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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Oct 20. 2018

너의 부재는 나의 존재를 깨닫게 한다

#그리움은 너의 영혼을 채우고 나의 슬픔을 비운다.

외로움 ± 불안

생각해보니 나는 한참 동안 혼자였던 시간이 없었다. 혼자 있던 시간도 혼자는 아니었다.


그만큼 나는 외롭지 않았고, 외로움은 나와는 조금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외롭지 않아서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것만은 아니다. 외롭지 않았지만 불안했다. 원인 모를 불안에 몸서리치기도 했고 많이 울기도 했다.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준 사람을 붙잡고 나의 불안을 덜어달라고 떼쓰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을까?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생기니 조금 알 것 같다.  삶. 내가 살아가야 할 삶, 그 자체가 불안했다.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무서웠고, 내가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혼자의 시간이 내게 알려줬다.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면 겁쟁이가 된다는 것을.. 


나는 두렵지 않다. 내가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그리움 가만히 지켜볼 때, 내가 얼마나 용기 있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내가 다시금 깨달은 한 가지는 내가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외로운 것 같다. 사소한 속상함을 전하지 못할 때, 사람의 체온이 그리울 때, 혼자 울게 될 때, 내가 얼마나 위로받았는지 깨닫는다.


너의 부재는 나의 존재를 깨닫게 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좀 슬펐다. 나는 아직 너무 젊고 살아갈 날이 길고 긴데 너무 많은 걱정과 불안 우울로 나의 순간들을 채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내게 말했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듣고 싶었던 괜찮다는 말을 내가 내게 해줬다. 나는 항상 타인에게 괜찮음을 확인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오래전에 너무 슬프고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힘들다는 말이 너무 해보고 싶었으나 단 한 번도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네게 한 맺힌 사람처럼 힘들다는 말을 무수히 뱉었다. 무조건 적인 위로와 괜찮음에 대한 확신을 달라고도 했다. 그리고 그 끝에 나약하고 불안하기만 한 내가 남았다. 


그런 생각 끝에 슬펐다. 슬퍼졌는데 슬픔이 덜어졌다.


돌이켜보니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비록 혼자였지만 내가 내 곁에 있어서였다. 내가 괜찮다고 내게 말해 줄 수 있어서였다. 나는 내가 필요하다. 내게는 내가 있어야 한다. 


너의 부재가 느껴졌을 때, 나의 존재가 느껴졌다. 너의 소중함이 느껴졌을 때, 나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그리움이 안겨준 선물

나는 조금의 그리움도 용납하지 못했다. 네가 없는 순간이 두려웠기 때문에. 내가 나를 잃고, 방황하고, 불안하고, 힘들어하던 모든 순간에 네가 있었다. 그런 네가 없다는 것은 내겐 너무 큰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떠난다는 네게 화를 냈던 것 같다. 짧다면 너무 짧은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할까 봐.. 무한한 이기심으로.. 미안했다. 그리워보니 내가 있어야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이 간단한 생각을 이제야 했다. 


고슴도치는 추워지면 서로를 품는다. 서로의 몸을 품으면서도 상대방의 살갗에 가시가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가 사랑하는 법을 떠올린다. 

원재훈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네가 내 곁에 없는 이 순간들이 내가 네 곁에 없는 이 순간들이 우리에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너는 영혼을 채우고, 나는 슬픔을 비운다. 


너의 순간들이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나의 순간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갔던 젊은 날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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