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매드를 향한
치앙마이 여행
작년 내내 붙잡고 있던 질문 하나가 있었다 —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나는 상상도 못 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전 세계 디지털 노매드는 한둘이 아니란다. 그렇다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일단 그들의 비결을 찾아보자.
인터뷰, 다큐멘터리, 책 — 닥치는 대로 다 뒤졌다.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밑줄을 긋고 또 그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허전했다. 대부분 ‘될 사람만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미 자기만의 영역이 탄탄한, 그들만의 세상. 나와는 너무도 먼 세상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사람은 없는 걸까?’
결국 직접 부딪혀 보기로 했다. 단숨에 치앙마이 항공권을 질렀다. 떠나자, 디지털 노매드의 성지로.
여행 목표는 하나였다, 최소 10명과 대화할 것.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매일매일을 계획했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우선 외국인 호스트와 지내는 에어비앤비를 골랐다. 치앙마이에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물어볼 수 있을 테니까. 왓츠앱 디지털 노매드 채팅방에도 들어갔고, 구글맵에는 공용 오피스를 빼곡히 저장했다. 관광지를 찾아보진 못했지만, 세상을 만나는 계획은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여행 작가를 향한
스리랑카 여행
이번에는 스리랑카로 떠난다. 이유는 딱 하나, 그냥 궁금해서. 치앙마이에서는 우연을 연출했다면, 이번에는 우연에 맡겨 보련다. 교통편과 숙소 외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스리랑카에서 네 카드 출금되는지 확인해 봐.” 친구의 이 한 마디가 없었다면, 현지 ATM 기기 앞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무래도 작년보다 나사가 빠진 게 분명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치앙마이에서 네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이번에 목적이 흐릿했던 거야. 너 자신을 봐줘.’ — 내 안의 담대한 영혼이 말했다. 하지만 자책하고 싶은 마음도 고개를 들었다. — ‘그건 그냥 게으른 거야.’ 그래, 둘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담담이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었다.
2027년 3월, 나만의 퇴사 시간표였다. 달리기 트랙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마음이 편했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욕심도 없었다.
하지만 퇴사한 후에 뭐해먹고 살 지 결정하진 못했다. 한 가지 방향성은 있다 — 글쓰기. 책 써서 돈 버는 시대가 한참 지났다고 하지만, 경험을 글로 가공하는 과정이 재밌다. 그렇다면 글감을 잔뜩 채집해 오겠어. 더 이상 여행 계획이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건, 이 경험을 퇴사 준비에 써먹어 보는 것. 재빨리 공책을 꺼내어, 이번 여행의 목표를 메모했다.
* 매일의 순간을 간단히 영상 촬영할 것 (숏폼 확장)
* 매일의 감정을 기록할 것 (에세이 확장)
* 네이버 포스팅 주제 10개 이상 선정하기
쓰고 나니, 그럴듯했다. 무리한 목표는 피했다.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여행자의 시간도 중요하니까. 그저 꾸준히 기록하고 싶었다.
모험을 떠나는 자세
두렵다, 재밌게 놀다 오기만 할까 봐.
두렵다, 몇 번 연재하고 내동댕이 쳐버릴까 봐.
두렵다, 아무도 읽지 않을까 봐.
그래도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지금은 여행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연습이 중요하니까. [중증외상센터] 이낙준 작가도 말했다, 어떤 임계치에 우선 도달해야 실력이 는다고. 나도 그렇게 할 참이다. 잘 쓰지 못해도 괜찮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언젠가 진짜 무기가 되겠지.
일단 가보자고.
그리고 계속 써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