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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Feb 11. 2019

면접을 보다

스웨덴에서 본 면접

두 번째 취업 준비생이 되다

대학을 졸업하고,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다닌 게 벌써 5년 정도 흐른 거 같다. 당시엔 수많은 입사 지원서를 쓰는 게 고통스러웠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같은 입장인 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자소설에 대한 부당함, 사회에 대한 불만, 우리 세대의 힘듬을 토하면서 그렇게 달래고 버텼는데, 결국 잘 될 거라는 것을 안 지금은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나는 석사 학위증을 받고 나서, 박사과정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 이전에 스웨덴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몇 군데 이력서를 제출해보고 면접을 본 기회가 있어서 그 후기를 작성해볼까 한다. 한국에서 면접 준비를 할 때에는 면접 스터디도 다니고, 다른 사람의 후기를 읽고, 예상 답변을 준비해 가곤 했었다. 하지만 그때 준비했던 것은 한국 사회에 맞는 면접일뿐이고,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회사는 어떤 인재를 원할까, 어떤 답변을 원할까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한번 경험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었다.


1. 지원 하기

먼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취업 박람회 (career fair)에서 보는 게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사실, 박람회를 가지 않아도 몇몇 유명한 회사들은 홈페이지에 다 적혀있기 때문에 굳이 직접 찾아갈 필요는 없고 박람회에선 어떤 회사가 있고, 그 회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러 가는 게 더 컸던 것 같다. 취업에 관심 있다고 얘기해도 돌아오는 얘기는 솔직히 크게 도움은 되지 않고,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으니 찾아보라는 대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본인이 알아보는 게 제일 좋다.


에릭슨의 채용 페이지: https://www.ericsson.com/en/careers/job-opportunities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은 여기엔 딱히 공개채용이란 게 없다는 점이다. 아마 우리나라의 외국계 기업도 딱히 공개채용이 없이 수시채용으로 하는 곳이 많다고 알고 있다. 특정 시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항상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은 좋다고 생각되지만, 정해진 일정이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계획 짜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취업 준비를 할 때에는 상반기에 열심히 인적성 보러 다니고, 면접 보러 다니다가 떨어지고 나면 하반기를 위해서 공부하거나 스펙을 쌓거나 하는 준비기간을 다시 거치고 하반기에 또 면접을 보고 하는 식이었는데, 여기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또 다른 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자소서의 형식이 다르다. 대기업의 취업 준비를 할 때에는 아예 기업에서 정해진 포탈에서 항목마다 답변을 하는 식의 자소서가 많았다. 일반적으론 지원을 한 이유 (몇백 자 내외) 이런 식의 질문에서부터 자신의 장단점,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 성공한 경험, 힘들었던 경험 등등의 질문까지 작성하는데 꽤 힘들었던 항목들도 있었다. 그나마 나는 공대여서 조금 덜했고, 인문계열은 상상을 초월한 질문들과 답변 글자 수로 지원자들을 힘들게 한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에도 자소서가 없는 것은 아니다. Cover letter라는 형식으로 한 페이지 내외로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작성하게 된다.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Cover letter는 CV(resume)와 함께 필수로 요구한다. 형식은 보통 본인이 어떤 일(공부)를 해왔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왜 지원을 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내용을 편지 쓰는 것처럼 서술하면 된다. 물론, 구글링을 해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Cover letter 쓰는 법을 작성해놓았으니 그런 글들을 참고해보도록 하자. 한국 자소서와 비교해서 좋은 점 딱 하나는 길게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거 외엔 한국에서 쓸 때 스트레스받았던 것처럼 대체 내가 잘 쓴 건지 아닌 건지 알 방법이 없고, 정답이 없다는 것이 참 지원자를 괴롭게 한다.


Cover letter와 이력서 (CV)가 준비되었다면, 지원을 시작하면 된다. 회사의 요구에 따라 학위증, 성적표 혹은 다양한 서류들을 첨부하거나, 몇몇 회사는 추가적인 질문을 하기도 한다. 비자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직종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이것 저것 항목을 하다 보면 지원이 완료된다.


2. 서류 통과 이후

지원을 마무리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합격 혹은 불합격 통지가 오거나 그냥 함흥차사가 되거나 한다. 이게 진짜 짜증 나는 것 중 하나인데, 불합격을 했으면 불합격을 했다고 연락을 주면 좋은데, 아예 연락이 일체 없다가 반년, 혹은 1년 후에 갑자기 합격되었다고 면접 보겠냐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그때 돼서야 불합격 통지를 보낸다던지 아니면 그냥 연락이 없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내 경험상 그래도 이름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불합격 통지를 꽤 빨리 보내주는 것 같다.


서류가 통과가 되었다면 보통 면접을 보게 된다. 개인 메일로 면접 일정을 잡기 위한 연락이 오는데, 아무래도 한국처럼 공개채용이 아니다 보니 그냥 개인적으로 시간을 맞추게 된다. 혹시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에 있다면 (다른 나라에 있거나 먼 지역에 있거나) 스카이프로 면접을 진행한다. 스카이프 면접이 이 곳에선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약속을 잡게 되면 본격적인 면접을 보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에릭슨에서 면접 기회가 한번 주어졌는데, 학교 근처 Mjärdevi에 위치한 곳이라 직접 찾아가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Mjärdevi에 위치한 Ericsson


3. 면접 경험

처음 보는 면접이라 굉장히 긴장을 하고, 복장은 뭐를 입고 가야 하나 엄청 신경을 많이 쓰고 가게 되었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있었고 잘하면 바로 스웨덴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주변에 물어보니 너무 격식 차린 풀세트 정장은 어색해한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적당히 깔끔한 복장을 입고 전장에 나갔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면접 분위기는 정말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면접자, 면접관의 입장이라고 생각되지 않게 그냥 아는 선배 직장에 놀러 온 학생 같은 느낌이었다.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분이 직접 나와서 조그만 회의실로 이동하였고, 1대 1로 이것저것 얘기를 했다. 처음 시작은 그분이 회사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해주셨다. 여기 회사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고, 요즘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회사에 근무하는 인원은 몇 명이나 되는지, 내가 지원한 포지션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쭉 해주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나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이력서를 같이 보면서 이런저런 내용에 대해 질문 답변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커피 한잔 하면서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가끔 한국에 대한 얘기나 스웨덴에 혼자 사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지, 이런저런 기술 적인 부분도 질문 답변하는 시간이 이어졌고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4. 끝으로

사실 지원한 포지션이 내 전공하고 썩 잘 맞는 것은 아니어서 얘기하는 와중에도 이건 내 자리가 아니구나 라는 느낌을 팍팍 받았었다. 아무래도 내 전공은 프로그래밍을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베이스가 하드웨어이기 때문에 하드웨어에 가까운 지식과 언어를 배웠는데, 여기서 하는 것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이 더 강해서 씨 언어와 파이썬을 위주로 한다고 했다. 나도 나름 배우긴 했지만 여태까지 직접 코딩을 해본 적이 없어 내가 배운 분야와 많이 다르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여러 가지 모범답안들을 연습했고, 실제로 한국에서 면접 볼 때 유용하게 써먹으면서도 참 형식적이고 나를 보여주기보다는 면접을 위한 마스크를 쓰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근데 이번에 여기서 면접을 보면서, 아무리 그게 형식적이어도 도움이 많이 되는 연습이었다는 걸 좀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만들어 간다면 설사 100퍼센트 외워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중간에 당황하지 않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먼저 정리할 수 있고 똑바로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편하게 얘기하다 보니 조금 말실수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점은 좀 아쉽다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에 면접을 본다면 좀 더 나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더 붙었다.


다음에는 박사과정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지금 나는 논문 쓸 때 지도교수였던 분과 얘기가 잘 되어서 린셰핑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런 과정과 박사과정을 하면서 내가 느낀 점, 고민을 좀 공유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론 이번에 받은 석사 학위증을 올리면서 ㅎㅎ

다음에 봐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석사가 끝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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