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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Jan 21. 2018

스웨덴에서 본 양심

보안 시설이 없는 셀프서비스 문화

당신은 양심을 얼마나 지키면서 살고 있나요?

바닥에 돈이 떨어져 있다면 당신을 그걸 줍나요? 안 줍나요? 만약 돈이 아니라 휴대폰이 떨어져 있다면? 지갑이라면? 어떻게 하나요? 세상을 살다 보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이 행동하는데 뭘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행동들을 하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스웨덴에 와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컬처 쇼크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참 신기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 스웨덴이 인건비가 비싸서 일까? 여기에서 지내다 보면 정말 많은 셀프서비스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오늘 내가 포스팅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셀프서비스 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스웨덴 사회에서의 신뢰와 믿음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다.


먼저 내가 만난 사례들을 열거하고 정리해 보록 하겠다.


1. 학교에서 발견한 Starbucks coffee Machine


우리 학교 곳곳에는 Starbucks coffee를 먹을 수 있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내가 학교에 처음 왔을 때는 없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센가 설치해서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자판기가 그렇듯 지키는 사람 하나 없이 카드 결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에 보고 굉장히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신기하다기보다 이렇게 운영해도 되나 싶어서 내가 모르는 사용 방법이 따로 있나 하는 걱정이 들어 사용을 꺼려졌던 것도 있다.


그 이유인즉슨,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일단 컵이 그냥 진열되어 있고, 밑에 각종 티백과 우유, 설탕 등이 준비되어 있다. 내가 그래서 처음 든 생각은 저것들 그냥 무료로 가져가서 사용해도 되는 건가?라는 것이다. 저기에 있는 컵도 사실 되게 고급(?) 진 느낌이 들고, 티백은 당연히 너무나도 좋은 차들이었다. 우유나 설탕 같은 것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셀프로 집어갈 수 있게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다곤 해도, 하나둘씩 집어가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니 가져가고 싶다는 유혹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면 당연하게도, 저것들은 그냥 가져가라고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다. 간단한 예를 들면, 커피머신의 메뉴 중에는 커피 말고 따뜻한 차 (Warm tea) 메뉴가 20kr의 가격으로 있는데, 이 메뉴를 선택하면 기계에선 오직 따뜻한 물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컵 사이즈를 선택하고, 마시고 싶은 티백을 하나 골라서 따뜻한 물을 이용해서 마시라는 얘기이다. 따뜻한 물이 20kr의 가격 일리가 없으니 저 가격에는 티백의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리이다.


이 외에도 스웨덴에 여러 카페에 가면 저런 식으로 진열을 해놓은 곳이 많다. 정말 그냥 집어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학교안에 있는 Cafe Java
린셰핑에서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인 Berget


2. 버스를 탈 때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이 곳 스웨덴에서도 버스를 탈 때 검사를 꼼꼼하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기권을 산 사람들은 애초에 기계를 찍을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종이 티켓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소지만 하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임승차를 해도 사실 걸릴 위험이 거의 없고, 가끔 검사를 한다는 얘기는 마치 도시전설처럼 전해져 올뿐이다.


게다가,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버스 요금을 계산할 때, familj (가족), vuxen (어른), senior (노약자), ungdom (청소년)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역시 본인이 누르고 계산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른임에도 청소년 요금을 선택해도 아무도 체크하지 않는다. 나는 처음에 여기 왔을 때 버스 타는 법을 몰라서 버스 기사님에게 물어봤는데, 그냥 ungdom를 누르고 찍어주길래 항상 그렇게 타면 되는 줄 알았다. 근데, ungdom의 기준은 만 25세 이하로 올해 한국 나이 스물 열 살을 찍은 나로서는 원래 vuxen으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 내가 많이 어려 보였나 보다. 하하


참고로, vuxen 요금은 한번 타는데 24kr (3200원) , ungdom 은 16kr (2100원)로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난다.


3. 스키장에서

스키장 내부에 짐 맡기는 곳
조리 시설

이번에 린셰핑 근교의 스키장을 방문했을 때 본 또 하나의 사례이다. 이 곳에서도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본인의 짐을 보관할 곳이 필요한 법인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상상하는 락커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건물 안 한쪽 구석에 선반을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지키는 사람이 없다.


물론 이용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어서 대놓고 다른 사람 짐을 가져가는 행동을 하는 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먹고 도둑질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나도 허술한 구조로 되어있다. 게다가 내부에는 조리시설도 있는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세척 도구라던지 전자레인지라던지 그냥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방치되어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되는 장면이다.


4. 왜 그럴까?

사실 세상엔 공짜는 없고, 남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여 보안 시스템 같은 것을 설치해야 하기에 낭비되는 자원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좀도둑이라는지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다. 실제로 내가 사는 Ryd에서는 자전거 관련해서 좀도둑이 워낙 많아 나도 자전거에 다는 액세서리를 몇 번이고 도난당한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스웨덴 사회에는 기본적으로 주인 없는 물건들은 남의 물건이고 그것을 가져가는 행위는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는 행위 같이 범죄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사회가 철저한 보안 시스템 없이도 유지되는 것 같다. 실제로 스웨덴 애들에게 질문해봐도 공짜 물건을 가져가지 않는 행동은 그저 범죄와 같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고, 감시카메라나 보안시스템을 설치 안 하는 이유는 본인들도 딱히 모른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5. 끝으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스웨덴에서 지내면서 왜 이 나라에는 보안 시설 없이 방치하는 셀프서비스 들이 많을 까란 생각으로 작성을 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공짜 물건들을 아무 생각 없이 챙기는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런 것과 대비해서 다르게 살고 있는 여기 사람들을 보고, 대화를 나눌 때 그런 생각 조차 안 해봤다는 표정을 볼 때면 참 우리와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다음 포스팅은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에 린셰핑 근교에 스키장을 갔다 온 얘기를 적으려고 한다. 스웨덴에서의 스키장 경험 다 같이 한번 떠나보도록 하자.


마지막은 린셰핑 시내에서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하는 카페 Berget 사진을 올리면서 


Hej d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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