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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Jul 16. 2016

조금 더 소중히 대해주세요

#내가 더 솔직해지면, 나를 더 아껴줄 건가요?

계속해서 호의를 베풀면 왜 상처받게 될까?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서 서운함을 느낄 때가 있다. 우리 사이의 간격이 너무 가까워서 도저히 닿을 수 없을 만큼 멀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이다. 만약 내가 놓아버리면 이 관계는 끝이 나버릴까?하는 두려움과 함께 가슴 저 밑에 깔려있는 약간의 확신 때문에 불쾌감마저 든다. 


나는 늘 그래 왔다. 늘 괜찮은 사람이려고 노력했다. 가까울수록 더 예의를 차리고 싶었다. 사소한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쿨한 사람인 척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내 기분이 상해도 객관적으로 그 일이 사소한 것이면 그저 괜찮다고 뭐 그런 것을 신경 쓰냐고 웃으며 넘겼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봐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나는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며 혼자서 상처받고 오해했으며, 그런 오 헤로인 해 생겨버린 매듭은 풀리질 않고 계속해서 다른 매듭으로 이어졌다. 때론 매듭을 풀 수 없어 관계가 끊어져버린 적도 많다.


친한 친구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나 보다. 나는 예의를 지키고 싶은데 친구는 그렇지 않을 때 기분이 상하면서도 나는 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내가 양손에 들려있던 호의가 가득 담긴 케이크가 바닥에 떨어져 뭉개져버린 것 같다. 나는 뭉개져버린 관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주워 담아야 할지를 도저히 모르겠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가 제공한 것일까? 한 번이라도 솔직하게 내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은 내 잘못인 걸까? 아님 내가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도 소중히 해주길 바라는 것이 욕심인 걸까? 그 친구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가? 


불안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진짜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소홀히 한다 해서 상처받고 슬픔을 느끼고 초라해질 것 같지 않은데, 소중한 누군가의 홀대는 무척이나 속 상하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은 내 진짜 친구가 아닌 걸까? 내가 솔직하게 나를 내보이지 못하고 그저 괜찮다고 웃으며 말하면 사람들은 내가 그냥 그런 줄로만 알까? 정말 그게 다 일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인 걸까?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자 진짜 친구일까? 내가 대우받기를 바라는 대로 사람을 대하면 그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나를 대해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일까?

진짜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셰익스피어는 "친구라면 그 친구의 결점을 참고 견뎌야한다"고말했는데, 내가 그 친구의 결점을 참고 견디면 우린 진짜 친구일까? 사실 나는 나는 진짜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모르겠다. 가짜 친구와 진짜 친구를 구분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친구에게 서운한 점이 있음에도 말하지 못하고 매듭만 짓고 있는 내 모습 역시도 좋은 친구는 아닌 것 같다. 또 내 감정을 솔직히 얘기했다가 관계가 틀어질까를 걱정하는 것 자체로도 나는 좋은 친구가 아닌 것 같다.

내가 더 솔직해지면 나를 더 아껴줄 건가요?

사람 사이엔 늘 오해가 존재한다. 그런 오해를 막아보려고 모든 생각과 감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면 오해는 전혀 쌓이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나를 더 아껴줄까? 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절대적인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비겁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때론 솔직함이 독이 된 경우도 많았기에 나는 기다려보려고 한다. 내가 손을 놓았을 때 이 관계가 어떻게 될지를 지켜볼 것이다.  

내가 손을 놓는다고 이 관계가 끊어져버릴 것이란 생각 조차도 나의 오해일 수 있다. 만약 내가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운함을 토로했는데 친구가 오히려 나를 더 배려하려다 내게 서운함을 준 것이라면 내 감정은 너무 성급하게 말로 옮겨진 것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분명 나의 성급함을 후회할 것이다. 


반대로 정말 그 관계가 끊어져버린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선택의 결과니까. 그렇게 관계가 끊어진다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내가 손을 놓아버린다고 끊어질 가벼운 관계를 가까운 친구라고 믿었다면 그건 정말이지 심각한 오해고 착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관계는 차라리 끊어지는 것이 맞다. 나는 그런 관계를 친한 친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전전긍긍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는 않다. 


내 가까운 친구 한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누군가 나를 대해줬으면 하는 방식대로 사람들을 대할 것이다. 비록 상대가 그렇게 해주지 않고, 내 호의와 배려를 권리로 여겨버려서 또 서운할지라도 괜찮다. 나는 다만 내 방식대로 예의를 지키고 싶다. 그들과의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내게는 너무 소중한 친구들이고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욕심이겠지만 내가 예의를 차리는만큼 그들도 나를 소중히 대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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