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셰핑에서 방을 새로 구하다
내 집 마련의 꿈! 을 이룬 건 아니지만...
부모님과 같이 살던 집을 떠나서 스웨덴에 온지도 어느새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난 만큼 생활도 익숙해졌지만, 언제까지나 여기서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건 항상 내 마음속 한켠에 불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이 왜 내 집 마련을 꿈으로 가지고 살아가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될 것 같다.
린셰핑에 석사과정으로 처음 오게 되면 보통은 학교에서 숙소를 제공해주는데, 이때 방의 계약을 2년으로 맞춰서 한다. 처음에는 사실 이게 뭐 문제가 될까 2년 동안 석사하고 집에 가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냥 처음 스웨덴에 도착해서 일단 침대와 지붕이 있는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영어로 쏼라쏼라 설명해주는 건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싸인을 하고 그랬었다.
그런데 아니 벌써 내가 여기 온지도 2년이 다 되어가고, 내 논문은 아직 갈길이 멀고, 나는 새로운 지붕이 필요해졌다.
뭐 사실 내 계약이 만료되어 간다는 사실을 늦게 안 것도 아니고 이 시기에 석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하기에 나는 올해 초부터 미리미리 방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알아보고 있었다.
물론 방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마땅히 수입이 없는 학생들로써는 방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수입이 있다면 Willhem.se 혹은 victoriapark.se 등의 사이트를 이용해서 구할 수도 있다.
첫 번째 방법 : Blocket 혹은 페이스 북 이용하기
이 방법은 Second contract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업체와 계약을 맺은 어떤 사람이 개인적인 사유로 방을 장기간 비우게 되었을 때 그 빈방을 다른 사람에게 렌트해주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계약의 계약을 맺는 상황인데 이런 방식이 생각보다 굉장히 흔하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방 3개인 아파트먼트에서 방 하나를 렌트해서 주방과 거실을 공동으로 쓴다던지 하는 공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찾는 홈페이지의 경우
블로켓 : https://www.blocket.se/bostad/uthyres/ostergotland/linkoping
ESN flee market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roups/www.esnlinkoping.org/?ref=bookmarks
혹은 그냥 인맥을 통해서 구하는 경우도 있다. 친구를 많이 많이 사귀어 놓도록 하자.
두 번째 방법 : Student bostäder 이용하기
사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Student bostäder에서 직접 방을 구할 수 있다. 이 방법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Queue Point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포인트가 많은 사람 순서대로 방을 배정해주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이 있어도 포인트 깡패가 먼저 입찰을 해버리면 답이 없어지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린셰핑에서 살던 사람들은 3천 점이 넘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기도 한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전 나중에 커서 스웨덴 유학을 가서 린셰핑이라는 곳에서 석사과정을 할 거예요~ 같은 것이 아니라면 미리 포인트를 쌓아두는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2년 정도 석사 생활을 진행하면 700~ 점 정도로 포인트가 쌓인다. 이 포인트로는 사실상 경쟁에서 이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아예 방을 못 구할 정도로 경쟁이 심한 것은 아니고 코리도어 룸 같은 경우는 포인트가 아예 필요하지 않은 방도 많이 나오므로 걱정은 하지 말자.
Student bostäder 홈페이지 : https://www.studentbostader.se/
그래서 스웨덴에서 렌트할 수 있는 방의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이번엔 어떤 종류의 방이 있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2 room, 3 room apartment 의 경우 조금 착각을 하기 쉬운데, 2 room이라고 하면 방이 두 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실 + 방 하나인 apartment 가 2 room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3 room 의 경우 방 2개에 거실인 셈이다. 물론 방 구조에 따라 거실의 개념이 조금 다른 방도 있지만 보통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서 친구들과 같이 방을 구할 생각이라면 미리 레이아웃을 보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보통 학생들이 고려하게 되는 방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Corridor room
린셰핑에 오게 된다면 대다수의 경우 Corridor room에서 삶을 시작할 것이다. Corridor의 개념은 예전 포스팅에서도 잠깐 설명한 적이 있지만, 내 방이 있고 주방과 거실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방에는 보통 화장실이 딸려있다. Student bostäder에서 방을 구할 경우 Corridor room 도 unfurnished 인 방과 furnished 인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차이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가구가 있냐 없냐의 차이다. 물론, furnished 된 방이 더 비싸다. 기본적인 가구의 경우 책상, 의자, 침대, 책장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
Corridor room의 장점은 친구들과 함께 주방과 거실을 이용하므로 오며 가며 인사도 하고 얘기도 할 수 있어서 친구를 사귀기 좋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주방이 방과 분리되어 있으므로 냄새라던지 청소라던지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렌트비가 다른 방 종류에 비해서 확실히 저렴하다.
그리고 이런 장점들은 동시에 단점이 된다. 당연히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면 아무래도 눈치도 보이고, 나같이 조금 샤 이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 보는 눈을 신경 쓰게 되어서 불편한 점이 있다. 그리고 주방 관리가 제일 문제인데, 더럽게 사용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주방이 더러워지는 건 순식간이다. 깨끗하게 유지하는 건 모두가 신경 써야 하지만, 더럽게 쓰는 건 한 사람만 더럽게 써도 더러워지니까 말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단점이 조금 부각되어 보이는 거 같은데 음... 뭐 개인적으론 별로였다. 성격의 문제이기 때문에 코리도어 룸은 별로야 라고 하는 건 좀 무리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친구들 불러서 파티하기도 좋고 사람 사귀기도 좋기 때문에 코리도어를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2) One room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방의 방식인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냥 원룸이다. Student bostäder에서 구할 경우 기본적으로 주방 시설과 냉장고, 옷장 정도는 포함이 되어있다. 사실 Student bostäder가 아니어도 스웨덴에서 One room을 구할 경우 대부분 비슷하리라고 생각된다. 거기에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furnished 라면 침대 책상 등의 가구가 추가로 더 있다.
장점이라고 보면 확실한 나의 개인 공간이 생긴다는 점. (아침에 세수도 안 하고 아침을 먹을 수 있고, 알몸으로 요리해도 신경 쓰는 사람 아무도 없다) 단점이라면 외롭다는 것과 주방 시설들이 방으로 들어온 만큼 방이 많이 좁아진다는 점이다. 아 추가로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까 더 게을러진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하하
사실 가장 큰 단점은 비용이다. 코리도어 룸에 비해서 렌트비 자체가 더 비싸기도 하고, 주방을 공용으로 쓰지 않기 때문에 각종 주방용품, 청소용품들을 혼자 구입해야 해서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간다. unfurnished 된 방이라면 각종 다른 가구들도 구입해야 한다는 점도 추가.
3) A room in XXX apartment
방 타입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명칭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Second contract의 경우 3 room 혹은 4 room apartment에서 방 하나만 렌트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경우 큰 아파트먼트에서 방 하나를 사용하는 것인데 아마 많은 유학생들이 이런 방식의 방에서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경우엔 화장실도 같이 써야 하고, 주방도 같이 써야 하지만 코리도어 룸과 다르게 3명 내지 4명 정도의 소수의 인원이 같이 생활하므로 아무래도 더 괜찮은 사람들과 살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런데 소수의 인원이 같이 생활하므로 더더욱 사람을 가리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블로켓에 방을 렌트하는 내용의 공고를 보면 대부분 조건이 붙는다. 비흡연자 만을 받는다거나 하는 것은 굉장히 흔하고, 여자만 구한다거나 특정 나이 때를 원한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 과정에서 정말 정말 이상한 조건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건 알아서 거르도록 하자. 예를 들면, 남자인데 여자만 원한다거나 LGBT만 원한다거나 등등...)
그래서 이미 마음에 맞는 친구와 같이 살게 된다거나 좋은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게 된다면 가족처럼 잘 살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제 나의 방을 소개합니다~
나는 방을 Student bostäder를 통해 구했고, 우연히도 요즘 코리도어 룸을 원룸으로 개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마침 내가 방을 구하는 시기에 한 구역의 공사가 마무리가 되어서 많은 원룸들의 공고가 한 번에 떴다. 그래서 내가 포인트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룸을 낙찰받을 수 있었다.
2018년 기준 내 방의 렌트비는 지금 3841 kr이고, 방 크기는 20m^2이다.
방에 들어오면 바로 주방과 냉장고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토브, 오븐, 싱크대가 있고 많은 수납공간이 있다. (전자레인지는 원래 없었음) 그리고 맞은편에는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더 들어오면 메인 생활공간이 나온답. 각종 전자기기가 설치되어 있는 나의 방 ㅎㅎ
그리고 뒤편에는 침대가 있는데, 침대가 참 크다. 거의 방에 절반을 차지하는 사이즈. 사실 이렇게 큰 침대가 필요하진 않았는데, 친구의 친구가 린셰핑을 떠나면서 가구를 정리하다가 싸게 팔길래 덥석 구입해버렸다. 덕분에 밤에 아주 편안하게 잘 수 있지만 방이 너무 좁아진 게 함정...
그리고 한쪽 공간엔 공짜로 얻게 된 작은 소파가 있다. 이 소파의 용도는...
나만의 극장 홈 씨어터 ㅎㅎ
저기 앉아서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요즘엔 월드컵도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구를 구입하느라 지출이 많아서 조금 아쉽지만 내 꿈 중 하나가 내 방에 홈씨어터 세팅을 해놓는 거여서 아주 마음에 든다. 방이 좁아서 친구 여러 명 초대하기는 조금 버겁지만 한두 명 초대해서 같이 축구보고 게임하고 할 수도 있어서 참 좋으다. (사실 제일 좋은 건 설거지를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해도 된다는 거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석사 과정을 2년 이내로 끝낸다면 하나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사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학교와 계약한 방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방을 나가기 전에 3달 전에 미리 알려줘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3달 전에 미리 취소하지 않으면 그 기간만큼의 렌트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게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새로운 방을 구하더라도 3달 이후에 들어가는 방을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고, 아예 계약 만료 날까지 기다렸다가 새로운 방을 구하기엔 방을 못 구했을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불안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방을 이렇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곳 student bostäder 에선 기본적으로 6월 7월에는 렌트비를 내지 않으므로 그 가격을 감안해서 그냥 방을 미리 구했었다. 뭐 막상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계약 만료 이후에 방을 구하더라도 방을 못 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특정 방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내가 방을 알아볼 때에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게 문제였지만...
그래서 만약 석사로 린셰핑에 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런 점을 미리 생각해두었으면 좋겠다.
다음 포스팅은 이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린셰핑을 지키고 있는 기념으로 린셰핑에서 여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