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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Aug 14. 2016

때론 사랑도 흩어지고

#구름이 바람따라 흩어지듯 때론 마음도 그러하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를 해도 금세 다시 몸이 진득거리는 어느 여름날, 외출을 위해 또 한 번 샤워를 끝내고는 선풍기 앞에서 머릴 말리고 있었다. 문득 올려다본 창밖으로 푸르다 못해 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너무나 예쁘게 걸려 있었다. 


머릴 말리다 말고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들고 하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러다 프레임 끝에 걸린 하트 모양 구름을 발견했다. 늘 찍어둔 사진에서만 보던 하트 구름을 발견하고 나는 매우 들떴다. 처음 마주하는 신기함과 설렘으로 초점을 하트 구름에 맞췄다. 모든 정신을 쏟아부으면서 한 장의 하트 사진을 찍었다.


하트 모양 구름

초점과 조리개를 맞추고 한컷. 

그런데 부족한 실력 탓에 몇 장 찍지도 못했는데 구름이 어느새 흩어지기 시작했다. 

한 여름의 후덥지근한 바람이 느껴짐과 동시에 하트 모양 구름이 점점 더 갈라졌다. 마치 금이 가버린 하트처럼 점점 갈라지는 구름을 보고 있으니 다급한 마음에 셔터를 무작정 눌러봤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구름은 더 이상 하트 모양이 아니었다. 갈라진 것은 구름이었으나 마음이 조각나버린 기분을 느끼며 더 이상 셔터를 수가 없었다. 


흩어지는 마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마음도 때로는 흩어지는 구름과 같다고 말이다. 하트 모양 구름이 창 밖에 찾아오듯 우리 마음에 사랑이 찾아왔음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설레고 들뜨게 될까? 열일 재쳐놓고 사랑을 갈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마음도, 사랑도 저 구름처럼 너무 잘 찍어보려고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열었다 닫으며 우물쭈물하는 새 흩어져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바람 때문에도 하트 모양 구름이 흩어져버릴 수도 있다. 


구름이 이리저리 떠다니듯 마음도 하트 모양을 이루다 또 흩어지기도 하겠지. 때론 우릴 둘러싼 바람과 같은 것들을 따라 흘러가선 흔적도 없이 흩어져버릴지도 모른다. 


하트 모양 구름이 흩어진 하늘엔 하트 모양 잔상이 가득 남아있다. 무더운 여름의 하늘을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참 우리 마음도 붙잡는다고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구나. 이 무더운 여름날의 짧은 단상을 남기고 사라진 구름이 문득 고마운 날이다. 기회가 된다면 더 멋진 하트 구름을 찍어보고 싶다. 다음엔 하트 모양이 흩어지기 전에 재빨리 셔터를 눌러야겠다.


사진 출처: 사진은 직접 찍은 것들입니다.

커버 이미지: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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