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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Apr 16. 2018

Thesis가 뭐죠. 먹는 건가요?

스웨덴 석사과정의 마지막 논문 준비를 시작하다.

말로만 듣던 어마어마한 것이 시작되어 버렸다고 한다.

대학생 때,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면서 간간히 주변에서 논문이라는 것에 대한 얘기가 오가곤 했다. 보통은 다들 학사생들이기 때문에 학사 졸업논문이나 졸업 작품 등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우리 학과의 경우에는 전자전기 공학부이다 보니 아두이노 같은 것을 이용해서 자동차를 만든다던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던지 하는 여러 가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학과들이 졸업작품을 준비하거나 논문을 쓰기 위해 설문조사를 한다던지 하는 풍경도 자주 봐왔다. 남 이야기만 같았던 그것이 4년 전 한국 학교를 졸업할 때에도 찾아왔는데, 이제 석사 졸업을 앞두고 이 곳 스웨덴에서 다시금 찾아왔다.


스웨덴 유학이 결정이 나고 결정된 Program의 Syllabus를 보자마자 나에게 겁을 줬던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Thesis. 전체 2년의 프로그램 중에 자그마치 1/4, 한 학기를 차지하는 이 것은 내 2년 동안의 석사과정을 마무리 함과 동시에 내가 어떤 것을 배웠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데 추후에 나를 증명하게 하는 그것이다.


여기에서 논문을 쓰는 과정을 내가 대학생 때 졸업논문을 쓰는 과정과 사뭇 달랐다. 한국에서 졸업 논문을 쓸 때에는 지도 교수가 있었고, 지도 교수와 상담을 한 후에 주제를 정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으면서 논문을 썼는데, 사실상 우리 학과의 한 학년 학생수만 200명이 넘어서 한 교수가 담당하는 학생 수도 많을뿐더러, 논문을 쓰는 것도 한 학기를 편성하는 게 아니라 다른 수업을 들으면서 그냥 한 과목 하나가 졸업 논문인 수준 인터라 중요성이 굉장히 낮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 졸업논문은 정말 인생의 흑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엉망이다.)


그러나 여기에선 일단 기간부터 한 학기는 아예 수업을 들을 필요 없이 논문 (Master's Thesis)로 30 credits이 잡혀 있다. (보통 한 학기에 총 30 credits를 듣는다.) 그리고 정해진 담당교수가 따로 없다. 그래서 담당교수를 직업 발로 뛰어 찾아야 한다. 내가 예전 포스팅에서도 한두 번 언급을 했던 것 같지만 다시 얘기를 하면 여기서 논문을 쓰는 방법은 크게 학교에서 쓰거나 기업에서 쓰거나인데, 두 경우 모두 담당교수는 본인이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학교에서 논문 심사를 할 수 있기 때문.


그런 이유로 3학기 동안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들 중 하나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첫 번째 할 일이었다.


1. 주제 정하기

모든 것은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주제를 정하는 것이 아마 여기에서 석사 논문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논문 주제는 최대한 빨리 찾기 시작해서 시작을 빨리 하라는 조언을 들었었다. 하지만 뭔가 배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어떤 주제를 쓰고 싶은지도 모르고, 주제를 보아도 내가 이걸 쓸 수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는 상태라서 참 어려운 얘기였다.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더 공부를 한다고 해서 뭔가 더 아는 것도 아니다. 하하하


아무튼 나는 주제를 찾기 위해서 먼저 검색해본 것은 주변에 위치한 회사들이었다. 나의 최종 목표는 졸업 이후에 스웨덴에 정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논문을 쓰는 것이 추후에 많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학교에서 논문을 쓰고 있고, 그 얘기인즉슨 회사에서 적당한 논문 주제를 찾지 못하였다. 괜찮아 보이는 주제들이 있어 Apply를 몇 군데 해보았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회사에서 나오는 offer들은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내가 전자공학 Electronics Engineering을 전공해서 세부적으로 공부한 것을 생각해보면 어디 하나 모자라거나 방향이 다른 주제들이 정말 많았고, 나에게 꼭 걸맞은 주제다 싶은 건 수십 가지 회사들 중에서도 한 두 군데밖에 없었다. 그래서 뭐 이런저런 핑계로 인해 회사에서의 오퍼는 받지 못한 채 교수님들을 찾아가 보게 되었다.


아 참고로 주제를 찾은 시기를 생각해보면 보통 10월 11월, 빠르면 9월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다. 회사에서는 1년 내내 새로운 논문 주제들이 올라오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학기 과정에 맞추어서 11월 12월에 가장 많이 사람들을 찾는다. 그렇게 주제들을 찾다가 만약에 본인이 독창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생긴다면 더더욱 좋은 얘기. 참고로 만약에 본인이 꼭 회사에서 논문을 작성하고 싶다면 꼭 봄학기 시작(1월)에 맞춰서 찾지 않아도 된다. 방금 말한 것 같이 회사에서는 1년 내내 논문 작성할 인원을 모집하고 있으므로 본인이 주제를 못 찾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학교에서 fail 한 수업을 다시 재수강하거나 하는 식으로 학기를 연장한 뒤에 계속 회사에 컨택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실제로 그러는 학생들도 주변에 많이 있다. 한 과목 정도를 일부러 fail 한 뒤에 마지막 학기에 그 과목만 등록해서 천천히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 계속 apply를 해서 회사의 offer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시간 낭비하는 것이 싫었고, 논문을 시작해도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가 없으므로 일단 빨리 시작하려고 학교를 택하긴 했다.


우리 학과에서 선택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Digital과 Analog. 그리고 조금 더 얘기하면 Digital은 Software engineering에 가깝고, Analog는 Hardware engineering에 가깝다. 가깝다는 표현은 다시 말하면 완전히 소프트웨어나 완전히 하드웨어는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서있는 것이 우리 학과이다. 어느 것을 택해도 한쪽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그런 어중간한 것이 공대이고, 우리 전자공학이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Analog를 선택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Digital 쪽으로 고개를 돌려 교수님을 찾아가 보았다.


2. 나의 주제

그래서 교수님을 찾아가 내가 선택한 주제는 High speed 512-tap FIR filter for Chromatic dispersion compensation이다. 깊게 설명하자면 사실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이번 포스팅에서는 짧게 설명을 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가 만드는 것은 필터이다. 기본적으로 광통신을 할 때에 문제가 되는 현상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Chromatic dispersion이라는 것이다.

사진 출처 : http://blog.commscopetraining.com/dispersion-in-optical-fiber-and-intersymbol-interference/

Chromatic dispersion이라는 것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빛은 여러 가지 색깔, 즉 여러 가지 파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각의 빛이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고 광통신 케이블을 통해 이동할 경우 그 속도차로 인하여 오차가 생기가 된다. 이러한 현상을 Chromatic dispersion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오차로 인해서 광통신은 거리나 통신 방식에 제한이 생기게 되고, 이 오차를 줄여서 더 먼 거리에 더 많은 데이터를 통신할 수 있는 필터를 만드는 것이 내 주제이다.


아 사실 만든다고 표현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하는 것은 개량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필터들을 개발했고, 이론이 이미 나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주제는 같은 원리를 사용하지만 새로운 구조를 가진 설계를 해서 속도를 비교하고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3. Project plan

주제를 정했으면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은 Project Plan을 세우는 것이다. 아 물론, 교수님께 찾아가서 학교에 정식으로 논문을 쓰겠다고 시스템에 등록하고, Supervisor와 Examiner를 정하는 세부 프로세스가 먼저지만, 이 것은 그냥 절차에 불과하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Project plan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만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과정이다. 논문 주제를 정했다면 이 것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어떤 이론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전부 포함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저 막연히 나는 ~~를 할 거야가 아니라 세부 설계 및 결과 값, 결론을 빼고 나머지 논문을 다 작성한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이 Project plan을 세우는데 4주라는 시간을 주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우습게 생각하다가 First draft를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논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는 절망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아 참고로 Project의 전체 기간은 20주를 잡는다. 한 학기 기준으로 잡는 것인데 사실 기준이 이렇다는 것이고 프로젝트에 따라, 학생의 역량에 따라서 더 일찍 끝내기도 하고 더 늦게 끝내기도 한다. 2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주어진 4주 동안 여러 가지 이전에 연구가 되었던 사례들과 이론들, 관련된 서적과 논문들을 공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Project plan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다행히 통과가 되어서 본격적으로 논문 작성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내 논문은 9월까지 작성하는 것으로 Plan을 세워놓았다. (1학기 내로 끝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인 것 같았다. 시작이 늦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은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진행 중이다.


4. Latex

아마 내 포스팅을 꾸준히 봐온 사람이라면 몇 번 언급한 것을 봤을 텐데, 이 논문에서 또 한 번 사용하고 있으므로 다시 한번 얘기하고자 한다.


논문을 작성할 때에 사용하는 문서 양식도 본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격이 있다. 우리 학과에서는 이 양식을 Latex를 이용해서 제공해주는데, 그 모양은 아래와 같다.

학과에서 제공하는 Latex Sample

그래서 우리 학과에서 작성된 논문들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똑같은 양식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거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Latex를 작성하는 방법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freeware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여태까지 과제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인터넷에서 사용하던 것을 계속 사용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https://www.overleaf.com/ 이다. 학교에서도 논문 작성 시 이 사이트를 이용해도 된다고 안내가 나와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제공한 양식 파일들을 삽입해서 불러오고 내용을 수정해서 작성하면 된다. Latex 작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른 사이트를 참고하도록 하자. 설명하자면 너무 복잡하고, 나도 사실 잘 모르기 때문에 하하...


4. 현재 상황

현재는 본격적으로 필터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것은 소프트웨어로 진행을 하므로 하루 종일 컴퓨터에 앉아서 진행을 하고 있다. 그래도 학교에서 논문을 쓰면서 좋은 점 한 가지는 바로바로 내 사무실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무실은 아래 사진처럼 생겼다. 두둥


파란색 마우스 패드가 있는 곳이 내 자리

사무실은 4명이 같이 쓰고 있는데, 모두 나와 같은 교수님 밑에서 석사 논문을 작성하는 학생들이다. 사무실이 없었다면 집에서 논문 쓴다고 컴퓨터 켜고 인터넷을 4시간 하다가 4분 정도 논문 쓰고 그만둘 거 같지만, 이렇게 장소를 제공받아서 매일 아침 출근하다시피 하니 확실히 진행이 되고 있다. 4명이 같이 쓰고 있어서 가끔은 수다 떨다가 하루가 다 가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논문을 쓰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작성을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사무실이 생김과 동시에 학교 안의 pausrum 도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공간은 점심 식사나 fika를 위한 공간이다. 항상 과일이 구비되어 있고, 커피머신이 있어서 커피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공간이다. 이런 장소를 보면 확실히 sweden에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pausrum

5. 끝으로

요즘에는 오히려 학기 중에 과목을 수강할 때보다 확실히 여유가 더 생겼다. 정해진 스케줄이 없이 내가 원하는 때에 일을 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 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도 하고, 9월로 Project plan을 정해놨기 때문에 어차피 내년 가을학기까지 한다고 생각하니 시간 여유도 많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매일 사무실에 출석해서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긴 하다.


이제 스웨덴의 봄이 찾아와서 날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했다. 겨울엔 해가 나는 것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젠 해가 너무 안 져서 걱정이 되고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참 스웨덴의 해는 극단적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해가 안 뜨는 것보단 훨씬 훨~~~~~~~~씬 좋지만 말이다. 날씨가 좋으니 기분도 많이 업되고 하하


다음 포스팅에서는 Ryds에서 할 수 있는 여가생활 두 가지, Pool과 Sauna 두 가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소소한 여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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