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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Jul 27. 2016

나도 죽을힘을 다 해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모든 허물을 벗어던지고 뜨겁게 사랑을 갈구하는 매미처럼

쏴- 하고 매미들이 운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수년을 기다려온 애탐으로 사랑을 갈구한다. 매미들은 주어진 짧은 날들을 오직 온몸으로 노래하고 사랑을 찾는데 바친다. 그러다 어느 날 나무에서 툭 하고 떨어져 생을 마감한다.


어느 여름날 툭 하고 땅에 떨어져 쓸쓸히 죽더라도 나는 매미가 부럽다.

허물을 벗고 나무 위로 올라간 매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 노랠 부른다.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듯 웅장하고도 뜨거운 그들의 울림이 내 귀를 자극한다. 나는 이 뜨거운 삶의 날들에 가슴 터지도록 사랑을 노래한 적이 있었던가? 온몸과 마음을 다 해서 사랑해 본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뜨겁고 열렬히 사랑해보지 못했다는 슬픔에 그들의 노래를 한참이고 한참이고 들어본다.



매미들은 온 허물을 다 벗어던지고 사랑을 노래하는데.. 나는 이 더운 여름날 허물을 뒤집어쓰고 있다.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에도 나는 이 허물을 쉽게 벗을 수 없다. 그런 내가 마치 아직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땅 밑에서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는 매미 유충처럼 느껴진다. 

갑갑한 어둠 안에 갇혀 생각해본다.

"비록 지금은 허물을 뒤집어쓰고 땅 밑에 움츠리고 있을지라도, 내게도 다시 뜨거운 여름이 돌아온다면 온갖 허물을 다 벗어던지고 뜨겁게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사랑을 울부짖다 어느 날 문득 툭하고 바닥에 떨어져, 내가 노래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그렇게 사랑하고 싶다. 죽을힘을 다 해서 사랑해보고 싶다."

여전히 들려오는 매미들의 뜨거운 날들이 더욱 부럽고도 안타까운 오늘이다. 



사진 출처: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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