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무조건 편안히
출국 전에 가장 먼저 챙기는 건,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이다. 공항 앞 택시는 바가지를 쓸 수도 있고, 우버는 잡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Klook 픽업 서비스로 미리 예약하는 편이다.
‘첫날은 무조건 편안히' —
나만의 오래된 여행 철칙이다.
이 와중에 내 눈을 사로잡았던 Murphy's villa.
공항에서 단 10분, 픽업비는 3달러.
이건 운명이라고 밖에.
주저 없이 예약 버튼을 눌렀다.
덕분에 생각도 못한 동네를 구경하게 생겼군.
나는 이렇게 에어비앤비가 점지해 준 여행지가 좋다.
Check In 도와준 스태프는 영어도 유창하고 매너도 몸에 밴, 타고난 서비스업 종사자였다.
“스리랑카 첫 여행이세요?"
“며칠 머무시나요?"
“내일은 네곰보 수산시장에 가보세요."
우리는 10분 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덕분에 뭐 하고 놀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 세심하게 챙겨주어서 고마울 뿐이다.
이튿날, 알람도 없이 눈을 떴다. 시끌벅적 새소리 때문이었다. 어떤 새는 지저귀듯이 울었고, 어떤 새는 속삭이듯이 울었다. 마당에 나오니, 두 팔로 감쌀 수 없는 나무가 두 그루나 있었다. 이곳이 새들의 아지트인가. 숙소 한 번 제대로 골랐다.
어차피 더 자긴 글렀다.
로비에 앉아서 차나 마셔야지.
바람이 좋았다.
그때였다. 단정한 슈트를 입은 남자가 옆집에서 나왔다. 숙소 주인 차만다였다. 픽업 서비스 때문에 이 숙소를 예약했다고 말했더니,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운명이라고. 나도 덩달아서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살았던 집을 에어비앤비로 개조한 거예요.
옆옆집에는 삼촌까지 살아요.
이 골목은 우리 가문과 거의 함께 했죠.“
이 사람은 그저 집주인이 아니라,
이곳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이 에어비앤비 예약하길 잘한 것 같아요.
마당에 있는 저 나무가 매력적이에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거든요.”
내 말을 곰곰이 듣던 차만다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자연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가장 좋아하는 비밀 공간을 소개해 드릴게요.”
방금 호스트의 세계에 초대받은 건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우리는 루프탑까지 올라갔다. 마당 나무가 여기까지 쭉 뻗어 있었다. 그는 푸릇한 가지를 하나씩 걷어내고, 그 사이로 쏙 들어갔다.
순식간에 나무 잎사귀에 둘러싸였다.
"바로 이곳이에요.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여기서 명상하거나 심호흡을 했어요.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이 정리되더라고요."
그는 혼자 즐겨보라며, 고맙게도 자리를 비켜주었다.
햇빛이 강렬한 날이었는데, 이 안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새소리도 가까이에서 들리고,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눈을 감으니 주변의 에너지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오늘 저녁에는 뭐 먹지?' '마무리 못한 업무가 있는데, 괜찮겠지?' '아까 찍은 영상은 잘 나왔을까?' 등등의 온갖 잡념들이 바람에 흩날리듯 하나씩 사라져 갔다. 마치 누군가 내 머릿속 라디오를 꺼준 것처럼.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만 머무르는 것,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이 나무를 만나기 위해
이 먼 곳까지
날아온 건 아닐까.
나무에서 나오니 차만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땠어요?"
“와, 머리가 완전히 리셋된 기분이에요.
내일도 가봐야겠어요. “
그는 대답 대신, 환하게 웃었다.
여행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준다. 3달러짜리 픽업 서비스 때문에 예약한 숙소에서 이렇게 환대를 받을 줄이야. 어느새 이 동네의 매력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