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진 Mar 29. 2019

21. 소설속 주인공이 아닌 이유

점심시간을 피해 그녀는 들어온다.

카페 주인장에게 튤립 몇 송이를 건네고는 창가 앞 스툴에 튤립을 살포시 두고 커피를 마신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 책의 몇 구절을 필사하며 짧은 머리칼을 연신 쓸어넘기는 모습에 내가 느낀 첫인상은

아주 평범 그자체였다.

늘 처음부터 혼자였던 것처럼 태연자약하게 자리를 차지해 늘 마시던 라떼를 마시며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전해질 엽서를 긴 시간동안 꼼꼼하게 쓰고 나면 그녀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일어선다.


가방으로 들어가는 엽서북이 그새 많이도 뜯겨 너덜거리기 시작한다.

언제나 몇 구절의 필사와 시간을 할애하는 편지쓰기, 무표정한 얼굴을 들고 주인장에게 마신 커피잔을 건네고

나면 그녀가 신은 흰 스니커즈의 앞코를 바라보며 문 너머로 사라진다.


그녀는 빨간색을 입은 엽서를 좋아했다.

힐끗 대각선으로 뒷모습의 좁은 어깨를 보고 있으면 금박으로 된 글이 박힌 빨간색 엽서가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 의해 찢어진다. 단순한 사랑의 메시지일까.


주인장의 말로는 이 근처에 산다고 하며 이 재미도 없는 쑥쑥한 동네사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주말에

동네 초입에 위치한 꽃집에 들리는 것 외엔 이곳에 오거나 대부분 집에 있는다고 한다.


원래 말수가 적고 카운터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거나 글을 쓰는 모습에 방해하기가 그래 대화는 몇 번 나눠본적 없다 한다.

그러니까 그냥 평범한 동네에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고 이 카페 단골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


커피를 마셨지만 카페인에 영향을 받는 체질이 아니라서 늦은 낮잠을 자고 났더니 벌써 저녁이다.

빨래를 돌리고 부엌 식탁에서 책을 좀 읽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다시 책을 읽다 씻고 간단하게 먹은 아침을 설거지하고 밀린 공과금을 정리하고 동네의 오래된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온다. 


시원한 바람에 몸을 털고 저녁 대용으로 사온 빵을 먹으며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며 잠깐 들린 카페에서 주인장과 나눈 대화를 잠시 떠올린다.


약속이라도 있는지 늘 보이던 목요일에 그녀는 카페에 잠깐이라도 들르지 않았다고 한다.

목요일마다 오겠다는 약속도 한적없고 동네 어디에서도 마주친적 없지만 그녀도 이 별볼일 없는 동네위를 걸으며 어느덧 벚꽃나무로 물들어 보기좋은 풍경에 마음이 누그러졌으면 하고 바란다.


기본 티셔츠를 자주 입고 검은색 슬랙스와 흰 스니커즈를 신고 반듯한 에코백에 가득 넣은 책과 필기구 엽서북을 들고 그녀는 표정없이 앉아 창밖을 내다본다.

무료한 표정으로 무료함을 견뎌내려는 듯 펜을 집어들고 꼼꼼하게 엽서를 채우는 모습.


그러나 그 이상도 어떠한 느낌도 없는 무색한 사람.

그래서 소설속 주인공이 될수없는 사람.



*저는 요즘 글태기입니다. 망했습니다.살려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20. 나아가는 방향은 저마다 다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