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유유히 책방 앞을 지나가는 길냥이에 대한 글이라도 써볼까. 일정한 시간에 나타나 같은 곳을 걸으며 길 라인을 벗어나지 않고 딱 그곳으로만 걸어 지나가는 루틴을 아는 고양이?


무조건 써라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도 그래도 쓰고 또 쓰고 제일 중요한 마감은 꼭 지키자

칼럼 마감을 지키기 위해 6개월치 글을 미리 써놓는 작가들, 나는 그 달의 마감을 지키고 나면 다음은 생각하지 않고 개운한 마음에 도취되어 오늘만 사는데, 무슨 비법이 있나 기웃거리다 나의 게으름을 확인 사살한 기분이었다.

마감에 강한 작가 되자. 지옥에는 마감이 없다 나도 동감,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그게 완벽하지 않아도 어영부영 쓰게 돼도 마감은 꼭 지키자.


스스로 마감을 정해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은 게으른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작업을 하는 친구와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혼자 글을 쓰는 데다 마감이 따로 없으니 꾸준히 쓰지 못하겠다. 

무슨 무슨 모임에 참석해서 쓸까 생각 중이다.

강제성이 없으니 일정한 분량을 작업하더라도 다음 날이나 그다음은 다시 우선순위의 일을 처리하다 결국 차일피일 미루어 마음의 짐으로 계속 따라다니기만 하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 이 소재로 글을 써야지 하며 메모해두었던 조각 글만 수십 개로 늘어나 그때 느꼈던 반짝이는 생각은 퇴색되어 사라진 지 오래 돼버린다. 앞으로 그 달의 마지막 금요일을 단편소설 마감으로 정해서 작업하기로 했다.

잘될지 모르지만 이러다간 영영 나의 숙원사업인 소설 쓰기와는 이별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해마다 나를 스치기 때문이다.


책 말고도 쓸 것은 많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 리뷰는 종종 했지만 다큐는 그저 보고 넘기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 다큐의 다양한 소재는 놓칠 수 없는 그것이 되었다. 은근히 내 생각을 집어넣어 글을 마무리짓기 좋다.


쓰다 만 것들이 쌓이고 물 흐르듯 쓸 땐 종일 쓴다는 문장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혼자 앉아 글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쓰다 만 것들을 마무리 짓고 싶고 지금 당장 앉으면 엄청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착각에 빠진다. 

어느 작가는 항상 같은 시간에 분량을 정해놓고 그 할당량을 꼭 지키며 작업 시간을 넘기면 과감히 자리에서 일어 나 다른 소일거리를 한다고 했는데 생업이 있고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은 어느 날 지하 깊숙이 숨어 나올 기미가 없다는 그 뮤즈가 나타나 신들린 듯 글을 쓰게 된다면 물 흐르듯 자리에 앉아 종일 쓰고 싶다. 그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스스로 마감을 정하고 앉아서 닥치는 대로 쓰는 열정이 있는 날은 계속 쓰는 것도 괜찮다.


글 쓰는 사람들의 심경과 복잡 미묘한 감정을 물감을 풀듯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내가 굉장히 부러워하는 문체는 모든 이야기를 담백하게 쉽게 풀어내는 사람인데 그 담백함이 이런 중대한 글쓰기 방법을 다루는 책에도 잘 드러나 역시 글쓰기는 재능을 필두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심지어 세련되기까지 하다니


요즘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생업 사이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요즘은 무슨 글 써?'라는 질문에 쓰지 못하는 핑계를 만들어 열변을 토하며 다시 스스로를 묻어버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손이 근질근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생각나는 대로 썼다. 역시나 좋은 책은 읽으면서 무언가를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쓰다만 소설, 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능력함 때문에 제목에 기대고 싶었던 책

혹시 몰라 단어와 문장을 수집해서 이야기를 꾸리고 중간에 쓰다 만 파일이 넘쳐나는 나에게 책 말고도 쓸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며 그러니 일단 쓰고 무엇이든 쓰라고 알려주는 책

 


오늘부터 제대로 한편을 마무리해야지 단편부터 차근차근 쓰며 버려뒀던 글들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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