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스웨덴에서 즐기는 여가생활
취미가 뭔가요?
취미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겜돌이, 겜 덕후라고 불리며 게임을 좋아했는데, 어렸을 땐 사실 조금 취미라고 부르기가 민망했다. 뭔가 하면 안 되는 걸 취미라고 부르는 기분이 들었었다. 책 읽기, 클래식 음악 듣기, 특정 스포츠 같은 걸 해야 취미로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내가 좋아하는 걸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좋아하는 걸 어떡하나 ㅎㅎ 그래서 여러분의 취미는 뭔가요?
스웨덴에 와서 지내는 유학생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스웨덴은 심심하다. 꼭 한국 유학생들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다들 심심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근처에 딱히 놀 거리도 없는데, 그나마 있는 것들도 비싸서 섣불리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만의 취미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와중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놀거리가 있으니 바로 이번에 소개할 포켓볼과 사우나이다.
보통 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는 Studentbostäder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살고 있는 방에 문제가 있거나, 이사를 하거나 할 때 연락하게 되는 곳이다. 사실 아마 유학을 오기로 결정이 되었다면 가장 먼저 가입해야 할 홈페이지 기도 한데, 왜냐하면 여기 기숙사는 가입을 하고 나면 Queue point를 쌓여서 그 포인트로 추후에 방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홈페이지의 기능 하나, 이번에 소개할 Booking 시스템이다.
이 예약 시스템을 여기 살면 굉장히 많이 쓰게 될 텐데, 주된 용도는 사실 빨래이다. 물론, 예약을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세탁기가 Ryd 곳곳에 있지만, 그런 곳은 개방이 되어있어서 빨래의 도난 위험도 있고 (사실 뭐 누가 가져가긴 하겠냐만은...) 가끔 깜빡 잊고 빨래를 늦게 찾아가면 다른 사람이 내 빨래를 빼놓고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민감한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예약시스템을 이용하면 예약한 시간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열쇠로만 빨래방이 열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져갈 걱정이 없어진다. 오히려 빨래를 깜박 잊어버리고 시간이 지나서 내가 못 가져가는 걱정이 생긴다. 진짜로 한 번은 새벽 3시까지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다. 하하하
아무튼 이 예약시스템에는 빨래를 제외하고도 몇 가지가 더 있는데, 거기에 바로바로 Pool과 Sauna가 있다.
나는 한국에서 포켓볼을 거의 쳐본 적이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 당구, 즉 Billards라고 말하면 보통은 8 볼, 즉 하얀 공 1개와 1~7번의 색공, 9~16의 줄무늬 공, 8번 검은 공의 포켓볼을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당구라고 말하면 흔히 4구를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나도 학교 다닐 때 당구 점수와 학점을 교환하던 시절이 있어서 친구들하고 한다면 기본 실력이 있지 내가 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포켓볼의 세계는 넓었고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을 뿐이다. 정말 가지가지 방법으로 게임을 치사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내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게임은 재밌자고 해야지 참나
그건 그렇고 방에 대해서 설명을 좀 더 하자면 당구대의 관리 상태는 조금 복불복이다.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고, 관리하는 사람이 상시 대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깨끗하게 쓰는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친구들이 당구대를 거칠게 사용하면 더러워지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당구대 관리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 갔을 땐 적지 않게 실망했는데, 당구대는 다 찢어지고 큐대도 망가져서 도저히 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 참고) 그래서 처음엔 포켓볼 칠 수 있다는 걸 알아도 잘 가지 않게 되었다가 업체에서 한번 싹 교체를 했다는 것을 듣고 다시 찾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설명을 하겠지만, 여기엔 간단한 조리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내 생각엔 스웨덴에선 어딜 가나 전자레인지와 조리 시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조그마한 냉장고, 스토브, 전자레인지가 구비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먹고 놀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친구들 여러 명을 초대해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우나!
앞서 소개한 당구장과는 다르게 사우나는 정말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다는 게 느껴지는 곳이었는데, 많은 친구들과 사우나 파티를 하는 것을 고려를 했는지 시설이 꽤나 크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그러면 천천히 사우나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예약을 할 수 있는 곳이 총 3군데가 있는데, 가끔 관리 목적으로 예약이 제한되기도 한다. 들어가 보면 방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 구조는 동일하며 처음에 들어가면 보이는 곳이 위의 사진이다. 사우나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짐이나 외투를 벗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역시 파티를 의식해서인지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는데 사실 이런 공간은 사우나 모든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간 곳인 Rydsvägen 248 에는 다른 사우나들보다 조금 공간이 커서 이런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사우나를 하고 친구들끼리 맥주 하나씩 마시면 크으... 천국이 따로 없다.
그리고 테이블 건너편에는 간단한 샤워시설이 있어서 땀을 흘리고 난 뒤에 샤워를 할 수 있게 마련되어 있었다.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문이 바로 사우나로 들어가는 문!
사우나 내부의 모습은 단순하다. 엄청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에 한쪽 구석에는 사우나를 데울 수 있는 돌과 기계가 마련되어 있어서 그 기계에 물을 부어서 내부를 데우는 방식인 건식 사우나이다. 이 방식은 뭐 찾아보니까 핀란드의 방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예약하고 들어가면 사우나 안의 온도를 올리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운동을 하고 난 뒤에 사우나를 하거나, 추운 겨울 그냥 몸을 녹이고 싶을 때, 친구들과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을 때, 아니면 그냥 심심할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사우나 그것도 무료!
심심한 스웨덴에서 사우나를 즐겨봅시당 ㅎㅎ
타지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적응을 잘하고 매일같이 친구들과 잘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유학생활은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스웨덴은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정말 심심한 나라니까 더더욱 그런 기분이 많이 든다.
그래서 취미생활을 하나씩 만들게 되고, 놀거리를 찾게 되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정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심심할 때 게임을 하지만 ㅎㅎ)
다음 포스팅은 이번에 이사를 한 김에 이사를 하게 된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