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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Nov 26. 2018

새롭게 살아갈 너를 위해서

#나는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가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살아왔던 시간과 불리던 이름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개명을 그저 생각으로만 남겨둔 채로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최근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나는 너무 힘들었다. 내가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믿음은 산산조각 났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우울한 내가 남았다. 거울을 봐도 밝은 모습의 나는 없고 곧 울 것만 같아 위로가 필요해 보이는 여자가 서있었다. 새로운 도전도 꿈도 희망도 잠시뿐, 다시 우울로 가득 찬 동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내 생에 남아있는 무수한 날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상담을 받기도 했으나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몸은 더 이상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건강도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이렇게 살다 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나는 망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고 싶었다.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내가 살아가는 모든 환경을 다 새롭게 바꾸고 싶었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 집, 동네, 먹는 것, 마시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어느 것 하나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을 바꾸는 완전한 변화.


 이름을 바꾸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개명이 내게 주는 의미는 아마도 내가 선택한 새로운 삶일 것이다. 나는 좀 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내게 아주 가까운 친구 하나가 그런 말을 했다. "이름 하나 바꾼다고 네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아?" 그래. 그 말도 맞다. 고작 이름 하나 바꾼다고 삶이 뭐 그렇게 달라질까.. 그럼에도 나는 달라질 것 같다고 믿고 싶다. 아니. 다르게 만들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자극과 반응으로 많은 부분이 이루어진다. 다른 이들이 불러주는 다른 이름은 내게는 다른 자극이다. 그에 따른 내 반응도 다른 반응이고.. 이런 새로운 자극과 반응이 새로운 대화를 만들고 새로운 순간들을 만든다. 그 새로운 순간들이 모여 새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이름을 바꾸는 또 다른 이유는 이름이 너무 흔해서일 것이다.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단 한 번도 같은 이름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특히 남자 애들과도 이름이 같아서 놀림을 받기도 했다. 이젠 어른이라 놀림받을 걱정은 하지 않지만.. 남자가 쓸 것 같은 이름이 아니라서 조금 좋다. 그리고 이제 이름 같은 사람도 덜 만날 것 같다.. 새로운 이름에는 남들은 모를 나만의 소소한 만족감이 있다.  


새롭게 살아갈 너를 위해서

새로운 이름을 받은 후, 어느 날엔가 문득 새롭게 살아갈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떠올랐다. 진심을 눌러 담은 그런..  

너에게.

안녕?

너의 이름이 달라졌다고 너의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난날의 내가 앞으로의 너를 위해 건넬 수 있는 축하와 축복을 해볼까 해.

너의 모든 순간이 행복이길 바라지 않지만 너의 모든 순간에 편안함이 함께하길 바랄게.

너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라지 않지만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랄게.

네가 아프고 슬픈 것들보단 좀 더 기쁘고 예쁜 것들을 많이 보고, 듣고, 느끼길 바랄게.

지난 시간의 아픔을 전부 잊으라고 하지 않을게, 다만 지난 시간에 묶여있지는 말아줘.

나야.. 나는 말이야 네가 조금 덜 예민했으면 좋겠어. 때론 둔감하면 좋을 것 같아. 작은 것에 너무 상처 받지도 아파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작은 상처가 큰 화로 번져 그 불길이 너를 삼켜버리지 않길 바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이 너로 인해 상처 받으면 그 아픔이 다시 네게 돌아올 거야. 너도 상대방도 아파한다면 그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니까..

나야.. 다 괜찮다고.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 다연아. 두터움을 당긴다는 이름처럼 더 단단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 따듯한 사라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 시간들을 소중히 보내줘.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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