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lvmannabacken 스키장을 가본 경험
스키 좋아하세요?
겨울만 돌아오면 생각나는 스포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스키 혹은 스노우보드. 대학생 때 친구들끼리 모여서 1박 2일로 가기도 하고, 마니아층은 시즌권을 구입해서 다니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겨울 스포츠 중의 하나인데, 추위, 눈으로 유명한 북유럽에서 스키장은 어떨까?
운동하고 담을 쌓아온 나이지만, 좋아하는 운동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스키와 스노우보딩인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매년 스키장을 다녀서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거의 20년 가까이 스키장을 다닌 셈인데 사실 잘 타지는 못한다. 운동신경이 없는 것도 한몫하고 1년에 많이 가봐야 2번, 3번이기에 실력을 늘리기엔 좀 부족했고, 그냥 즐기는 정도이다.
근데 스웨덴에 오고 나서 스키장을 가본 적이 없어 겨울만 되면 생각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친구가 가까운 곳에 스키장이 있다며 한번 가보자고 권유를 해왔다. 원래도 가고 싶었고 찾아보니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라서 흔퀘히 승낙을 하고 스키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Tolvmannabacken 스키장은 Kisa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이 지역은 린셰핑보다 살짝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Kisa라고 되어있어 키사인가 했지만, 열차에서 발음을 들으니 쉬사 에 가까운 것 같다. 아무튼, 직접 차를 운전할 수 있다면 굉장히 가까운 거리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면허를 딴지 10년이 지났지만 운전 경력은 1초도 채 없는 사람이기에 환경을 생각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그래도 먼 거리는 아니다.
린셰핑에서 가는 방법은 크게 버스와 기차가 있는데, 둘 다 östergötlands 에 속해 있어서 One day ticket을 끊고 당일로 갔다 올 수 있다.
여기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팁 하나!
버스나 기차를 탈 때 이용하는 카드, Reskassa를 이용할 때에 미리 one day ticket을 구매하지 않아도 버스를 타고 ticket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는 편이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 그리고 one day ticket은 종류가 총 3가지로 꼭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그 3가지는 Tätort, Närområde, Län이다. 구분을 하자면 Tätort는 정말로 시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ticket, Närområde는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까지 사용이 가능하며, Län 은 östergötlands 주 안에서 모두 이용 가능하다. 따라서 Tätort를 구매하고 도시를 벗어나게 되면 종일권 이어도 이용이 안되며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가격은 Tätort < Närområde < Län이다.
버스를 타면 기기를 볼 수 있는데, 왼쪽 아래에 있는 메뉴 övriga färdbevis를 누르면 위에 해당하는 3가지 메뉴가 있어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한 이후에 본인의 나이에 따라서 (만 25세 이상은 vuxen, 이하는 ungdom) 메뉴를 다시 누른 후 카드를 대면 구매가 가능하다. 당연하지만, 카드에 충분한 금액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갈 지역인 Kisa는 당연히 린셰핑 도시 안이 아니므로, Län으로 종일권을 구입한 후, Central station에서 기차를 타거나, Gamla Linköping에서 버스를 타고 Kisa station을 향해 가면 된다. 시간은 구글 지도나 östgötatrafiken 어플로 확인 가능하다. 배차 간격이 1시간 이상이므로 반드시 시간을 체크하고 떠나자.
역에 도착하면 차를 끌고 오지 않는 한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구글 맵을 보면서 잘 찾아가 보도록 하자.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준비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걸어가 보자. 나는 오랜만에 린셰핑을 떠난 기회라서 힘들다는 느낌보다 설레는 느낌으로 가득했다.
스키장에 도착하면 먼저 해야 할 것은 당연히 장비 렌탈과 리프트권을 등록하는 것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많은 가족들이 하나둘씩 오고 있어서 대충 따라갔었다. 한국처럼 사람이 엄청 많진 않았지만, 스웨덴 치고는 꽤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곳에는 레스토랑 건물과 렌탈을 해주는 조그마한 건물이 있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고 가면 좋지만,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렌탈과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가격은 다음과 같다.
왼쪽 사진은 장비의 렌탈 가격, 오른쪽은 리프트 이용권의 가격이다. 나 같은 경우는 친구들과 같이 스키장비를 렌탈했고, 리프트는 6시간 이용권을 구입하였다. 그래서 총 540 kr를 지불하였다. (Alpina skidor 200kr + 6 timmar 240kr)
스키 장비의 구성은 뭐 일반적인 한국의 스키장과 비슷하게 신발과 스키, 그리고 스틱을 주는데 추가적으로 헬멧까지 포함하여 렌탈을 해준다. 옷이나 장갑은 렌탈이 불가능하니 꼭 미리 챙겨가도록 하자. 현장에서 옷이나 장갑을 구매는 가능하다.
리프트 권을 구매하면 키 카드를 주는데, 해당 키 카드를 왼쪽 주머니에 넣고 리프트를 타면 된다. 리프트 기계에 카드 찍는 곳이 있는데 왼쪽 주머니 정도에 높이가 맞춰져 있어서 굳이 카드를 꺼내서 찍을 필요는 없고, 보통은 그냥 진입만 해도 찍히나 안 찍히면 조금 카드 위치를 신경 써서 가져다 대면 찍힌다.
짐을 보관하는 락커는 위의 사진과 같은데, 저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보안이 매우 매우 허술하다. 건물 안에 지키는 사람 하나 없고, 그냥 건물 한쪽 구석을 보관하는 곳이라고 사용할 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지퍼가 있는 주머니에 귀중품 (핸드폰, 지갑 등)을 넣고 나머지 음식이나 기타 잃어버려도 조금 짜증 날 뿐 상관없는 것들만 가방에 넣고 스키를 타러 갔다. 이 짐 보관함이 있는 곳 옆에는 전자레인지와 조리도구가 있어서 음식을 가져와서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스키장마다 구성이 다르긴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다녀본 경험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자면 이 곳에는 초심자 코스가 없는 것 같다. 아니 없다기보다는 초심자 코스가 조금 더 가파른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키장을 다닐 땐 정말 스키의 s 자도 모르는 사람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도 내려올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한 경사를 가진 슬로프가 하나쯤 있었는데, 여기에서 똑같이 했다간 안전요원을 호출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어느 정도 탈 줄 알기에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다.
참고로, 이 곳은 날마다 운행하는 슬로프들이 다르니 미리 체크해서 가도록 하자. 아마 날씨 등의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운행을 결정하는 듯하다.
그리고 특별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리프트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한국에서 타는 리프트는 기계에 앉아서 가는 리프트 아니면 곤돌라(케이블 카) 두 종류가 전부였는데 여기에선 아래 사진과 같이 줄을 잡고 다리 사이에 낀 후에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원반 같은 게 줄 끝에 걸려있다.) 처음엔 무척 당황했고, 실수할까 봐 겁이 많이 났었는데 한번 옆에서 타는 법을 지켜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꼬꼬마애들도 잘 타고 다닌다.)
그리고 타고 올라가다가도 끝까지 올라갈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하면 중간 정도에서 꺾어서 내려올 수도 있다. 중간에 강습을 진행하는 무리도 봤는데 그 사람들은 중간에서 모여가지고 강습을 진행하는 듯했다.
오랜만에 온 스키장이다 보니 사실 많이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한국에서 스키장을 갈 때에는 스키복뿐만 아니라 전용 용품들을 무장해서 갔었는데, 여기선 아무래도 스키를 타려고 한국에서 이것저것 가지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청바지에 그냥 두꺼운 패딩만을 입고 갔었다. 그래서 옷이 많이 불편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방수가 안되니 느낌이 별로였다. 또, 2018년이 와서 한 살을 더 먹어서 그런가, 너무 공부만 했나, 몇 번 타지도 않았는데 금방 지쳐버렸다. ㅠㅠ
아쉬운 점이 많더라도 오랜만에 린셰핑을 벗어나서 온 스키장은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를 즐겁게 했다.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고, 가격도 '예상했던 것보단' 많이 들지 않아서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시즌이 가기 전에 한 번쯤 더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ㅎㅎ
그리고 스웨덴이라서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던 점은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정말 정말 많았다. 우리 말고는 전부 가족단위로 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정말 어린애들이 정말 조그마한 스키를 신고 아장아장... 이 아니라 프로 수준으로 타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 많은 아버지들을 볼 수 있었는데, 아이를 몸에 줄을 연결해서 가르쳐주면서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보기만 해도 참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최근에는 수업은 다 끝나고, 본격적으로 논문을 쓸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에 들어갔다. 하하하 여러모로 시간은 많아졌지만, 마음에 여유는 생기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포스팅은 1년 반, 3학기 동안 배웠던 수업에 대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