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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Mar 08. 2019

15. 엄마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처럼 엄마도 엄마만의 방이 필요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책은 여성이기 때문에 도서관도 혼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던 그때도 충격이지만 현시대에는 더더욱 충격적으로 들리는 여성이기에 겪어야 했던 불합리한 일들과 1928년 10월 뉴넘 대학의 예술 협회와 거턴 대학의 오타에서 발표한 두 강연문에 기초한 글이나 나는 좀 더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구절을 가지고 왔다.


육아를 하며 힘이 드는 것 중 육아에는 퇴근이 없다는 것과 감정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때이다.

아주 늦은 밤, 아니면 오늘따라 일찍 잠이든 아이 옆에서 선물 같은 시간이 생긴 날, 그렇게 나는 얼른 나의 방을 폈다.

일기장을 폈고 나의 이야기와 바람과 엄마로서의 다짐을 썼고 젖먹이 시절엔 가만히 허공을 보다, 책을 읽다 이대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을 때 블로그를 폈다.

그곳에서 단편 소설을 끝내지 못한 오랫동안 쓰지 못한 쓰고 싶었던 글을 썼다.

읽은 책을 썼고 아이의 근황을 남겼다. 그렇게 나의 방은 노트북을 열면 펼쳐지는 세상이었다.


엄마라는 존재도 나의 방이 있기에 가능했다. 힘들어질 때마다 글을 쓰는 순간을 기다렸고 반복되는 일상을

특별한 눈으로 보기 위해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눈을 반짝였다.


엄마만의 방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해나갔고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그 방으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내 글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 수 있었다.

나의 방은 점점 넓어졌고 늘어갔다.


지금 사용하는 이 브런치도 이름처럼 이른 점심을 함께 나누고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는 힘으로 그렇게 머물고자 하는 마음으로 쓸고 닦고 있다.


아이와 늘 붙어지내는 시간도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소중하고 하루하루가 아쉽지만 유독 하루가 고단하고 흐린 날씨에 무너지는 날 나는 그렇게 나만의 방으로 들어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처럼 엄마도 엄마만의 방이 필요하다.

엄마만의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본연의 '나'만 존재한다.

그런 느낌을 그리고 이 든든한 힘을 가지고 나는 그렇게 다시 방에서 나와 세상으로, 아이의 곁으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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