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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Mar 27. 2019

20. 나아가는 방향은 저마다 다르다.

낯 모를 누군가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미래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하는 감사하기와 한 해의 목표를 끊임없이 되내이는 시간을 서로에게 보인다.

십여일이 지난지금 노트북앞에 앉아 글을 읽으며 같은 주제앞에 만나더라도 나아가는 방향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안다.


분명 저벅저벅, 성큼성큼 걸어가는 속도도 방향도 다른데 다시 보이지 않는 어떤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볼때면 다르다는것을 알면서도 때론 불안하다.

어디론가 잘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주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머물러 있는게 아닌가 하고.


그러나 보이지 않는 어느 먼곳에 당도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을때 너무 멀리온건 아닐까, 하고 불안할때마다

가슴속 한 켠으론 만족감도 컸다.

불안과 동시에 눈길을 걷듯 아주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미래로 갈 수 있다는 기쁨이, 넘치게 끓어오르는

냄비를 보며 이 시간이 지나면 나는 자리에 앉아 잠시나마 소설가로 살겠다 다짐한다.


앉아서 마무리 짓지 못하는 글들이 내 안을 휘저을때 현실은 냄비안을 국자로 휘휘 저으며 한 끼의 저녁밥을 차리며 멍하니 마무리짓지 못할 소설속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장을 보고 돌아오며 싱크대 앞에 서서 앞치마를 두를때도 메일을 쓰며 상대방에게

의례적인 안부로 마침표를 찍으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소설을 쓸땐 완벽한 타인과 내가 되고 싶은 그녀가 섞인다.


눈길을 걷듯 속도는 나지 않는다, 혼자 아무일 없이, 길을 잃지 않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이전엔 혼자 아무일 없이, 빨리가야 하기에 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주위를 보지 않으려 했기에 소설속에 숨쉬는 사람들은 수십명의 나일뿐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삶의 방향이 달라도 우리는 어느 접점에서, 어디서든 결국 만날 수 있다.

뒷모습을 보며 따라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혼자서도 충분하다 생각한 삶은 침대 옆 협탁의 읽던 책을 들어 다른 이의 위로를 바라고 메신저를 들여다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의 자취를 찾아 화면의 손길을 더듬는다.


얄팍한 자존심으로 뭉쳤던 마음은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틈에 끼여 풀어진다.

그녀 곁에 지나가는 소설속 사람들이 완성된다.


단맛이 가득든 우려낸 무를 건져내며 무의 투명함을 눈에 담아본다.

오늘도 완성되지 못한 그녀와 내가 엉킨 소설속 문장, 손질한 재료를 냄비에 붓고 나의 공상도 끝이난다.


나아가는 방향도 저마다 다른데 이젠 내 소설속의 그녀도 나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다시 만나면 그만이니까, 더 멀리 많은 길을 걸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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