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뭐라도 좀 먹어야 했다. 하루 종일 참치만 구경했으니, 이제 맛볼 때도 되었지. 구글맵을 검색하던 중, 특별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 Tuna King. 전문점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당장 우버를 호출했다.
택시는 골목을 구불구불 파고들었다. 여기에 식당이 있다고? 점점 불안해질 무렵, 예상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식당 안 수영장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나게 놀고 있었던 것이다. 맞은편 숲을 보면서 식사하는 사람들, 물에 젖은 채 음식을 집어먹는 아이들, 느긋하게 서빙하는 직원까지 — 일상과 휴식이 뒤섞인 이 순간. 이렇게 꽉 찬 행복이 또 있을까.
그때였다, 누군가 통통배를 타고 가로질러 갔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도 타고 싶다' —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어디로 가야 태워줄까. 구글맵에 BOAT 키워드를 검색하니, 결과는 단 하나. 우선 그쪽으로 가보자.
이번 아저씨는 수다쟁이였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긴 듯했다. 그는 어쩌다 택시 기사가 되었는지 쉴 새 없이 풀어내더니,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 여기에 왜 가는 거야?”
“배 타고 싶어서.”
“아, 그럼 굳이 거기까지 안 가도 되는데.
나 아는 동생도 가까이에서 배 모는데, 한 번 물어볼까?
경력이 오래되었으니, 손님을 잘 챙겨 줄 거야.”
옳거니. 어차피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이 배를 태워주는지도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고, 시간까지 대신 예약해 주었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택시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라며 연락처를 남기고 사라져 버린 그. 모든 게 인터넷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시대에, 이곳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충분했다. 덕분에 낯선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맞출 수 있었다. 투박했지만, 따뜻했다.
선착장에서 통통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올라타니, 배가 흔들렸다. 기관사는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유럽 손님은 많이 태워 봤는데,
검은 머리는 처음이야.”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
“북한 사람이야? 아니면 남한 사람이야?”
“남한이요.”
그는 다행이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마음이 편하네.
미스터 김이 대통령이었으면 긴장했을거야.“
“마담, 저기 봐.
와룬이야.
두 마리나 놀러 나왔어.“
그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니, 왕도마뱀이 막대기를 붙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난 봤다, 혀를 비비면서 서로 인사하는 현장을. 혹시 커플이니.
나는 도시 촌년이라서 그저 신기한데, 아저씨는 척척박사다. 어디에 나타나는지, 무엇을 먹는지, 몇 살인지 — 모르는 게 없다. 손가락 하나로 페리칸, 플라잉 피시, 원숭이까지 소환해 냈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언제나 생명이 있었다.
우리는 잠시 호수에 정박하고,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바나나에 꼬꼬넛까지, 언제 다 가지고 온 걸까. 안 그래도 물 마시고 싶었는데, 잘됐다.
과즙을 다 마시고 나니, 껍질을 잘라서 되돌려 주었다.
“남은 과육은 이걸로 퍼 먹어봐.
꼬꼬넛 수저야.”
진짜였다. 속살이 어찌나 잘 긁어지는지, 감탄만 나왔다. 자연을 백 퍼센트 활용하는 데 도가 튼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맞은편 몽키 아일랜드. 섬 이름처럼 원숭이가 사방팔방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는 나에게 바나나를 건네며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말했다.
“절대 만지면 안 돼.”
꼬마 원숭이가 손에 든 바나나를 낚아채더니, 어디론가 도망치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두 세번째에는 느긋하게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그 사이 신뢰 점수라도 딴 걸까.
기관사 아저씨는 바닥까지 싹 싹 긁어먹은 꼬꼬넛을 가지고 등장했다. 갑자기 다시 꺼낸 이유가 궁금했는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원숭이가 잽싸게 채갔다. 이것조차 먹이였구나.
이번에는 견과류를 손바닥에 올렸다. 어떤 원숭이는 내 손바닥을 당기며 먹어댔다. 누가 그들을 사나운 동물이라 했던가, 이렇게 얌전하고 귀여운 것을.
돌아가는 길, 기관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운전 한 번 해볼래?”
나는 대답 대신 핸들을 잡았다.
두 손끝에 엔진의 떨림이 전달되었다. 중앙을 가로지르고 싶었지만, 내 배는 가장자리만 맴돌았다. 결국 나는 핸들을 돌려주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오늘부로 나는 통통배를 몬 사람이 되었으니까.
배에서 내리며, 오늘 하루를 천천히 되짚었다. 생선과 함께 하루를 여는 어부, 곁에서 매일 포식하는 까마귀, 라군 생태계를 꿰뚫는 기관사. 다른 종들이 조각처럼 맞물려, 하나의 생태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 다짐했다, 언제나 스리랑카처럼 살아가자고 —
무엇이든지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어른.
국적이나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기보다
선을 잇는 사람이 되자.
다름은 틀림이 아니었음을, 마음에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