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구조로 살았는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선택

by 이백

나는 원래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그렇지 않았다.


느끼는 대신
판단했고,
감각 대신
구조를 택했다.


그건
도망이 아니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


느끼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고,
구조를 잡으면
기능할 수 있었다.


구조로 사는 삶은
나를 무너지지 않게 했다.


현실을 유지하게 했고
버티게 했고
하루를 넘기게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의미에 대한 질문은
그동안 미뤄두고 살았다.


왜 사는지,
어디로 가는지 같은 질문은
너무 무거워서
당장 다룰 수 없었다.


요즘 들어
그 질문들이
다시 아주 조용히 돌아오고 있다.


폭주하지 않고,
나를 밀어붙이지도 않고.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남긴다.


나는 지금
구조를 버리려는 것도 아니고
의미만 선택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 둘 사이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아직 완전히 바뀌지 않았지만,

더는 예전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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