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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Mar 14. 2018

수업들이 나에게 남긴 것

협동이라고 들어는 보셨나

조별과제는 공산주의가 왜 실패했는지 보여주는 예이다?

대학생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하나같이 조별과제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그게 얼마나 심하면, 웹툰이나 드라마, 예능에서 다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조별과제에 대한 개그 코너까지 생겼다. 과연 조별과제는 그렇게 두려운 것인가? 스웨덴에서는 과연 어떨까?


나는 지금 2018년을 시작으로 3학기 동안의 코스 과정을 모두 마친 후, 마지막으로 남은 논문 학기를 진행 중이다. 그런 기념으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가 스웨덴에 와서 들었던 수업들의 총정리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스웨덴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느낀 것은 협동 즉 그룹 활동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대학에서 하던 공부는 대부분 혼자 하는 공부였고,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따라서 성적이 나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중간중간 과제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혼자 하는 리포트나 문제풀이 형식의 과제가 대부분이었고 그룹 과제는 대학 생활 동안 거의 없었다. 아마 공과대학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웨덴에 오기 전에 경쟁보다는 협동을 강조하는 스웨덴의 교육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1. 정신없었던 첫 번째 학기

2016년 8월에 처음 왔던 기억을 잠시 되새겨 본다. 처음 여기 올 때 마음 가짐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정말 수업을 열심히 참가하고, 과제를 성실히 했지만 그럼에도 정말 힘들고 정신없는 학기였다.


첫 학기에 듣는 수업들은 학교에서 모두 정해주었으며, 달리 과목 신청할 때 내가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없었다. 수업들은 대체적으로 우리 프로그램을 앞으로 진행하기 위한 기초를 다진다는 느낌이 강하였다. 수업들의 내용이 내가 들었던 수업들과 중복되는 것이 많았고, 새롭게 배우던 것들은 지금 와서 다시 떠올리면 앞으로 꾸준히 쓰이는 내용인 것들이 많았다.


기억나는 수업들 중 대표적인 것은 Design of Digital Systems과 Digital Integrated Circuits, 두 개의 수업이다. 첫 번째 수업은 내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기도 했지만, 사운드 컨트롤을 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으로 첫 학기의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스웨덴에서의 공부라는 것이 이렇게 진행되는 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수업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수업을 들은 이후에 분노의 포스팅을 올리기도 했다. 하하하)


https://brunch.co.kr/@fedragon5/11


그리고 Digital Integrated Circuits 과목은 사실상 우리 프로그램을 이수함에 있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을 많이 가르쳐 준 수업이다. 나는 애초에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해서 대부분은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전공을 변경한 학생들도 있고,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제각각이므로 이런 수업을 진행 함으로써 앞으로의 수업에서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싶다. 아 물론, 나도 공부에 손을 놓은 지가 오래되었기에 이 수업에서의 복습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수업 역시 Lab이 수업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또한 2명이서 하는 과제였다. 사실 스웨덴에서 진행하는 모든 Lab은 정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2명 이상 이서 진행을 한다. 그래서 항상 파트너를 정해야 하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2. 적응된 줄 알았지? 두 번째 학기

첫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시작된 두 번째 학기. 사실 스웨덴에서는 겨울 방학이란 게 따로 없어서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되었다는 느낌보다는 첫 번째 학기가 오래 지속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만큼 심적으로 많이 지쳤지만, 지친 만큼 익숙해진 것들이 많아 이번에는 잘 해야지 라는 다짐을 다시 하게끔 했다.


두 번째 학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역시 paper를 작성하고 발표까지 하게 된 VLSI project 수업이다. 이 수업은 다른 수업들과 다르게 12 credits (보통 다른 수업들은 6 credits이다) 이기도 하고,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같은 학기에 들었던 다른 과목들이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 기억에 남는 수업을 꼽으라면 Communication, Ethics and Sustainable Development라는 수업이었는데, 친구들 모두 그냥 영어 수업이라고 불렸다. 과목명은 거창했지만 사실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Academic 한 글을 쓰기 위한 영어 수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추후에 논문을 작성하거나 할 때에 Academic 글쓰기는 필수이므로 커리큘럼에 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VLSI project 수업은 정말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6명이서 함께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다른 수업들은 project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있는 반면에, 이 수업은 실제 프로젝트처럼 주제만 주어지고 다른 자료들이 주어지지 않았다. 물론, supervisor가 있었기에 한주에 한번 이상 미팅을 진행해서 어떻게 진행을 해 나아갈지 어떤 방법을 이용할지 계속 회의를 진행해야만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도록 하자.


https://brunch.co.kr/@fedragon5/25


그래도 이 프로젝트는 첫 번째 프로젝트보다는 상황이 나았던 것이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고생하던 나의 모습들을 같이 프로그램 듣는 사람들이 봤기 때문에 먼저 다른 그룹에서 나를 초대했다. 그리고 지금 와서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한글이어서 말할 수 있기도...) 원래는 5명이 한 그룹이었다. 그러니까 4명이 있던 그룹에서 나를 초대한 것인데, 마지막 한 명은 그룹을 찾지 못한 사람들 중에서 랜덤 하게 우리 그룹으로 배정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이름을 뺄까 말까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였다.)


2번째 학기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그룹원 6명 중 2명이 프로젝트를 전부다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특출 난 2명이 거의 다 이끌었다. 내가 쓴 paper를 혹시나 찾아본 사람이 있다면 알겠지만, 나는 그룹원 중에 3번째 저자인데, 내 앞의 두 명이 정말 희대의 천재들이어서 정말 많은 것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명의 짐을 덜어주고자 최대한 노력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세명은...)


3. 유종의 미를 제대로 보여준 세 번째 학기

그렇게 두 번의 프로젝트를 넘기고 방학 이후에 찾아온 세 번째 학기. 마지막 학기는 수강 신청을 할 때부터 고민이 많았었다. 먼저 VLSI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친해진 애들과 같이 수강신청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는데, 일단 앞서 말했던 그 천재 두 명은 본인의 나라로 되돌아 갔고, 나머지 아이들과 같이 무슨 수업을 들을 것인지 얘기를 하게 되었다. 수강신청에선 사실 선택권이 많이 있진 않았고, 큰 쟁점이 된 과목은 'TSEA44 - Computer Hardware, a System on a Chip' 수업이었다. 


TSEA44 - Computer Hardware, a System on a Chip, 이 수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우리 프로그램을 들었던 선배 학생들에게 악평이 자자한 과목으로 수업을 듣는 그 어떤 조도 해당 학기에 과목을 마칠 수 없고, 과목이 매 학기 개설되는 것도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이수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가 아닌 내년에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수업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한 과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마 여기까지 읽었으면 예상했겠지만 당연히, 물어볼 필요도 없이, 조별 과제로 진행되는 과목이다. 그래서 대다수 내 주변 친구들은 이 수업 대신에 다른 수업을 듣는 걸 택하였고 심지어는 이 과목을 피하기 위해서 같은 시간에 개설되는 강의 두 개를 신청한 애들도 있었다. (헤르미온느?) 같은 시간에 개설되는 강의를 신청하면 신청은 가능하지만 당연히 수업을 들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시험 시간도 겹쳐서 둘 중 하나를 택해서 시험을 봐야 한다. 다른 강의는 자동으로 재시험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 수업은 죽어도 피하고 싶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난 사실 우리의 Program 이름이 System on chip 이기도 하고, 저 분야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과감하게 수업을 신청했다. 결과를 미리 스포 하자면 데드라인 15분을 남기고 당당히 패스했다. 하하하


3-1. TSEA44- Computer Hardware, a System on a Chip

추가로 이 수업에 대해 조금 길게 설명하고 싶다. 이 수업의 최종 목표는 아래와 같은 jpeg 이미지를 얻는 것이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미지의 압축을 진행하는 것인데, DCT/IDCT 라던지, Huffman encoding 이라던지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방법들을 사용해서 JPEG 이미지 압축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냥 압축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하므로 우리는 다른 여러 가지 장치를 사용하는데 그것이 이 수업의 목적이다.

꿈에도 나올 꺼 같은 이미지

이 수업은 3명이서 한 그룹으로 진행하는 수업이었는데, 나는 먼저 친한 중국인 두 명이 수업시간에 보이길래 가서 혹시 같이 할 수 있냐고 물어봤고, 흔퀘히 오케이를 하길래 난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둥... 수업 당일날 되니 그 두 사람의 이름은 다른 대만 아이와 같이 그룹이 결성되어 있었고, 나에겐 미안하다는 페이스북 메시지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결국 수소문 끝에 그룹을 결성하지 못한 다른 두 사람과 함께하게 되었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그 두 사람과 함께 하게 되었어 라고 얘기하자 직접적으로 말은 못 하지만 간접적으로 많은 욕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아무튼 다시 수업내용으로 되돌아가면, 이 수업의 첫 번째 과제는 간단한 입출력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쉽게 설명해서 키보드의 0을 누르면 화면에 0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었는데, UART라는 시스템을 Verilog라는 언어를 사용해서 FPGA에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목표였다. 저게 무엇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제는 개별 과제였고, 해당 과제를 패스하지 못하면 아예 프로젝트에 참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기본 중에 기본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혼자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기존의 과제들은 어느 정도 완성된 코드를 주고 그 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이 과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도의 코드만 주어지고 과제에 해당하는 코드는 완전 비어있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은 up to you! 자신만의 코드를 짜라는 얘기였다.


그렇게 첫 번째 과제를 무사히 완수하면 최종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가면서 할 수 있도록 과제들이 순차적으로 나왔다. 두 번째 과제는 입출력 시스템의 연장으로 메모리에 저장하고, 메모리에 저장된 내용들을 출력하는 과정을 다뤘고, 세 번째 과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미지 코딩을 시작하였다. 이 이미지 코딩 부분이 정말 골 때렸는데, JPEG encoding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론적인 내용들을 강의로 설명한 뒤에 프로그래밍은 전적으로 up to you! 하하하 랩 매뉴얼에 대략적으로 알고리즘이 설명되어 있지만 매뉴얼에서조차 우리가 결정해서 구성하라고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정말 멘붕이었다.


세 번째 과제에서 기본적으로 위의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하였고, 나머지 과제들은 이제 속도를 올리는 과제들이었다. 뭐 속도를 올리는 게 사실 말은 쉽지 실제로 코딩하는 건 그냥 애초에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것처럼 힘들었다. 당연히 모든 코딩은 up to you! 였고, 기본적으로 제로 베이스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뒤틀린 이미지, 옆으로 기운 이미지, 원본보다 밝은 이미지 어두운 이미지 등등 많은 실패작들을 얻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위와 같은 완성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왜 이 수업의 악평이 자자한지 깨달을 수도 있었다.


4. 끝으로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모든 학기를 마무리했고 (사실 아직 패스 못한 한 과목이 있지만) 이제 논문을 진행 중에 있다. 사실 위에서는 굵직한 조별과제만을 언급했고, 이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조별 과제들이 존재했다. 따져보면 조별 과제가 없는 과목이 더 드물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혼자서 모든 과제를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엄청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안 그래도 청소나 요리 빨래, 심지어 이발까지 혼자 할 수 있는 게 참 많아졌는데, 공부를 하면서도 역시 많은 것들을 혼자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구나 생각했다. 협동의 진정한 의미는 개개인의 능력 향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다음 포스팅은 본격적으로 논문 작성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아직은 나조차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주제에 대한 얘기와 논문 주제 선정 과정,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한번 다뤄보고자 한다. 물론, 아직 시작도 안 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자세한 내용은 아마 논문이 끝난 다음에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시작할 때의 이야기도 가치 있을 것 같아 작성해보고자 한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봐용!

내가 논문 작성하는 사무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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