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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Apr 19. 2019

Road to 박사

스웨덴 박사 준비과정

나는 사실 노는 게 제일 좋아

박사를 한다는 얘기를 했을 때, 정말 많은 사람이 물어봤었다. 박사를 왜 하냐고. 석사를 한 것도 큰 모험이었고, 짧지 않은 기간이었는데 거기다 공부를 더 한다니 이해가 안될만하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공부하는 게 좋았냐고 물어봤다. 뜻이 있어서 하는 거냐고. 근데 사실 난 그냥 노는 게 제일 좋다. 딱히 공부가 좋지도, 박사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걍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다.


이제 스웨덴에 다시 복귀한 지도 일주일 좀 넘게 지나서 본격적으로 박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직원증과 새로운 메일 주소, 열쇠 등을 받고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할 건지 설명을 들은 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예전에 막연히 생각할 때는 남들이 하고 있는 박사 생활이 마냥 좋아 보였고, 월급을 받는다면 많은 고민거리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 사람은 본인이 경험해봐야 안다고 세상 일 쉬운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저번에 이어서 박사 생활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박사를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준비과정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크게 보면 내가 준비한 건 거주 허가증과 집이라 그것에 대해 주로 얘기하려고 한다.


1. 박사 포지션 지원과 합격까지

비록 내가 이전 포스팅에서 교수님과 내부적으로 얘기가 되어서 자리를 얻게 되었다고 했지만, 그것은 비공식적인 얘기고, 당연하겠지만 공식 지원절차는 따로 있다. 그냥 하고 싶어요 한다고 그럼 너 내일부터 나와서 일해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이다.


일단 스웨덴 법(?) 혹은 규정(?)상 박사 포지션은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3주간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지원자를 받아야 하고, 그중에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진 지원자를 뽑아야 한다. 그래서 교수님도 나와 얘기를 할 때에 만약에 어떤 지원자가 모든 과목에서 A+를 받고 엄청난 경력을 가지고 온다면 내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하였다. 물론, 그런 일은 보통 발생하지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박사 자리에 대한 공고는 https://liu.se/jobba-pa-liu/lediga-jobb 사이트에 올라오게 된다.



이 곳에는 박사 포지션뿐만 아니라 포닥이나 인턴쉽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자리가 올라온다. 그리고 참고로 스웨덴어로 된 페이지와 영어로 된 페이지 두 개가 있는데, 모든 자리가 영문으로 번역돼서 올라오는 게 아니라서 스웨덴어로만 구하는 자리가 있고, 영어로도 구하는 자리가 따로 있다.


재밌는 건 내가 지원할 당시에는 당연히 영어로 올라올 줄 알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올라오질 않길래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스웨덴어로만 올려놓아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한건 아니고 아마 교수님이 영어로 번역하기 귀찮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내정된 사람이 있기도 하고...)


지원양식은 딱히 정해진 포맷이 있는 것은 아니고 부서마다 포지션마다 조금씩 양식이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인 인적사항 (이름, 나이, 연락처 등)을 제외하고, 지원 이유를 A4 한 장 내외로 작성하라는 것이 있었다. 이게 조금 까다로웠는데,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 지원 이유를 쓰려고 하니 너무 대충 써도 이상할 것 같고 너무 형식적으로 써도 이상할 거 같고 애매했다. 그래도 나름 정성 들여 써야 한다는 생각에 A4 용지에 빽빽 채워서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서 제출했다. 그 외에는 학력이나 경력, 출판 사례 등의 정보를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석사 수준에서 특별한 경험이 있을 리 만무하니 적을게 많이 있진 않았고, 평범하게 제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원 시기가 끝나고 합격이 된다면, Welcome to Linköping university라는 제목의 메일로 합격 통지가 온다. 그러고 나서 업무를 시작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2. 거주 허가증

합격을 한 이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거주 허가증이다. 교환학생을 갈 때에도, 석사로 갈 때에도, 추가로 연장할 때에도 우리를 항상 괴롭게 했던 그 거주 허가증을 이번에도 당연히 발급받아야 스웨덴에서 합법적으로 지낼 수 있다.


박사 과정을 위한 거주 허가증을 신청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는 많지 않다. 먼저 박사생은 월급을 받기 때문에 여태까지 항상 필요했던 잔고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이게 신청 과정을 얼마나 편하게 해 주는지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대신에, 학교에서 Employment에 대한 서류를 작성해줘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달 수입이 적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 사람이 여기서 충분히 지낼 돈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외에는 당연히 필요한 여권 사본과 합격증이다. 합격증도 특별한 것은 없고 학교에서 이 사람이 합격되었다고 사인과 함께 서류를 만들어주는 것을 기다리면 된다. 결국 내가 준비할 것은 여권 사본뿐이고 나머진 그저 기다림이 필요할 뿐이다.


다만, 처음 박사과정을 위한 거주 허가증을 신청할 때 주의할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스웨덴 밖에서, 정확히는 Country of origin, 즉 한국에서 신청을 하고, 거주허가가 나온 다음에 입국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박사생들을 위한 거주 허가증 첫 신청 서류의 일부


사실 홈페이지의 설명은 조금 부실하여 직접 찾아가서 문의를 해봤는데, 결국 돌아온 답변은 나는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거주허가가 나오기 전에 스웨덴 입국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스웨덴 밖에서 신청만 하면 된다고 하여 덴마크나 근처 가까운 나라에 나가서 신청하고 돌아온 케이스도 있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답변으로는 Country of origin, 혹은 Legally reside 한 나라에서 신청해야 한다고 한다. 만약 나와 비슷한 상황인 사람이 있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그래서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거주허가는 다행히 신청한 지 2주 만에 나와서 크게 늦지 않게 스웨덴에 복귀할 수 있었다.


3. 집 구하기

석사를 시작할 때에는 EU 밖에서 오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숙소를 잡아주었는데, 박사생은 그런 혜택 따위 없었다. 월급은 받는 직원 취급이어서 그럴까 숙소는 직접 구해야만 했고, 학교에서는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다만, 그 방법들은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방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스웨덴에서는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Queue Point라는 제도인데, 거의 대부분의 방을 렌트해주는 업체들이 각자 저마다의 Queue point를 가지고 있다. 혹시 이 포인트 제도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홈페이지에 가입을 하면 그 날부터 Point가 하루에 1점씩 쌓이고 빈방이 생겼을 때 내가 들어가고 싶어서 신청을 하면 신청한 여러 사람들 중에 point가 제일 높은 사람에게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Studentbostäder라는 홈페이지를 주로 이용했고, 그곳에 Point는 꽤나 쌓아 두었었는데, 그 홈페이지에서 뜨는 대부분의 방은 학생들을 위한 방들이고, 규정상 박사생은 학생으로 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뭔 개떡 같은 소린가 싶지만, 학생으로 취급받는 것은 석사, 즉 Master student까지이고 박사생은 학생으로 취급받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저 홈페이지가 아닌 다른 홈페이지를 찾아가야 했고, 처음 가입을 했으니 1포인트로 시작을 했고, 그럼 경쟁에서 한참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참고로 이 곳 린셰핑에서 방 하나 구할 때 필요한 포인트는 보통 2천 포인트쯤 된다. 하루에 1포인트니까 한 5년 이상 있어야 된다는 소리이다. 휴... 그래서 이 제도는 한편으론 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나 같은 사람은 방을 어떻게 구하나 싶다.


결국 Queue point를 사용하지 않는 곳에서 구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Facebook이나 Blocket 사이트에서 개인이 방을 내놓는 것을 찾아봐야 한다. 내가 지금 사는 곳도 Facebook에서 찾았다.


다음은 내가 매일같이 들어가는 사이트 들인데, 혹시나 0.1%라도 린셰핑에서 추후에 일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면 전부다 가입을 해놓는 것을 추천한다. 가입해서 손해를 보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참고로, Queue point가 안 보이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도 보이지만 않을 뿐 내부에 point가 다 있다.)


-Studentbostäder

주로 학생들을 위한 방뿐이지만, 가뭄에 콩 날 정도로 학생 아닌 사람들을 위한 방도 나온다.

https://www.studentbostader.se/

-Stångåstaden

Studentbostäder의 모회사로 가장 많은 방이 뜨는 곳이다. 그만큼 많은 Queue point가 필요로 한다.

https://www.stangastaden.se/

-Heimstaden

이 곳은 언뜻 보기에 Queue point가 없는 것 같으나, 내부에 포인트가 존재하고 그걸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https://heimstaden.com/

-Willhem

많은 지역에 방을 가지고 있지만, skäggetorp 지역은 조심해야 한다. 치안이 안 좋다고 소문이 난 곳이라 항상 방이 있지만, 잘 나가지 않는 듯싶다.

https://www.willhem.se/

-Homeq

최근에 알게 된 곳인데, 생각보다 One room apartment가 많이 뜬다. 특히, City center 주변에 방이 많이 뜨는 것 같다.

https://www.homeq.se/


이 외에도 Victoria park (3 room, 4 room 등 큰 방이 많이 나온다), ByggVesta (가끔 학생들을 위한 방이 나온다), ff-fastighetsservice 등의 사이트들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추가로, One room apartment 혹은 Two room apartment가 가장 구하기 어려운 듯하고, Three room이나 Four room의 경우 생각보다 경쟁이 심하지 않다. 그래서 차라리 큰 방을 렌트해서 룸메이트를 구하는 학생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고 각자 방 하나씩 쓰는 형태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은 모으면 나도 고려해보고 싶지만, 린셰핑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연애라도 했으면 모를 텐데 휴...)


그렇게 어떻게든 집까지 구하고 나면 일단 준비는 끝이다.


4. 끝으로

물론, 이 외에도 항공권 예매, 짐 싸기 등등의 준비과정이 더 있지만, 그것은 해외로 유학 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위에 언급한 준비과정 때문에 한국에서 심적으로 조금 고생을 하였고, 이 포스팅으로나마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가기 전에 준비한 내용들을 다뤘으니 다음 포스팅은 도착한 후에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해야 할 일이라기 보단 내가 한 일이라고 표현해야 더 적절하진 모르겠으나, 아무튼 얘기해보려고 한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용~


학교 홈페이지에서 이제 내 이름 검색이 된다. 사진은 5월에 찍어서 올린다고 한다. 뭔가 뿌듯(?)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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