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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Aug 22. 2016

엄마의 꿈

#엄마라고 왜 꿈이 없겠는가

참 어리석게도 엄마는 왜 꿈이 없냐고 물었다

수도 없이 많은 엄마의 꿈들이 자꾸만 우선순위를 빼앗기고 저 뒤로 물러나는 줄 모르고, 인생 긴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늦은 게 어디 있냐고.. 엄마 속도 모르면서 성급한 말을 뱉었다. 내 취미가, 내 여행이, 내 오랜 꿈들이 딸 뒷바라지에 밀리고 아들 남은 공부에 밀리고 가족을 챙기는 데 밀려나는지 모르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고 무책임한 말들을 경솔하게 쏟아냈던 나를 반성해본다.

엄마라고 왜 꿈이 없을까. 얼마나 하고 싶은 게 많았었고 또 많을까.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꿈이란 튜브의 바람을 다 빼버리곤 그저 다용도 서랍 깊숙이 접어 두게 했던거겠지. 바다에서 튜브를 타며 이모와 물장난을 하던 엄마의 모습에서 엄마라고 튜브를 못 타서 서랍에만 넣어둔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애들보다 더 신나서 바나나보트를 타러 가자던 엄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엄마, 이런 것도 좋아했어?"
"그럼!! 못 타서 그렇지~ 엄마 이런거 얼마나 좋아하는데?!"

어린 자식이 혹여나 물 한 모금이라 잘못 마실 다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튜브 타면서 물놀인 고사하고 물 근처도 못 갔을 엄마다. 그러면서도 동생과 내가 노는 모습에 흐뭇해 했을 엄마의 모습이 스쳤다.


엄마는 튜브의 고무가 다 낡도록 여름을 보내고 보내면서 아이들이 엄마 손이 필요해질 어느 여름을 기다렸던 것 같다.


엄마의 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한테 처음으로 엄마의 꿈에 대해서 물어봤다.

"엄마, 엄마 꿈은 뭐야?"
"엄마도 얼마나 꿈이 많은데.. 서예도 다시 배우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아무도 없는 데로 여행도 가보고 싶고..."


나이를 꽤나 먹고서야 겨우 알게 됐다. 엄마는 이것도 저것도 다 해보고 싶은 할머니의 귀한 딸이라는 것을 말이다.


처음으로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한 사람으로 보였다. 늦은 것은 없다. 무엇이 됐든 엄마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맘껏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모의 기쁨은 자식에게서 비롯된다지만 그래도 엄마가 엄마만의 일들을 사랑하고 그 일로 기뻤으면 좋겠다.


긴 인생의 중반 어디쯤에서 엄마가 열정을 갖고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길.. 엄마가 아니라 우리 이여사의 꿈과 내일을 언제나 지지한다. 또 늘 엄마가 내게 해주었듯 나도 엄마를 응원하고 때론 버팀목이 되는 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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