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요리는 못 하지만, 수산 시장은 마음에 쏙

by 은손


노량진부터 자갈치 시장까지
수산시장이라면
누구보다 익숙했던 나


명절 때마다 부산을 오갔기에, 웬만한 생선은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네곰보에 도착한 순간, 그 자부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생선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오전 11시가 넘도록 작은 통통배가 줄지어 닻을 내리고 있었다.


이 시장의 아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에서는 얼음 위에 생선을 진열한 가게가 대부분이지만, 네곰보에서는 바닥에 그대로 펼쳐놓고 판다. 스티로폼에 전시한 가게는 그나마 위생에 신경을 쓴 편이다. 어제만 해도 찬 바람이 나오는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단 하루 만에 시간을 거슬러 온 듯했다.


똑같은 2025년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동네 사람들은 내가 신기한 지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Where are you from?"

"Korea."

"North? or South?"


백이면 백, 대화는 늘 이렇게 흘러갔다. 참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었다. ‘I am from South Korea’ 티셔츠라도 입고 올 걸 그랬나.


그 와중에 한 상인이 손짓 발짓을 하며 열심히 말을 걸었다. 한 마리라도 팔려는 눈치였다. 그가 설레발치기 전에, 조용히 옆 가게로 몸을 피했다.


시장 한쪽에는 손질 전문가가 있었다. 손님이 생선을 건네면, 정확히 뼈를 발라냈다. 살점 토막 내는 솜씨가 마치 묘기 수준이었다. 가방에 피가 튀긴지도 모른 채, 그 자리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건 단순한 생선이 아니었다. 엄청난 집중력, 차분한 눈빛, 정밀한 손짓까지 — 바다 한 조각을 건네받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가진 이 기술이 얼마나 특별한지 알기나 할까.


건너편에서는 경매가 한창이었다. 생선을 소개하는 사회자, 그를 둘러싸고 가격을 외치는 사람들, 그리고 구경꾼들까지 — 온통 활기와 열기로 가득했다. 이윽고 한 사람에게 생선을 건네자 희비가 엇갈렸다.


피시마켓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을까. 목적지는 딱히 없지만, 주변을 걷고 싶어졌다. 부디 얼굴이 타지 않길 바라며, 걷고 또 걸었다. 동네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어떤 이들과는 대화가 티키타카 잘 이어졌고, 어떤 이들과는 짧은 인사만 나누었다. 셀카를 함께 찍자며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

동네에 스며 들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지금 막 낚시에서 돌아온 배 몇 척을 발견했다. 선원 여섯 명이 양쪽에서 그물을 쥐고, 박자를 맞춰 허공에 흔들었다. 갑자기 은빛 멸치가 우수수 쏟아졌다.


출항을 준비하는 배도 있었다. 1시에도 어업이 계속되는 걸까. 온몸을 스카프로 싸맨 아저씨가 나를 보면서 외쳤다.


“Fish. Fish. Fish“


Pixabay

낚시하러 간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도 두 팔을 흔들며 인사했다.

— 아저씨, 오늘도 생선 가득 채워서 돌아오세요.


계획에 없던 하루가 이렇게 완벽할 수 있다니.

어쩐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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