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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Mar 04. 2019

13. 글 품팔이라도 좋아

나는 그냥 글 쓰는 사람으로 지낼 수 있도록 뭐든 일거리만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별로 안 줘도 좋고 별로 근사한 지면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어디서든 내 글을 실어주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中』



십여 년 전에는 블로그 이외에 내 글을 공식적으로 싣고 글을 쓰고 그 글을 가지고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은 내가 작가가 되어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와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열여덟, 교지에 내 시가 실리고 선생님에게 '넌 가능성이 있다.'라는 칭찬 하나만으로 작가가 되고 싶던 시절

어수룩했던 나는 뭔가 내가 큰일을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

결론은 큰일이라는 건 없었고 나는 일기 외엔 글쓰기와 무관한 삶을 보내며 취업마저 쓰기와 무관한 곳으로

들어가 회사원이 되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에 집중하던 나는  그 고독한 시간들을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며 욕구를 해소했고

누가 나를 알아볼까 부끄러웠던 나는

어떻게든 철저히 나를 숨긴 블로그를 만들어 닥치는 대로 써나갔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신기했고 나는 다시 글쓰기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삶이 그렇다.

한 번 생각했던 것은 끈질기게 나에게 따라붙는다.

작가가 되고 싶다, 아니면 단순히 책을 좋아하니까 서점이 하고 싶다.라는 생각들은

다시 나를 그쪽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점점 욕심이 나서 어디든 내 글이 실릴 수만 있다면

내 이름을 올릴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랐다.


내세울 작품도 없고 파일에는 어디 내놓기도 민망한 쓰다만 졸작이 넘치고 혹시 몰라

삭제하지도 않고 가지고 있는 내가 저 문장들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했던 건

나는 그냥 글 쓰는 사람으로 지낼 수 있도록 뭐든 일거리만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였다.



내 글이 어디서든 실릴 수만 있다면 돈과는 관련 없이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길

'저 사람은 작가는 아니야' 이 말을 해도 상관없다.

짧은 글이라도 내 글을 찾아주길 글품팔이의 삶도 괜찮으니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으면 좋겠다.

소박한 바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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