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숙소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3시간 반. 빠이에 도착하니, 하늘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늦은 밤에 도착했는데, 호스트는 나를 환하게 반겼다.
“Hi, Jasmine.”
나에게 인사를 건넨 그녀의 이름은 녹.
까무잡잡한 피부,
허리까지 내려온 파마머리,
키는 150cm 정도였다.
그 옆에 안경을 쓴 흰머리 배불뚝이 신사는 데이브다.
이 에어비앤비의 독채 어딘가에 산다고 했다.
혼자일 수도 있고, 함께일 수도 있다니 —
예감이 좋았다.
여기에 오기까지는 긴 사연이 있었다. 육체는 매일 출근하고 있지만, 영혼은 없었던 나날들.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빠이에 가보는 건 어때.
시골인데, 그렇다고 또 심심하진 않아.
언니가 진짜 좋아할 것 같은데?“
내 여행 취향을 잘 아는 친구가 빠이를 강력 추천했다.
그날부터 일사천리로 진행해 버렸다.
항공권을 샀으니, 에어비앤비만 예약하면 끝.
이왕이면 호스트와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에어비앤비에 예약하고 싶다. 다행히 인도네시아, 네팔, 이집트 등지에서 수련한 힐러가 운영하는 MYSTERY SPRINGS 숙소를 찾았다. 빠이에 힐러, 이름까지 —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숙소는 마치 공원처럼 넓었다. 독립된 공간만 해도 네다섯 채는 되어 보였다. 내가 예약한 독채는 맨 안쪽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에서 진동이 울렸다. 맞다, 점심도 못 먹었지.
“그런데 이 근처에 문 연 식당이 있을까?“
그에게 물었다.
“아이고, 저녁 아직 안 먹었구나.
그럼 녹에게 부탁할게.
식당은 야시장 근처까지 가야 되거든.”
다행이었다.
이 다정한 부부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굶을 뻔했다.
방에 캐리어를 내린 후, 키친 겸 거실로 사용하는 독채에 갔다. 기둥은 형형색색 구슬로 빽빽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천장에는 힌두 신들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각종 조각상도 수십 개는 되어 보였다. 이 세상 모든 신들이 이곳에 공존하고 있으니, 신성한 기운이 흐르는 것도 당연했다. 보면 볼수록 종교학에 미치지 않으면 만들어낼 수 없는 작품이었다.
“사원이 좋아서 집을 사원으로 만들어 버렸어.”
— 눈이 휘둥그레진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럼 언제부터 집을 지은 거야?”
“2004년에 결혼했으니까, 그때부터.
작년까지 계속 지었어.
거의 20년 걸렸네.”
뭐 하나 꾸준히 못 하는 나는 상상도 못 하는 기간이다.
“인테리어는 직접 했어.
나무도, 돌도, 조각상도 전부 다 애정을 가지고 골랐지.
우리가 만들어 낸 이 집이 자랑스러워.“
이 정도만 해도 괜찮지 않냐며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할 수도 있을텐데,
기준점을 늘 높이, 더 높이 잡았다.
프리미엄 자재가 있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갔으니까.
문득 그들의 배경이 궁금했다. 데이브는 종교학을 수십 년 동안 공부한 전문가란다. 책만 보았던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신들의 세계를 탐구해 왔다고. 그 여정 끝에서 그는 우연처럼 빠이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녹은 요가 선생님이자 타로 카드 리더, 대체 의학 전문가였다. 이 집은 그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스며든 공간이었다.
요리를 기다리는 사이, 데이브가 타로 카드를 봐주기로 했다. 녹에게 열심히 배운 덕분에 그 역시 리딩할 수 있단다. 그가 추천하는 오쇼의 덱에서 한 장을 뽑았다.
Do your work
—
unless you do the work close to heart
you will remain unfulfilled
분명히 수십 장 중에 아무거나 한 장 뽑았는데, 이런 카드가 나오다니. 기분이 묘했다. 아니, 어안이 벙벙했다는 게 더 맞겠다.
"넌 어떤 일을 해?"
"IT 회사에서 광고를 교육해 줘요.“
“흠.“
카드의 조언을 내밀며, 나에게 다른 커리어를 시작할 때가 되었단다. Do your work. 뻔한 말이지만, 20년 동안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온 사람이라서 그럴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가슴이 울렸다. 데이브와 녹 부부를 만난 것도, 이 집에 머물게 된 것도, 그리고 이 카드를 뽑게 된 것도 — 우주가 너만의 일을 하라고 손짓한 건 아닐까.
저녁도 다 먹고, 방에 들어왔다. 방을 꼼꼼히 둘러보니, 그들의 생활공간만치 신이 녹아들어 있었다. 에어비앤비까지 완벽에 완벽을 가한 거구나. 이 긴 세월 동안 목표를 향해서 걸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내일,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