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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Mar 24. 2019

19. 삶의 기쁨은 이다지도 짠가

역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가며 자전거 아래로 허무한줄도 모르고 내려오는 벚꽃잎들과 움을 튀우는

나무에 기대를 건다.

헐벗고 축처진 거리가 사라져서 날씨감수성이 폭발하는 나는 앞으로의 삶에 희망을 걸어본다.


봄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사색거리가 넘쳐나고 불안은 잠시 창문에 비친 내 눈동자 뒤로 숨는다.

볼을 스치는 바람은 차갑지만 서글한 바람이 불고 어서 볼일을 보고 집에가야지,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가야지, 아빠가 좋아하는 주전부리를 사가야하지 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예쁜 옷으로, 새 옷을 입은 내 모습이 진짜라고 생각했던 시간들, 사회속에 몸을 던지며 치열한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쌓여 나는 늘 불안하게 옷을 사모으고 물건을 모으고 사람들이 무엇을 가졌는지에만 관심을 가졌었다.


미미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만 시린 초입의 봄거리를 걸으며 나는 지금 이 소박하고 소소한 행복의 재미에 빠져 토독토독 메시지를 누르며 돌아가는 길 먹고싶은 건 없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묻는 이 충만함이 나를 그 보잘것없던 허영심으로부터 데려놓았다.


긴 시간들을 소비하며 조금씩 나를 마주한 시간들에 '왜 이제서야 알게된걸까'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럴때마다 나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마주한다.

감정은 언제나 양면이 존재했고 내가 행복을 느끼는 만큼 마음에선 소금기가 묻어난다.


삶의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찾으려고 하면 찾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서야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친정밥이 좋다며 연신 웃는 나에게 그렇게 좋아? 라며 네가 좋아하니까 먼데까지 가서 사왔어. 많이 먹어 라고 하는 엄마를 보며 오랜만에 밖에 나왔으니 좋은 풍경 실컷 보고가 하는 아빠와 커피를 마시며 웃음이 나는 만큼

가슴께가 뻐근해지며 좀 더 어릴때 부모를 이해하는 마음이 컸다면 하고 바라본다.


버스를 타고 길 위의 빛을 따라가며 생각한다.

왜 지금껏 내가 가진것들이 아닌 가지지 못한 것들을 찾아대며 밖에서만 행복을 찾으려고 했는지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돌아서서 남에겐 억지로 웃으며 실수하지 않기 위해 긴장하며 무조건적인 이해를 보였는지


함께 먹는 밥, 함께 예쁜것을 보는 재미를, 80이 된 외할머니의 마음을 손녀를 위한 마음을 이제서야 알고 집에가는길 할머니의 손을 잡고 그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는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했지만 나는 20대로 돌아가 이 모든 감정들을 느끼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엄마에게 오는 '밥은?' 이라는 언제나 나누던 이 소소한 안부에서 나는 안정과 외로움을 느낀다.

'할머니 참기름이 제일 맛있어'라는 말에 친정엄마를 만날때마다 나에게 주라며 건넸다는 그 참기름 병을 보며

난 어디든 돌아갈 곳이 있고 소중한 친구가 있음에도 내면을 텅비워놓고 내버려뒀을까.


불안과 고통보다 무얼 하고싶은지 찾아가며 내 곁의 것들을 둘러본다.

삶의 기쁨은 왜 이다지도 짠가, 불안과 고통을 벗어나자 아쉬움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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