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오래갈 리 없다는 믿음

몸이 먼저 알아차린 불안

by 이백


킥보드가 유행하던 때였다.
남편과 나는 킥보드 두 대를 샀다.
우리에게 처음 생긴 취미였다.

남편은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달리는 일은
생각보다 더 들뜨는 일이었다.

주말이면 한강 공원이나
동네의 큰 공터로 나갔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아, 이거 오래 못 가겠구나.

행복하다는 감정보다
먼저 올라온 건 불안이었다.

손이 차가워졌다.
손끝이 저릿저릿해졌다.

누군가 이걸 곧 가져갈 것 같은 느낌.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행복한데
마음 한쪽에서 자꾸 속삭였다.

너 이거 가져도 되는 사람이야?
이거 네 거 맞아?

나는 그 질문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래,
내가 가져본 적 없는 걸
지금 잠깐 들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 순간에도
속으로 미리 내려놓았다.

괜찮아.
곧 없어져도 괜찮아.

행복을 내 것이라 부르지 않으면
잃어도 덜 아플 테니까.

나는 행복을 미리 반납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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