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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Jan 23. 2016

찰나를 담다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을 위하여

사진을 취미로 가진지가 벌써 십여 년이 다 돼가는데 나는 여전히 사진에 소질이 없다.

그래서인지 좋은 렌즈가  없어서라던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라는 핑계를 종종 댄다.


재미있는 것은 취미를 말해야 하거나 적어야 하는 순간엔 꼭 사진 찍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급할 때는 스마트폰을 먼저 꺼내곤 한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말 한다.


"카메라는 폼으로 들고 다니니?"

"그러게 엄마.. 나 카메라 왜 들고 왔지?"

"다음부터는 무겁게 들고 오지 마!"

"그래도 안돼! 들고 다녀야 돼."

"뭣하러? 쓰지도 않으면서"

"아니야 진짜  필요할 때는 써"


사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엄청나다. 화소도 디카만큼 높은데다 언제든 필요할 때 터치 한 번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은가. 무거운 DSLR을 메고 다니면서 직접 조도와 셔터 속도를 조절하고 초점을 맞춰 정성과 노력을 들여서 사진을 찍기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어딜 가나 카메라를 들고 가는 이유는 "찰칵" 하는 그 소리가 좋아서다.


찰칵

하는 소리는

미러가 올라가고 셔터막이 열렸다 닫힌 후  미러가 내려가면서 생기는 소리다.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내가 잡을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을 잡은 것만 같다.




여행을 떠나던 기차 안에서의 순간도, 순식간에 올라왔다 내려가버린 롤러코스터도, 다 시들어 떨어지기 직전의 해바라기도 그 순간 그대로 잡아 둔듯하다.


지금을 현재라고 느끼는 그 순간, 그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순간 조차도 과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붙잡을 수 없는 지금을, 찰나를, 그 짧은 순간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게 되는 것 같다.


"찰칵"

하는 순간의 찰나를 필름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앞으로도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다닐 것 같다.

잘 찍든 못 찍든 내가 찍고 싶은 것은 내 찰나의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진은 많이 부족하지만 전부 직접 찍은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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