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사랑을 원했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헤스터’와 ‘프레디’ 역은 각각 <미이라>, <본 레거시> 등의 작품에 출연했던 레이첼 와이즈와
<어벤져스>, <토르> 시리즈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당 ‘로키’로 열연했던 톰 히들스턴이 맡았다.
영화의 줄거리 자체는 간단하다.
정열과 자유보다는 절제와 노력을 배우고 자란 여자 ‘헤스터(레이첼 와이즈)’는 남편 ‘윌리엄(사이몬 러셀 빌)’과의 답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 앞에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남자 ‘프레디(톰 히들스턴)’이 나타나고 둘은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윌리엄’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마음을 멈출 수 없었던 '헤스터'는 집을 나와 '프레디'와 동거를 하게 된다. '헤스터'와 '프레디'의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은 '헤스터'로 하여금 소유욕과 집착을 낳게 한다. 결국 '헤스터'는 자살을 기도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레디'는 그녀를 떠난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르게 살아온 두 남녀가 첫 눈에 사랑에 빠진 이유는 서로 다름에 끌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서로 다름에서 비롯된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이 결국 두 사람을 파멸적인 사랑으로 이끌었지 않을까?
'헤스터'는 성직자였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욕망과 자유를 억압받으며 살아왔으며 고리타분한 판사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그녀를 답답하게 만드는 족쇠와같은 것이었다. 이런 삶에 지쳐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길 원하던 '헤스터'앞에 자신이 꿈꿔오던 남자 '프레디'가 나타난 것이다. '프레디'는 공군 파일럿으로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남자 자였으며 '헤스터'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는 감정을 과감하고 솔직하게 표현했으며 때론 성공적이었던 자신의 과거 영광에 심취해 있다. 이런 그의 새롭고 신선한 모습에 '헤스터'는 매료되었을 것이다.
처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사랑은 불과 같았다. '헤스터'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갖춰진 것이라곤 없는 '프레디'의 하숙집 방에 함께 머문다.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으면서 까지도 그를 사랑한 것이다. '프레디'역시도 그녀를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생활비나 집값, 돈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에 지쳐간다.
'프레디'가 친구와 골프 치러 떠난 주말 '헤스터'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녀는 살았지만 분노, 수치심 그리고 증오로 괴로워한다. 이때, '프레디'가 돌아오고 그는 얼굴 한 번 쳐다봐주지 않는 '헤스터'를 의아해한다. 곧 그녀의 생일을 잊었음을 알아차린 '프레디'는 사과를 건넸고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지만 '헤스터'의 유서를 발견한 '프레디'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헤스터'는 '프레디'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지만 그는 “처음 청혼한 놈과 결혼하고 처음 유혹한 놈과 사랑에 빠지지”라며 '헤스터'를 비난하고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해 주지 않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며 그녀를 밀어낸다. '헤스터'는 사랑을 구걸하듯 '프레디'에게 매달리지만 결국 '프레디'는 "우린 서로에게 독이야"라는 말로 이별을 선언한다.
Good bye. Thanks.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했던 남자가 떠나는 순간을 맞이한 여자와 자기 때문에 자살 기도까지 할 정도로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를 떠나는 남자. 떠나는 '프레디'를 위해 그의 구두를 닦아주면서 '헤스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그녀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가 떠날 것이란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런 말을 했다. "그는 변하지 않았어요. 0에서 0을 빼도 여전히 0이 잖아요." 그의 사랑이 0이라는 것은 단 한 번도 1이 된 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레디'의 사랑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에 맞춰주길 바라면서 결국 그것이 불가능함을 '헤스터'는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자살기도 역시도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을 수 없음에 대한 자기 부정과 체념이 동시에 표출된 것이라 생각한다.
전날 밤까지도 '프레디'의 사랑을 구걸하다시피 했던 그녀는 담담하게 '프레디'와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두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헤스터'와 '프레디'는 마지막 순간 "잘 가. 고마웠어."라는 짧은 인사로 사랑했던 시간을 정리한다. 언제나 몇 마디 짧은 말로 만나온 시간을 정리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러나 마지막 인사에 "고마웠어"라는 말을 포함할 수 있음은 어떤 의미에서 다행한 일이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춰 사랑했던 시간을 배려하며 사랑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그저 그런 이별과는 다르다. 시간이 사랑의 감정은 잊히더라도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고마움은 잊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이별했음에도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는 것 역시도 고마움 때문일 것이다. 서로를 위해 이별하며 서로의 미래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Good bye. Thanks" 하는 인사말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어제였지만 생일 축하해
영화는 ‘헤스터’와 ‘프레디’의 사랑뿐만 아니라 표현에 서투르지만 듬직한 남자 ‘윌리엄’의 사랑 역시도 보여준다. 그는 명문가의 자제이자 판사로서 사회적 지위와 부를 가졌지만 아내의 마음은 얻지 못 했다. 그러나 '윌리엄'역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스터'를 사랑했다. "욕정은 사랑이 아니다"며 '헤스터'를 비난하지만 그녀가 자실기도를 했다는 '헤스터'의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에게 달려간다. 그는 "당신을 비웃고 싶었어. 그래서 왔다"고 했지만 그녀를 기다렸음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랑에 상처받는 '헤스터'를 안타깝게 쳐다보며 걱정한다. 결국 그는 아무것도 못 해주는 남자(프레디)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냐고 묻는다. 비록 '헤스터'의 대답은 그가 원한느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녀의 집을 떠나면서 그는 말한다. "어제였지만 생일 축하해"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우리가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면 지금과는 달랐을까?"그날 저녁 그는 다시 '헤스터'를 찾아와 돌아올 것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아내를 걱정하고 다시 돌아올 것을 제안하는 '윌리엄'의 모습에서 그역 시도 표현하지 못 했을 뿐이지 '헤스터'를 사랑했음이 느껴졌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안타까워하지도 다시 돌아올 것을 제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헤스터'와 '프레디'의 사랑 만큼이나 '윌리엄'의 사랑도 가슴 아픈 사랑이다.
1950년대 영국
영화의 배경이 된 1950년대 영국은 클래식하고 우아하다 그러나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텐레스 데이비드 감독: “이 작품은 1950년대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항하는 시대극이에요. 1947년은 역사상 가장 냉혹한 겨울이었죠. 국가는 파산했고 전쟁에선 승리했으나 평화를 잃었어요. 또한 사회는 궁핍했고 혼란스러웠으며 황폐했습니다. 모든 것이 음울하고 싸늘했어요. 우리는 1949년 당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암울했는지 정확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처럼 [더 딥 블루 씨]에는 1950년대 전후 영국 사회와 런던의 아름다운 배경들이 곳곳에 담겨있어 당시의 고풍스러운 배경과, 절제되면서도 아름다운 시대적 특징을 화면 안에 그대로 담아냈다.
레이첼 와이즈: “이건 정말 기막힌 이야기예요. 한 여자가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보편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시대를 초월하는 주제이죠.”
톰 히들스턴: “이 작품은 아주 시적이에요. 사랑의 묘한 매력을 그린 이야기가 모두를 사로잡았어요”
두 배우의 말처럼 내가 본 단연 최고의 로맨스 영화라 할 수 있는 "더 딥 블루 씨"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