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스리랑카?
이번 휴일에는 스리랑카에 다녀오겠다고 말하자, 식탁에 긴장감이 흘렀다. 동료들은 젓가락질도 멈춘 채,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부러워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거기 갈 생각을 다 했어?”
“그냥요, 궁금하잖아요.”
동료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나보다 더 들뜬 얼굴이었고, 또 누군가는 조심스레 물었다 — “거기… 여자 혼자 다녀도 괜찮은 나라야?”
‘아무렴, 시골은 순박하잖아요.’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스리랑카는 요즘 날씨가 어때?”
“땅은 한국보다 더 큰가?”
슬슬 쏟아지는 질문들. 그런데 정작 나도 아는 게 없다. 솔직히 찾아볼 생각도 안 했다.
“저도 잘 몰라요.
가서 확인하고 올게요.“
진심이었다.
단지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었을 뿐
사실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스리랑카는 나에게도 낯설었으니까. 이름을 들어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었을 뿐이다. 조건은 단 하나, 10시간 이내일 것.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도 싫고, 이곳저곳 경유도 싫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구글 지도를 유심히 관찰하는 도중에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네 글자 —
심지어 직항 비행기도 있었다. 5월 황금연휴에 연차를 붙이면 12박 13일 일정도 가능했다. 모든 것이 착 착 맞아떨어졌다. 항공권이 싼 지 아닌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눈 딱 감고 질렀다. 내 머릿속은 이미, 스리랑카에 가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도시 두세 곳쯤은 둘러볼 수 있는 일정이지만, 아는 곳이 없다. 동선을 짜야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데. 마음이 슬슬 급해졌다. 그렇다고 가이드북을 사는 건 내키지 않는다. 사진과 설명을 공부하다 보면, 정작 현지에선 예습한 내용을 확인하는 데 그칠 수 있으니까. 백지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챗지피티에게 여행 계획을 짜달라고 했다.
결과는 글쎄, 헛웃음만 나왔다. 아무리 12박 13일이라지만, 도시 네 군데나? 본인이 갈 것도 아닌데, 야무지게 짰다. 나 원 참, 그대로 했다간 기차에서 시간을 다 보내겠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적어도 가볼 만한 도시 이름은 알게 된 것이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 엘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차 노선이 있단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안 탈 수가 없잖아. 게다가 홍차밭이 유명하다니, 차나 한잔 마시고 오면 되겠다. 수도에서 기차로 8시간. 이왕 간 김에 일주일 정도는 있어야지.
도화지에 점만 찍어둔 것처럼
전체 일정에서 숙소만 정해 두었지만,
별 상관없었다.
여행지에서 여백을 채워 나가는 재미가 있으니까.
에어비앤비도 쓱 둘러보았다. 어차피 계획도 없는데, 호스트와 한 집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스리랑카에는 그런 집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방향을 틀자. 다른 여행자와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찾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공용 키친에서 조식을 제공하거나, 요리 수업이 열리거나, 원데이 투어가 진행되는 숙소 말이다. 내가 경험하고 싶은 여행을 최대한 세팅했다. 물론 성공을 보장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높여 보리라. 다행히 마음에 드는 공간을 예약했다.
엘라 요가원도 몇 군데 저장해 두었다. 여기에서 매일 수련하면 요가의 진가를 알 수 있을까? 요가가 왜 좋다는 건지, 나도 체험하고 싶었다. 물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긴 하다. 일출을 보면서 기지개를 켜고, 노을이 지면 자러 가기 — 그런 하루면 충분했다. 자연의 시간대로 살아보는 것,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