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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Aug 09. 2016

피할 수 없는 순간들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때

감정

감정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감정을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은 무엇일까? 기쁨? 슬픔? 행복? 사랑? 분노? 담담? 나는 무엇이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감정을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렇듯 감정은 애초부터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벅찬 상대다.


감정의 쓰나미

때론 감정이 마치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감정이 물밀듯 밀려오면 아무리 그를 피해보려고 숨이 타 죽을 만큼 도망쳐도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감정은 나를 덮치고 온 몸과 마음을 삼켜버린다. 


영화 '딥 임팩트'에는 아빠와 딸이 함께 쓰나미를 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공포와 두려움과 마주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나를 덮쳐올 감정의 쓰나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사랑의 감정이 밀려와 나를 삼키고 모든 이성을 마비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잃고도 사랑에 흠뻑 젖어 숨 막히는 사랑을 한다고 생각하면 내게 밀려올 쓰나미가 설레기까지 한다. 또 행복이 물밀듯 밀려와 그 감정에 나의 일상이 잠겨버린대도 마냥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상실과 아픔 그리고 슬픔이 나를 향해 맹렬히 닥쳐오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에 나는 밀려오는 감정의 쓰나미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숨 막히는 공포가 엄습하고 저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 얼마나 괴로울지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저 슬픔을 피할 수 없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죽을힘을 다 해서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결국 나는 슬픔의 한가운데 갇혀버린다. 슬픔은 나의 일상과 내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고 모든 것을 황폐화시켜버리기도 한다.


받아들이기

나를 덮쳐올 혹은 덮쳐버린 감정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감정에 무감각하고 싶지는 않다. 감정이라는 게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어떤 감정이든 피하고 숨기지 않고 그 감정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감정은 쓰나미와 마찬가지로 그리 오래 지속되는 현상은 아니다. 짧은 순간 우릴 스치고 지나간다. 물론 그 감정을 오래 잡고 있을지 빨리 떠나보낼지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감정 자체는 그리 길지 않다.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고 때론 슬픔이 밀어닥쳐 눈물 흘릴지라도 사랑에 흠뻑 젖어보고 싶다. 때론 상실과 슬픔이 나를 집어삼킬지라도 마음껏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싶다. 다시 찾아올 기쁨의 순간을 위해서 온 마음을 다 해서 그 쓰나미에 휩쓸려보고 싶다.


그럼에도 지니감정에 붙잡혀 살고 싶지 않다. 슬픔의 감정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슬픔을 잡고 있고 싶지 않다. 다시 기쁨이 흘러들면 기뻐하고 싶다. 그러다 또 다시 슬픔이 찾아오더라도 지나가버린 과거의 좋았던 감정을 그리워하며 한탄하고 싶지도 않다. 이 슬픔이 가고 새롭게 찾아올 또 다른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기다리고 싶다.



지나간 모든 것은 그리움이 된다고들 한다. 지나가버린 감정은 기쁨이든 슬픔이든 돌아오지 않는다. 감정과 함께 흘러간 우리의 날들도 마찬가지다. 오늘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며 오늘의 감정에 충실히 살고 싶다.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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