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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Feb 13. 2017

주는 상처, 받는 상처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


아마도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관계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내가 먼저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손을 놔 버리면 덜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알량한 믿음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게 조금이라도 실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우리 관계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할까 봐 덜컥 겁이 난다. 결국 그 사람이 나를 두고 떠나게 될 순간을 떠올리게 되고 움츠러든다.


한 번 들어버린 부정적인 생각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줄기 같다. 처음엔 그저 작은 물길이었으나 점점 더 넓어지고 깊어져 최악의 결과라는 바다로 흘러가는 큰 강줄기로 변해버린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물줄기나 개천이 강으로 흘러들듯 사소한 생각들을 집어삼키고 파국으로 유유히 흘러간다.


나는 무기력하게 부정적인 생각 위를 표류하다 강하구에 이르러서야 발버둥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에는 성난 파도에 집어삼쳐진다.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상처주려 던 건 아닌데


상처 주려고 작정하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나를 지키려다 다른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내게 닥쳐올 상실감과 불안을 피하기 위해 관계를 놓으려 하다 보면 사소한 단어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못이 되어으로 상대방의 가슴에 박힌다. 결국 사소한 오해와 작은 상처는 걷잡을 수 없는 문제로 번져 서로에게 지독한 상처를 남기고 실망은 실망을 낳게 된다.


때로는 내 자존심을 지키려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존심 때문에 진심과는 반대되는 말을 내뱉다 보면 결국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나 역시 상처받아 아프게 된다.  


이기적인 진심


도망치려 한다거나, 관계를 끝내려고도 해보지만 사실 그건 진심과는 정 반대되는 행동이다. 진심은 그게 아닌데.. 표현을 전혀 다르게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더 사랑받고 싶고, 더 가까워지고 싶고, 더 함께하고 싶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미움받거나 상처받고 싶지 않.. 관계를 끊으려 한다거나 자존심을 지키려고 솔직한 감정과 반대되는 말들을 내뱉는 것은 진심이 아니다.


떠나지 말라는 말을 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할 때도 있고, 미안하다는 말을 못 서 너는 미안한 것이 없냐고 물어볼 때도 있다. 구차하게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으면서 논리적인 척을 할 때도 있고, 배려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더 곤란하게 만들 때도 있다.


내 잘못된 행동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상대방에게 상처 주고 나 역시 반드시 상처받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일은 내가 상처받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해를 갈구한다. 이기적인걸 알면서도 나를 더 이해해주고 긍정해주길 바란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하고 있못하면서도, 맹목적인 이해 바라고 있다.


이기적인 진심이다.


상처 줄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이기적인 진심은 진실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심이나 아집과 같다.


상처받고싶 않으면 상처 줘서도 안된다. 세상 누구도 상처 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섣불리 관계를 놓으려는 행동은 결국 나를 가장 슬프고, 외롭고, 비참하게 만들 것이다. 그것은 오기도 객기도 아닌 어리석은 일이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그 사람을 잃고서야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쉽게 바뀌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도망치거나, 관계를 놓아버리려 하거나, 외톨이가 되려고 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이나 행동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나를 집어삼키려 할 때면 내게 말해야 한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상처 주지 말고, 조금 더 솔직하게 진심을 표현해


소중한 사람에게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는다고 내가 발가벗겨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표현에 조금 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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