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등산을 다녀온 등린이의 선택

by 말랑


등산화도 없는 등린이

한라산

나는 등산화도 제대로 구비하지 않은 등산계의 어린이지만, 설악산, 한라산, 북한산 정상에 이미 다녀왔다. 스틱도 없이 반나절만에 설악산에 다녀왔다고 하면, 모두 다 놀란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지 몰랐다. 산을 좋아하는 아빠와 동생 덕분이다. 두 사람이 가자고 하면, 나는 일단 따라나선다.



그래도 새해 첫날에는 북한산


우리를 따라온 강아지

새해 첫날에도 북한산에 갔다. 아빠가 제안한 루트는 바로 북한산 숨은 벽 능선이다. 마치 이름값이라도 하듯, 등산객이 별로 없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계곡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우리만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대기에서는 북한산 능선을 감상할 수 있고, 서울에 옹기종기 모인 건물도 보였다. 올라오는 건 어렵지만,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심호흡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이런 게 좋은 거 보니 늙기는 늙었나 봐." 동생이 말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 좋아했는데?"라고 받아치니, 거짓말 좀 하지 말란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취향은 변한다

여전히 사랑하는 바다

솔직히 취향이 변하기는 했다. 어린 시절에는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했는데,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 산이 좋아졌다. 특히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눈 쌓인 나무가 일품이다. 등산이라는 행위의 매력도 알아가는 중이다.


최근에서야 좋아하게 된 여행지, 일본

동생이 말했던 것처럼, 나이가 들어서 산이 좋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나이 때문에 취향이 변했다는 사실은 반갑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매력이 있다면, 아직도 내가 경험하지 못한 취향이 많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



나의 새로운 취향, 등산

스리랑카 산에서 마주친 나무

등산에 관심 없다고 말하면서 그다지 거부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아무래도 산을 좋아하는 것 같다. 멋진 등산화를 사야 할 운명인가 보다. 취미가 없어서 심심하다고 툴툴거리는 대신, 등산을 품어 보자고 생각했다. 올해는 얼마나 자주 등산을 하게 될까. 올해는 얼마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까. 새 등산화를 신고 전국을 누비는 상상을 하니, 벌써 설레인다. 고마워, 등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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