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박사를 시작하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얼마나 하게 될까?
나는 가끔씩 과거에 했던 선택에 대해서 생각 혹은 후회를 하곤 한다. 그때,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갔으면 어땠을까? 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 말이다. 그래도, 과거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해보는 게 아닌 한 우리는 결코 그 다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이 아닌 한 그 당시에 미래를 알 수도 없고, 그로 인한 영향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는 순간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인 것 같다.
예전에,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직장에 사직서를 내면서 스웨덴 석사길에 오른 것도 참 큰 모험이었던 것 같다. 대기업 연봉을 받으면서 생활을 하다가 아무런 수입이 없이 오히려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지출만 생기는 시절로 회귀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 결정이 잘한 것이었을까? 라는건 지금 와서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스웨덴은 생각보다 그렇게 이상적인 나라는 아니었고, 내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져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내 모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이 여정은 박사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더 연장될 예정이다.
나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학위증을 받고, 이제 슬슬 일자리를 찾아볼까 하던 참에 석사 논문을 도와주신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박사과정 제의가 들어왔다. 나는 사실 박사과정에 대한 생각이 많지는 않았는데, 내가 이 길에서 공부를 더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박사과정은 사실 이민을 원하는 사람에게 정말 큰 메리트가 될 수 있어서 마음 한편에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다.
스웨덴에서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원을 가는 것과 느낌이 조금 다르다. 석사를 할 때도 연구실을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나 교수님 밑에서 일을 하기보다는 그냥 심화과정 수업을 듣는다는 느낌은 한국의 그것과 비교해서 많이 달랐다. 그리고, 박사 또한 한국의 박사와는 받아들이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박사, P.hD. Student는 그래도 교수님 밑에서 일을 하는 포지션이라는 점은 한국과 똑같은 것 같다. 난 당연히 한국에서 박사 생활을 안 해봤기에 정확히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곤 비슷하게 교수님과 미리 알고 지내던 석사생들이 석사 학위를 받고 나서 박사 공부를 한다고 알고 있다. 이 곳 스웨덴에서도 박사 자리를 찾고 있다면 그냥 대학원 지원하듯이 그냥 application만 딱 내어서 얻기는 쉽기 않고 직접 교수님과 컨택을 하여 원하는 연구분야를 미리 생각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외부에서 박사생을 고용하기보다는 내부의 석사과정을 진행하는 학생들 중에서 선발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스웨덴 박사과정은 총 5년으로 진행된다. 5년의 기간은 4년만큼의 공부+연구와 1년만큼의 강의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박사는 학교에 고용된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학교를 통해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월급은 학교마다 학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받는 금액은 대부분 비슷하여 월급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구글에 검색만 해도 쉽게 나오는 내용이다. 이런 점 덕분에 박사생은 석사생과 다르게 학생이면서 직장인이라는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직업이 된다.
이런 스웨덴 박사과정이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고 위에서 언급을 했는데, 그 이유는 5년이란 기간 동안 괜찮은 금액의 월급을 받으면서 다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슨, 5년 동안 스웨덴 정부에 세금은 낸다는 의미이자, 박사과정 이후에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아무래도 일반 기업에 비해서 업무 부담이 적기 때문에 본인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근무환경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복지 제도에 대해선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그러다 보니 스웨덴 국적을 지닌 학생들보다는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크게 매력적인 자리이고 그로 인해서 경쟁이 심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엔 조금 현실적인(?) 혹은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나는 1989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31살이다. 사실 유학을 하는 동안에는 나이에 대해 신경을 안 쓰고 살게 되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이고 한국에 친구들과 가족이 있는 사람으로서 나이를 신경 안쓸 수가 없다. 그래서 박사를 지금 시작하는 것은 나이에 대한 고민과 이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5년의 유학생활은 절대로 짧은 기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유학생활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유학을 해본 사람들은 공감을 하겠지만, 사실 한국에 사는 것보다 불편한 점이 많고,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딱히 의지할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2년 반이라는 석사 생활 동안 크게 문제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앞으로 5년 동안 계속 평탄하게 살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입적인 면도 사실 고민이다. 나는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둔 입장이어서 더욱더 비교가 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박사생이 월급을 받고 다닌다고 하지만, 직장 다니는 것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이런 점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할 문제이다. 박사 졸업 이후에는 보통 포닥(Postdoc)이라는 연구직으로 일하다가 이후에 기업에서 연구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고, 학교에서 교수, 혹은 강사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박사를 취업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그 일을 정말 사랑하지 않는 한 크게 메리트는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취업 이후에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나쁘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금전적인 면이나 경력적인 면을 따진다면 그냥 박사과정을 안 하고 취업을 하는 게 백번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러면 나도 석사를 하지 말았어야...)
부정적인 얘기만 했지만, 당연히 장점은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스웨덴이라는 국가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큰 장점일 것이고, 박사 생활을 하면서 근무환경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박사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환경이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월급 쟁이면서도 출퇴근이 자유롭고, 전국 학회를 돌아다니기에 해외여행도 겸사겸사 하고, 수평적 구조이기 때문에 교수와의 트러블도 거의 없다고 한다. 워라밸이 중요한 요즘에 거의 완벽한 수준의 워라밸을 추구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4월 8일 자로 스웨덴 린셰핑으로 다시 복귀할 예정이다. 앞으로 5년을 살게 될 곳으로 간다. 석사를 시작할 때도 비슷한 고민과 생각이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참 미래를 알 수 없는 모험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기대와 불안감이 같이 오고 있다.
아직 시작을 하지 않았기에 크게 할 말이 없어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과 마음가짐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털어놓았다. 다음에는 스웨덴을 출발하면서 한 준비과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거주 허가증에 대한 얘기를 한번 더 하게 될 것 같고 (대체 거주 허가증 얘기만 몇 번째인지...), 계약서 관련, 숙소 관련, 항공권 예매까지 출발하기 전에 한 준비과정을 얘기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