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언드래곤 Jan 23. 2017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feat. pepporkakor, Julbord

크리스마스, 새해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했나요.

예전에 내가 하던 게임 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한창 하던 적이 있었다. 그 게임은 커뮤니티가 참 활발한 게임이었는데, 크리스마스 당일엔 한 가지 신기한 일이 일어나곤 했다. 그건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때 집에서 혼자 게임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원래 아이디 접속을 안 하고 괜히 새로운 아이디를 생성해서 플레이하는 현상이었다. (기존 아이디로 접속을 하면 그 사람이 접속했다는 걸 친구, 혹은 길드원들이 다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날만 불모의 땅이라는 초보 지역이 사람들로 아주 붐볐다.)

나는 뭐 게임하는 게 어때서란 생각에 그런 짓을 안 하고 당당하게 게임을 즐겼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왠지 이날은 애인과 같이 보내야 하는 날로 각인되어 있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가 껴있는 12월은 매우 특별한 달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주로 믿는 종교가 루터교인 탓인지, 11월부터 Advent라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길거리엔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꾸며져 있으면서 가정집에는 Advent Star와 Candle stick 들로 장식이 되어 있다.


Advent Candlestick (요즘엔 실제 초 보다 LED초를 많이 쓴다.)
Advent Star

학생들의 주 대화 주제는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할 거냐는 것으로 바뀌고, 마트에서는 각종 크리스마스 용품들로 가득 차 있으며, 각종 쇼핑몰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행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스웨덴에서는 크리스마스 관련 기념일(?)로 Lucia day란 것도 있다. 이는 12월 13일로 성녀 Saint Lucia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 날에는 교회나 학교 등에서 여학생들이 루시아 복장을 하고 캐럴이나 루시아 기념 노래를 같이 부르는 것이 전통이다.


Lucia day


대략 스웨덴의 12월은 이런 의미로 굉장히 화려하다. 만약 겨울에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11월이나 12월쯤 스웨덴으로 오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꺼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유럽도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라 전 유럽이 온통 축제 분위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이런 스웨덴에서 내가 체험한 것들에 대해 이제부터 말해보도록 하자. 사실 위에서 나열한 내용들은 내 블로그가 아니라 다른 블로그나 사이트에서 더욱더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으니 최대한 짧게 서술하려고 했다. 나는 겨울을 맞이하여 비록 1월에 있는 시험 준비 때문에 많은 것을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내보았다.


1. Pepparkakor


Pepparkakor는 스웨덴의 전통 쿠키이며, 크리스마스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도 좋다. 스웨덴 가족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가족들이 모여서 Pepparkakor를 같이 구워서 트리에 장식하기도 하고, 그냥 다 같이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마켓에서 엄청난 양의 Pepparkaor를 팔기도 한다. 


나는 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서 스웨덴 친구와 함께 이 pepparkakor를 같이 구워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읽으면서 pepparkakor가 대체 뭔데? 싶은 분들은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길 ㅎㅎ

Pepparkaka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 (밀가루, 도우, 밀대, 틀)


준비물은 위 사진과 같다. 이것만 봐도 대충 아 어떤 쿠키인지 감을 잡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무튼, 준비물은 밀가루와 도우, 밀대와 틀 정도만 있으면 끝이다. 만약 도우를 직접 만든다면 각종 재료를 포함해 매우 복잡한 작업이 되겠지만, 우리같이 그런 도우를 만들기 귀찮거나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마트에서 도우만 따로 판다. 


사실 만드는 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나는 쿠키를 구워본 적도 없고, 베이킹 자체가 거의 처음이다시피해서 pepparkakor를 만든다길래 좀 겁을 먹었었는데 그럴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저 밀가루를 밑에다 조금 깐 다음에 도우를 밀대로 살살살 얇게 펴고 틀로 찍어서 분리한 다음 오븐에 구우면 끝이다. 조금 어려운 작업이라고 하면 오븐에 굽는 것인데, 시간을 잘 못 계산하면 금방 타버리기 때문이다.


오븐에 굽는 중
따끈따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Pepparkakor

맞다. Pepparkakor는 스웨덴식 Gingerbread (생강빵)이다. 다만, 맛이 살짝 다르다든지 하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직접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고, 맛도 있어서 2017년 크리스마스엔 내가 직접 구워볼까...라는 용감한 생각도 한번 해본다. 그나저나, 스웨덴 가정에서 가족들이 모두 오손도손 모여서 같이 쿠키 반죽을 빗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꽤나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 좋은 문화인 것 같다.


2. Julbord

스웨덴에서 내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즐긴 스웨덴 문화 중 또 다른 하나는 Julbord라고 하는 크리스마스 뷔페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볼 수 있는 이 뷔페는 원래 가정에서 각종 음식을 놓고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한 뷔페인데, 나는 스웨덴 가정집을 방문할 수 없으므로 이 뷔페를 체험하기 위하여 이케아로 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케아


이케아에서는 139kr에 Julbord를 즐길 수 있었다. 돈을 지불하면 아래 사진과 같은 티켓을 나눠주는데, 먹는 동안 저걸 옷에 붙이고 있어달라는 점원의 설명이었다.

스웨덴어로 I am eating Julbord 라는 뜻


뷔페이니만큼 음식 사진을 전부 찍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앞에서 사진 찍기가 민망했다. 그리하여, 내가 먹은 음식 사진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접시는 안전하게 맛이 보기만 해도 느낄 수 있을만한 그런 음식들을 골라와서 먹었고 다음 두 번째 접시는 스웨덴 친구의 추천에 따라 새로운 음식들을 이것저것 주워 먹어 보았다.



역시 뷔페인 만큼 첫 번째 각종 고기류의 음식들은 맛이 있었고, 스웨덴 친구가 추천해준 두 번째 접시는 맛이 참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각종 생선들과 채소들이었는데, 내가 원래 생선류의 음식을 싫어하는 편이라 아주 조심스럽게 먹어봤다. 근데 생선은 생각보다 맛이 있었고, 채소류는... 흥미로운 맛을 가지고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pepporkakor도 있고, 디저트인 빵과 케이크 등도 구비되어 있어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다.


3. 끝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유럽 학생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고, 집으로 돌아갈 여력이 안 되는 아시안계 학생들은 여행을 떠난다. 나는 여태까지 크리스마스를 쉬는 날 이외에 뭔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 와서 지내보니 크리스마스는 정말로 중요한 날이라는 게 체감이 된다. 아마 모든 가정집 창문에 별과 촛불이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본다면 누구나 그런 기분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즐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 일지라도 종교를 떠나서 크리스마스는 정말 대단한 날인 것 같다.


참고로 학교는 대부분 12월 중순에 수업이 종료되고 1월 초에 시험을 본다. 그래서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시간 여유가 굉장히 많이 생기지만, 무엇을 하고 쉬어도 왠지 가슴 한편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놀게 된다. 나만 그런진 몰라도 시험에 대한 압박이 의외로 있기 때문에, 뭔가 공부를 계속해야만 할 것 같고 그런 기분이 계속되었다. 왜 그냥 12월 중순에 시험을 보고 깔끔하게 쉬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포스팅은 스웨덴에서 치르는 시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스웨덴에서의 시험은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나름 처음 시험을 보았을 때에는 살짝 문화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린셰핑 대학의 겨울 풍경사진을 하나 올리면서 마무리하겠다.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용~ Hej då!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에서 즐기는 한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