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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Oct 09. 2016

Study! 같이 할래요?

Sweden Linköping에서의 공부란?


1등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스웨덴에 와서 느끼는 건 사람들이 1등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하면 모두가 꼴찌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스웨덴도 정당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이념을 가지고 있기에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진 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조급해하던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는 건 스웨덴이었다.


나는 학부시절에 전자전기 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도 Electronics Engineering의 석사 공부를 진행 중이다. 스웨덴의 석사과정은 한국의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한국에서 대학원을 진학해 석사 공부를 한다고 하면, 먼저 교수님과 컨택해서 연구 분야를 정하고 연구실에 들어가 연구와 공부를 같이 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 (물론 안 해봐서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고 있는 스웨덴의 석사과정은 마치 학부과정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어떤 교수님과 컨택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course를 선택해 과제와 시험을 보고 학점을 따는 과정이다. 물론 마지막 학기에는 논문을 준비하여 작성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린셰핑에서는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내가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린셰핑의 학기

우리나라는 보통 학년을 시작하는 게 봄 학기 기준으로 시작하는 데에 반해, 스웨덴은 가을 학기가 먼저 시작이 된다. 물론, 각 프로그램이나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겨울 방학이 방학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만큼 짧고, 대신에 여름방학이 매우 길다. 그리고 각 학기는 2개의 period로 나누어서 수업을 듣게 된다. 그래서 과목들은 1학기 (2 period) 내내 진행되거나, 1 period에 수업이 끝나거나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이번 학기에 총 5과목을 듣고 있는데, 한 과목은 학기 내내 진행되고 2 과목이 첫 번째 period, 나머지 2 과목이 두 번째 period에 진행이 된다.


그렇게 구간을 나누게 되니 아무래도 짧은 기간에 한 과목을 듣게 되니 엄청나게 수업이 빠르게 진행된다. 내가 대학교 때 수업을 들은 방식과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는 나한테는 공부할게 몇 개밖에 없으니 이 기간 동안엔 이 수업에만 집중하면 되니 아무래도 관리하기가 훨씬 편한 것 같다. 아, 물론 공부량이 적다는 건 절때 아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석사 생활은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케줄 소화하기가 힘들다. 스웨덴에선 분명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공대생이라서 그런 건가?

나의 일주일 시간표 (대부분은 실험이라 빨리 끝낼수도 있지만, 나는 주어진 시간도 모잘라 남는 시간에 더 했다.)


수업은 시험이 포함될 수도 있고, 과제나 프로젝트로 대체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물론 다 잘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사정이란 게 있다 보니 Fail을 받을 수가 있는데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재시험 혹은 재수강이 가능하다. 린셰핑의 경우 가을학기 첫 번째 period (9월~10월)에서 fail을 받을 경우 1월에 재시험을 볼 수 있고, 두 번째 period(11월~12월)에서 fail을 받으면 다음 학기 3월에 재시험을 볼 수 있다. 재시험에서도 fail을 받으면 과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음 학기에 또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그것조차 fail을 받으면 수업 자체를 다시 들어야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정말 기회를 많이 주는 거 같다. 이래도 pass를 못해? 이래도?라고 하면서 계속 기회를 준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사실 과목에서 pass 못하면 어떻게 하지란 걱정도 많이 하고 고민 상담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시스템을 보면 확실히 열심히만 하면 pass는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아, 참고로 저 스케줄은 그저 표준 예시일 뿐이고 과목마다 스케줄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왜냐하면, 시험을 아예 안보는 과목도 있고 여러 번 보는 과목도 있기 때문이다.


2. 그룹, 그룹?, 그룹!

린셰핑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다르다고 생각한 게, 그룹 프로젝트와 실험이었다. 학부시절엔 나는 그룹 과제나 프로젝트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가끔 교양수업에서 한두 번 해본 기억이 있긴 한데, 그건 교양이기도 했고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 크게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전공수업에선 실험에서 그나마 3명 정도가 조를 짜서 하긴 했는데 그것도 레포트만 잘 쓰면 되는 수준이라 안 해봤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아마 공대라서 그럴지도 모르고, 내가 수업 선택하는 운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선 내가 몇 개 수업을 안 들어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프로젝트와 과제, 실험 등 그룹으로 하는 게 많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하여!


내가 듣는 과목 중 Design of Digital systems 과목이 있는데 VHDL을 사용해서 FPGA board를 프로그래밍하는 과목이다. 비 전공자는 저게 대체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컴퓨터 만드는 법을 아주 기초부터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 같다. 내가 굳이 이 과목을 언급한 이유는 이 과목이 시험이 없이 그룹 프로젝트와 그룹 과제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그 방식이 흥미로워서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먼저 그룹과제가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말이 그룹 과제지 처음에는 Laboration이라고 되어 있어 실험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같은 수업에서 친해진 한 명과 그룹을 짜서 수업에 들어갔는데, 교수는 아무런 설명을 안 해주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열심히 해~, 모르는 거 있으면 질문해~라고 말하고 끝이었다. 컴퓨터를 어떻게 켜야 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정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컴맹은 아닌데, 당시에는 로그인하는 방법도 몰랐고, Linux는 처음 접해본 데다가 어떤 software로 진행하는지도 아예 몰랐었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실험이란 걸 할 땐 조교 같은 사람이 들어와서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이건 어떻게 동작하고 하는 설명을 쭉 한 뒤에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그래도 어떻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시작을 하긴 했고, 아무런 기초 지식이 없던 나였지만 계속 같이 연구하고 공부하다 보니 하나 둘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었다. 혼자 하면 아무래도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기가 힘들고, 문제 해결이 더딜 수밖에 없을 텐데, 그룹으로 진행하니 훨씬 수월했다. 물론, 막히는 부분도 있고 서로 간의 트러블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모든 과정이 교육의 일부분 아닐까 싶다.

(참고로, 스웨덴의 그룹 과제도 그룹 과제이다. 누가 그랬던가 그룹과제를 하면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그룹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라 추후에 다시 글을 쓸 것 같다. 


3. 린셰핑의 공대 강의

내가 듣는 공대 강의는 사실 크게 언급할 게 많지는 않다. 개인적으론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출석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학부시절에도 교수님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수업 안 들어도 과목을 잘 안다면 수업에 안 와도 좋다 라는 하며 출석을 안 부르는 교수가 있었다. (그래서 맘 놓고 땡땡이를...) 여기에서도 출석이 중요한 수업이 있겠지만, 내가 듣는 공대 수업은 모두 출석을 신경 안 쓴다. 아예 첫 오리엔테이션 때 수업에 출석 안 해도 된다고 미리 언급을 하기도 한다.


내가 듣는 모든 수업은 수업마다 각자의 인터넷 페이지가 있어, 수업 자료나 공지사항이 수시로 업로드된다. 그다지 신기할 건 없지만, 이 것 때문에 내가 무슨 사정이 생겨 수업을 놓쳐도 과제나 수업 자료는 받아볼 수 있다. 이런 면은 학생을 많이 배려해준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다만, 이런 점 때문에 수업에 한 번도 안 나오고 시험공부만 좀 해서 패스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 (그럴 거면 학교는 왜 다니지 싶긴 하지만...) 


수업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흔히들 외국에선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지 않나요? 란 얘기를 하곤 하는데, 그냥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거 같다. 아니면 공대라서 그럴진 모르겠는데, 내가 듣는 수업은 거의 질문이 없다. 가끔 있다고 해도 수업 끝나고 개인적으로 찾아가는 일이 많지, 중간에 질문을 하는 건 거의 못 본거 같다. 사실 과목 자체가 너무 어렵고 진도가 빨리 나가는 탓인 거 같기도 하다. 질문을 하려고 해도 뭘 알아야 질문을 하지, 그냥 따라가기만 해도 너무 벅찬 상태라서 그냥 수업 듣는 데에 집중하는 거 아닐까. 그래서 사실 수업은 그냥 한국에서 듣는 기분이다. 하하하...


4. 끝으로...

나는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상태여서 다시 석사를 한다는 게 굉장히 겁이 많이 났었다. 2년, 아니 취업 준비기간 합쳐서 거의 3년을 공부를 안 한 상태나 마찬가지여서 다시 공부를 하면 따라갈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 보니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몰리는 만큼 각자가 알고 있는 양이 전부 다르다. 어떤 학생은 특정 과목은 아예 학부시절에 다 끝내서 전부다 알고 있기도 하고, 아예 기초조차 몰라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학생도 있다. 스웨덴 학생이 아닌 이상에야 모두가 다 학부시절과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도 못 할 것 없을 거 같다. 같이 모여서 공부하고 과제를 하나씩 해결하면 모두가 PASS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엔 시기가 시기인 만큼 내가 스웨덴 대학의 Application 과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럼 내가 현재 진행한 과제 사진을 간략하게 올리면서

Hej då!


FPGA board (중앙 좌측 기기) 에 키보드 입력신호를 전달하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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