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석사생의 두 번째 거주허가 연장
대학생 때도 추가학기를 들었는데...
나는 대학에 입학해서 1학년 때는 정말 공부에 손도 안 대고 술 마시면서 놀기만 했다. 그리고 복학해서 그때 수강했던 과목을 싹 다 재수강했던 기억이 있다. 그 덕분에 계절학기도 듣고 추가학기도 들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스웨덴에서 대학원생이 되어서... 2년 안에 학기를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더 다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스웨덴에서 보통 Master program은 2년 과정이다. 물론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다. 그래서 내가 들은 프로그램의 경우는 총 4학기로 3학기 동안은 강의를 듣고, 마지막 학기는 논문 학기 (Master's Thesis)로 한 학기 동안 논문을 쓰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 초 그러니까 2018년 2월부터 논문을 시작했는데, 봄학기 동안 마무리를 하지 못하여 결국 학교를 추가로 다니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사실 학교를 더 다닌다고 학비를 더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활비를 제외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 같은 Non-Eu 학생에게 가장 문제는 거주 허가증 (Residence Permit)이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가 한번 더 거주허가 연장을 하는 과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스웨덴에서 석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최초로 입학할 때 스웨덴에 거주하기 위해 신청을 한번, 그리고 1년이 지나서 연장을 한번 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왜 처음 입학할 때 바로 2년의 거주허가를 주지 않는지 굉장히 이해가 안 가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어서 1년 후에 연장할 때는 6월까지로 신청을 하게 된다. (보통 학기가 6월에 끝나게 되므로)
그러니 결국 6월 이전에 연장 신청을 하게 되는데, 막상 6월이라고 하면 사실 기간이 좀 애매하다. 논문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건 둘째치고 연장 신청을 해놓으면 이게 우리나라처럼 신청하고 바로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세월아 네월아 하는 스웨덴의 프로세스 때문이다. 보통 여름방학 때는 아무래도 학교에 나오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대부분 여행을 계획하거나 집(한국)에 다녀오거나 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거주허가 기간이 끝났고, 연장을 신청해서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는 원칙상 스웨덴을 떠나면 거주허가가 나오기 전까지 입국할 수가 없다. 하염없이 스웨덴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괜찮은 사례들도 있지만 이런 큰 문제를 운에 맡기는 건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 바이다.)
그래서 만약 나와 같이 연장을 하는 입장인 사람이라면 미리미리 거주허가 연장을 생각해서 여름 방학 계획을 세워두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나는 그냥 학교에 남아서 논문 작성을 계속했다. 하하...
올해(2018년) 기준으로 거주허가 연장에 필요한 서류가 살짝 바뀌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좋은 소식이기도 한데, 이제 필요 서류 중에서 3개월간의 은행 거래 기록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걸림돌이라고 볼 수 있는 잔액증명서 부분이 조금이나마 괜찮아졌다고 봐도 좋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거주허가 연장 신청을 하는데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1. Copies of passport showing identity and validity : 여권 사본
2. Confirmation of admission : 입학 허가서
3. Studying results, credits : 성적표
4. Current account statement : 잔액 증명서
여기에 추가로 꼭 제출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Certificate 들이다. Certificate 즉 증명서는 자기가 연장을 해야 하는 이유에 따라 받아야 하는 항목들이 조금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논문 작성 때문에 연장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 담당 교수 (Supervisor)와 우리 학과 담당자 (Coordinator)를 찾아가서 하나씩 받았다. 증명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Heading stating the certificate's content
- 증명서에 내용을 담은 제목
2. Date for completion of certificate
- 증명서의 작성 날짜
3. Name of Student
- 학생 이름
4. Information about the studies
- 공부에 대한 정보들, 언제 시작했고 일반적인 다른 학생들이 해당 공부를 완료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5. Information about the degree project
- 해당 논문이 몇 학점에 해당하는지, 언제 시작했고 언제 완료가 될 것 같은지. 제시간에 완료되지 못한 이유
6. Information about study performance
- 현재 논문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퍼센트로)
7. Signed by the person who has issued it
- 작성한 사람의 서명
나 같은 경우는 학과 담당자분은 이런 내용을 잘 알고 계셔서 만나자마자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작성을 해주셨는데, 담당 교수님 같은 경우는 내용을 잘 모르고 계셨다. 저런 증명서 (사실상 레터)를 작성해줘야 한다는 것은 알고 계셨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를 모르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먼저 학과 담당자분에게 가서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에 대해 (위에 기술한 항목들) 물어봤고, 그에 따라 교수님께 찾아가서 작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나머지 프로세스는 2년 차 넘어갈 때 신청했던 거주허가 연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나는 연장 신청을 5월 30일에 했는데, 결과적으로 거주허가 결정이 난 건 8월 22일이었다. 사실 한 2달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거의 3달 가까이 걸렸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주변 친구들에 비해서 나는 빨리 받은 편이라는 것이다. 나는 딱히 내 은행 계좌나 학점에 있어서 문제가 없어서 아무런 메시지를 받지도 않았고 그저 깜깜무소식이다가 결정이 나고 나서야 메일과 우편으로 연락이 왔었다. 기다리는데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친구들의 케이스를 한번 얘기해보고자 한다.
1. 은행 잔고 관련
은행 잔고는 정말 많은 학생들이 겪는 문제이다. 아니 사실문제라기보다 이민국에서 한 번씩 태클 거는 사항 중 하나라고 말해야 정확할 것 같다. 대부분 신청할 때 안내사항에 나온 금액 이상을 본인 계좌에 이체를 해놓고 신청을 하기에 정말로 문제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연장을 신청하고 나서 계좌를 한번 더 확인하는 메시지를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신청을 미리 하거나 거주허가 연장 프로세스가 수개월이 걸리다 보니 그 수개월 뒤에도 합리적인 만큼의 금액이 남아 있느냐를 체크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담당자가 아니므로 추측일 뿐이다.) 혹은 금액이 정말 본인의 금액인지 확인하는 프로세스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학생들이 직업이 없으므로 어디선가에서 돈을 받아왔을 텐데, 그 경로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모든 건 내 예상이다.
그래서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첫째로 이런 메시지 하나로 딜레이 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거주 허가증 받는 데까지 거진 3달이 걸렸는데, 이런 메시지 한번 오면 답변 보내고 확인하고 다시 답변을 받는 데까지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답변 보내고 한 달이 지나도록 함흥차사인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로는 그 메시지를 받았을 때 정말 돈이 없을 경우인데, 사실 연장을 신청할 때 적지 않은 금액 (1년 연장이면 천만 원 이상) 이 필요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부모님 혹은 지인에게 증명 목적으로만 이체를 받고 나서 다시 돌려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다. 그 정도로 큰 금액을 계속 보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청할 때는 돈이 있었지만 막상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돈이 없을 경우가 있다. 그리고 뭐 사람이 항상 일정하게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여행을 갔다 오거나 비싼 물건을 구입하거나 해서 돈이 좀 부족할 수도 있다. 앞으로 파스타 면만 먹을 생각으로 지름신 좀 강림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쨌든, 이러면 상황이 좀 난감해져서 잔고 증명이 복잡해질 수가 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아예 여기 최소한 1년은 넘게 있겠다는 생각으로 아예 통장에 돈을 많이 넣어놓고 신청을 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은행 장고에 대해서 특별히 메시지를 받은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 쓸지 안 쓸지도 모르는 금액을 넣어둔다는 게 좀 걸리고, 환율 문제도 있기에 마냥 이렇게 하세요 라고 추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2. 학점 관련
학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원래 원칙적으로 스웨덴에서 거주를 지속하려면 1년에 이수해야 할 최소 학점이 정해져 있다. 처음 1년에는 15 credits, 다음 1년에는 22.5 credits, 그다음에는 30 credits을 이수해야 한다. 보통 한 학기에 이수하는 학점이 30 credits 이므로 1년에 총 60 credits을 이수하는 게 정상이니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논문이 길어지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가 생겨버린다. 설명하자면, 논문은 총 30 credits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중간에 부분 학점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문을 끝내야 한꺼번에 30 credits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는 얘기는 논문 바로 이전 학기에 듣는 30 credits 중에 22.5 credits을 이수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물론 성실하게 수업을 듣고 pass를 한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지만, 아니라면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다. 내 얘기는 아니지만, 재시험을 계속 볼 수 있는 상황이니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좀 있다. 난 성실해서 이런 일이 생기진 않았지만 하하
만약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 본인 학과를 담당하는 coordinator와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supervisor를 찾아가서 레터를 받도록 하자. 논문의 진행상황과 연장을 해야 하는 이유, 예상되는 졸업 시기를 작성해서 제출한다면 해결이 될 것이다.
스웨덴 유학 생활 도중 가장 신경 쓰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거주 연장이었다. 가장 스트레스받는 것은 일단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인데, 홈페이지에서는 1~2달이 걸린다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정말 빨리 받는 경우도 있고 3달 혹은 그 이상으로 걸리는 경우도 수두룩 하다. 기다린 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친구도 존재하는 걸 보면 정말 답이 안 나오는 것 같다. 이 기간이 그냥 기다리는 게 지루하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기간 동안은 스웨덴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거주허가 연장을 신청 한 이후 기다리는 시기 동안에 스웨덴에 거주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다른 나라까지 이 규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쉥겐 국가 안에서는 검사를 안 하기 때문에 걸리지만 않으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비 쉥겐 국가, 대표적으로 영국 같은 국가는 갔다 올 수가 없다. 최악의 경우 한국으로 강제 추방을 당할 수도 있다. 유학생활 도중 한국이 그리워서 가족 친구를 만나러 갔다 오고 싶어도 이 것 때문에 못가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게다가 더 짜증 나는 건 너무 복불복이라는 점인데, 똑같이 신청해도 어떤 사람은 아무 문제없이 빠르게 나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계속 태클을 받고 시간도 길어지고 하는 점이다. 더구나 자신의 케이스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도 너무 한정되어있어서 대체 내 케이스가 진행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알기가 너무 어렵다. 문의를 해도 매크로 같은 평범한 답변만 오기도 하고...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한 가지 조금 답답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이민청에 직접 찾아가서 본인 케이스 담당자의 연락처를 물어볼 수 있는데, 이렇게 직접 연락을 하면 그나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도 있고 조금 빨리 진행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요즘 나는 논문 발표를 끝내고 다시 새로운 거주허가 연장에 돌입할 시기가 왔다. 여태까지 너무 바빠서 글을 쓸 시간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 여유가 조금 생겨서 다시 블로그 활동을 해보려고 한다. 그럼 다음 글은 논문 발표를 끝낸 기념으로 논문 작성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