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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May 04. 2019

나는 회사에서 담배를 팔았다.

담배팔이소녀 들어보신적이 있는지?

이를 닦거나 샤워를 할때면 꼭 옛날 기억이나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직장1년차때 회사에서 담배를 팔았다.


나에대한 기대감이 없어서일까, 무난하게 취업준비를 하면서 무난하게 취업을 했고

그 당시엔 내가 '이 돈 받고 이 회사에 다닐 사람이 아니다' 라는 오만과 자만으로 회사생활을 1년을 넘기며

하고 있을 때였다.


대학졸업 전 취업으로 나는 한껏 들떴고 패기가 넘쳤으므로 회식도 나의 영혼까지 끌어모아 태우며

새벽까지 부장님과 짠하며 놀았고 세시간을 자고 다시 회사에 돌아와 '집에 다녀왔습니다'

라며 자리에 앉아 반졸다 눈을 뜨니 점심 전에 눈을떠버리는 불상사가 생기는 일도 있었다.


지금은 그 직장이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생활이 되어버렸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 물정모르는 바보였고

다행히 상사복은 있어 부서의 대부분이 모두 친절했고 힘들땐 힘을줬고 술을 좋아했고 노는 걸 좋아했고

부장님도 확고한 꿈이 있어 훗날 하고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참 재밌게 들었다.


부장님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추리소설이 좋아 일본에서 1년을 살고오겠다던 그 꿈은 이루셨는지요..?


회사 분위기는 으레 그렇듯 전투적으로 일하고 전투적으로 싸우고 전투적으로 술마시고 화해하고 부서끼리

싸우고 하고 그 속에서도 개미도 있고 배짱이도 있고 그 둘을 잡아먹는 포시작자도 있고 그런게 아니겠는가

그래도 자기일만 잘 처리하면 어느정도 큰 터치는 없어서 즐겁게 다녔다. ㅅㅂ ㅅㅂ 거리면서


분위기가 희한했기에 나의 담배팔기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땐 대부분 흡연자였고 제조업은 늘 저 구석에 있으니 편의점 가기도 귀찮고 담배가 떨어지면 서로 빌려주는것도 골치고 의외로 ? 쟁여놓는 사람도 없었다.


세상에 회사에서 직원이 담배를 팔다니요?..


당시 우리집 1층엔 오래된 슈퍼가 있었다, 그러나 건강악화로 슈퍼를 비우게 되었고 잠시 엄마가 맡아 해보게

되었는데 그게 죽을맛이었는지 엄마는 이제 슈퍼에 슈도 꺼내지 않으신다.

아무튼 그 슈퍼안에 있는 물건을 처리하는 방안으로 내가


'우리회사는 흡연자가 많으니 내가 이 담배들을 팔아보겠다' 라며 회사에서 어느정도의 담배 기호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 자신이 조금 똘끼가 넘치는 걸 알게되었다.


모두 반농담인줄 알았던지 각자 피는 담배이름을 이야기했고, 시즌, 레종, 던힐, 에쎄 3.0? 어쩌고? 정도의

굵직한 것들을 조사해 그 다음부터 가지고와 상자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사님이 'ㅇ부장 ! 담배 있냐? ' 는 말에 xx씨한테 말하면 살수있어요' 가 되면서 처음엔 호기심, 이제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담배를 사갔다.

어차피 담배는 얼마 남지도 않고 나는 내 수고비를 붙일 생각도 않고 그냥 갖다 팔아대기 시작했다.


수요는 넘쳐났다.

일해야하는데 담배달라는 말은 나를 빡치게 할 정도로 사람들은 담배를 피웠다.


하도 힘들어서 한쪽 책장밑에 A4용지 상자에 넣어뒀고 사람들은 꺼내서 나에게 가지고와 돈만 지불했다.

내가 퇴근하거나 주말 기숙사에 있던 사람들은 내 키보드밑에 돈을 넣어놓고 가지고간 종류와 수를 써넣고

출근하면 알려주었다.


없으면 무슨무슨 담배가 없으니 채워달라했다, 나는 채워넣기 바빴다 담배종류는 거기서 늘리지 않았다


'xx씨 ~ 키보드 아래 돈있어요'

다행히 사람들이 착한건지 서로를 감시한건지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고 질서정연하게 모두 무인담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아마 회사다니면서 담배팔이 해보신분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패기넘치던 시절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그로인해 참 희한한 경험은 다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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