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믿음을 건넨 청춘들의 진정한 스승, 오 캡틴 마이 캡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굿 윌 헌팅> 2편에 관한 리뷰이며, 각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맡은 역할인 키팅 선생님과 숀 맥과이어 교수님을 중심으로 한 포스팅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빽파이프 연주를 앞세우고 교기를 든 학생들이 강당에 들어서면서 1859년에 창립된 명문 웰튼 고등학교의 새 학기 개강식이 시작된다. 이 학교로 새로 전학 온 토드(에단 호크 분)는 어린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숨길 수 없다. 또한 학교 출신이자 신임 영어교사로 부임한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은 첫 시간부터 파격적인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오늘을 살라’고 역설하며 참다운 인생의 눈을 뜨게 한다. 닐(로버트 숀 레오나드), 녹스(조시 찰스), 토드 등 7명은, 키팅으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이 그 서클을 이어가기로 한다. 학교 뒷산 동굴에서 모임을 갖고, 짓눌렸던 자신들을 발산한다.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부임 후 '키팅'은 영문학 수업을 파격적인 방법으로 이끈다. 첫 수업에 교과서를 찢어버리게 하고 졸업생 사진을 보여주며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속삭인다. 심지어 문학시간에 학생들과 축구를 하기도 한다. 그의 새로운 수업 방식은 이론이나 지식을 암기하는 수업 방식을 완전히 탈피하여, 학생들이 직접 문학을 느끼고 문학과 삶을 연결시켜 그들이 스스로 현재와 감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를 즐겨라,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왜 시인이 이런 말을 썼을까?
(중략)
왜냐하면 우리는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여기 있는 우리 각자 모두 언젠가는 숨이 멎고 차가워져서 죽게 되지.
이쪽으로 와서 과거의 얼굴들을 지켜봐라. 여러 번 이 방을 왔어도 유심히 본 적은 없었을 거다.
너희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야. 그렇지? 머리 모양도 같고, 너희처럼 세상을 그들 손에 넣어 위대한 일을 할 거라 믿고, 그들의 눈도 너희들처럼 희망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 당시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시기를 놓친 것일까?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죽어서 땅에 묻혀 있는지 오래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잘 들어보면 그들의 속삭임이 들릴 것이다.
자, 귀를 기울여 봐, 들리나? 카르페, 들리나? 카르페,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너의 삶을 독특하게 만들어라!
학생들이 시험 성적이나 대학, 구직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오늘을 즐기고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내는 대사가 아닐까 한다. 숨 막히는 일상에서의 일탈과도 같은 그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점차 억눌려있던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간다.
'닐'은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우등생이지만 항상 마음속에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런 그는 키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학생 중 하나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싶었던 '닐'은 결국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요정 퍽 역을 맡아 꿈을 이루지만 연극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에게 끌려간다. 그의 재능과 꿈을 인정해주지 않고 군사학교로 전학 보내려는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에 그날 밤 닐은 권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아버지의 기대와 중압감이 얼마나 견디기힘으면 죽음까지 생각했을까.. 그만큼 연기를 사랑한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다. 혹시 지금도 '닐'처럼 펼쳐보지 못한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인 교육 현실에 희생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연기로써 사람들을 웃거 울게 만드는 일도 멋진 일인데 오직 공부와 높은 성적, 일류대학만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교육 현실에도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Oh captain, My captain
"나는 끊임없이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책상 위에 서 있는 거야."
그는 학생들에게도 책상에 올라와서 시를 읽게 했다. 누구보다 멋진 선생님이었던 존 키팅. 그의 수업은 닐의 자살을 계기로 끝난다. 그가 모든 책임을 지고 파면되기 때문이다.
그가 떠난 후 영문학 수업은 임시로 놀란 교장이 맡게 되었고, 역시나 수업의 내용은 단순 지식이나 이론 공부로 돌아갔다. 사무실에 두고 온 물건을 찾으러 온 키팅은 마지막으로 교실에 들어온다. 그가 떠라려는 찰나 토드 앤더슨이 갑자기 일어나 자신들은 강요당해서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외친다. 키팅의 결백을 주장하는 토드의 돌발 행동에 교장은 조용히 하지 않으면 퇴학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토드는 책상으로 올라가 월트 휘트먼의 시의 한 구절이자 평소 제자들이 존 키팅을 부르는 별명 오 캡틴 마이 캡틴(Oh Captain, my Captain!)을 외치고, 그 모습에 자극을 받은 많은 학생들이 떠나는 존 키팅을 향한 마지막 인사로 책상에 올라가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친다.
자신을 위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키팅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Thank you boys, thank you
나는 저 눈물이 절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음을 안다. 학생들은 어느덧 자라 자신들의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떠나는 선생님을 위한 마지막 인사로 책상 위에 올라가는 용기를 보인다. 제자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물에는 감정을 당당히 내보이고 현재를 현재로써 살아가는 제자들에 대한 애정과 뿌듯함 그리고 안도가 동시에 묻어난다. 그는 분명 기쁜 마음으로 떠났으리라..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희극이라 하고 싶다. 그러나 키팅이 문을 닫고 나간 후의 교실, 그와 같은 교사가 떠난 교단은 비극이다. 과연 누가 그와 같은 선생님이 되어줄 수 있을까?
굿 윌 헌팅
생애 처음으로 인생의 등대를 만나다! 두 남자가 열어가는 감동의 세상
윌 헌팅(멧 데이먼)은 20년을 살아오면서 누구의 간섭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한 그도 결코 우습게 상대하지 못할 인생의 스승을 만나게 된다. 보스턴 남쪽의 빈민 거주지역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 계층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윌은 비천한 일을 살며 산다. 윌은 MIT 공대에서 교실 바닥 청소 일을 할 때 말곤 대학교 정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어려운 문제들을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게 풀어버린다. 그러나 그토록 머리가 비상한 윌도 어쩌지 못 하는 게 한 가지 있다. 폭행죄로 재판을 받게 된 윌은 수감될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윌의 유일한 희망은 심리한 교수인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다. 숀은 윌이 가진 내면의 아픔에 깊은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서 윌에게 인생과 투쟁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준다.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다."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에게 건네는 그의 따뜻한 위로.
흙수저라는 말로 대표되는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 요즘 같은 때 우리가 선생님께 듣고 싶은 가장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 청춘들이 과연 무슨 잘못이 있었겠는가.. 정말로 노오력이 부족해서 지금처럼 취업난이 심각하고 젊은 이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야 할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기회를 주어야 우리가 무엇이 됐든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지금 젊은이들은 노력해볼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떻게 이런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뾰족한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회의 여려 측면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서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이유는 모르지만 내가 무척 사랑하는 배우, 로빈 윌리엄스. 영화 속 그의 모습들은 내게 그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이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뿐만 이나라 <굿 윌 헌팅>에서도 나는 한 명의 배우가 아니라 한 분의 선생님을 보았다. 그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고 있자면 무엇이든 털어놓고 싶은 기분마저 든다. 내가 가진 고민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가르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스크린 속 인자하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의 죽음은 마치 오랜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것 마냥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아주 오랜 선생님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라고 가르쳐준, 그리고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살라고 가르쳐주신 진짜 선생님 말이다..
He was their inspiration. He made their lives extraordinary.
그는 아이들에게 영감의 주었고, 그들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선생은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며 학생보다 뛰어난 사람도 아니다. 단지 더 많이 더 먼저 인생을 살았고 경험을 한 사람이다.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고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학생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고 위로와 용기 그리고 믿음을 보내주시는 선생님이 많이 계시길 바라며 "죽은 시인의 사회"와 "굿 윌 헌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