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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Nov 13. 2018

뜻밖의 호의에 대처하는 법

발리여행기 Holi-Bali day 2

운동은 죄다 못하고 싫어하는 주제에, 놀랍게도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이 있다. (돈을 내고 훈련을 버텨내기만 하면 누구나 딸 수 있는 것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바닷속은 좀 무섭다. "다이빙 이즈 모어 펀!" 아저씨의 열띤 영업에도 나와 친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쏘리, 저스트 스노클링. 다이빙이 재미있다는 것은 잘 안다. 그만큼 비싸기도 하지. 무엇보다, 1년 만에 다시 하려니 당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벗을 때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 다이빙 수트와... BCD를 비롯한 그 무거운 장비들...


안타깝게도, 스노클링은 시시했다. 먹이용으로 준비한 식빵을 이리저리 흔들면 고기들이 몰려오기는 하지만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된다고 배우긴 했는데, 동남아에서는 그냥 다 주더라...) 별로 깨끗하지도 않은 물에서, 그것도 수면 위에 둥둥 떠서 바닷속을 보는 건 더 이상 나에게 새로운 경험도, 신나는 경험도 아니었다.


그때 또 다른 배에서 우리를 불렀다. 헤이, 디스 웨이! 이쪽에 물고기가 더 많다는 뜻인가 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어쩌다 보니 그 배 위에 올라가 잠깐 쉬게 되었다. 그곳 역시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하는 업체였는데 손님이 다 체험을 떠나자 심심해서 우리를 부른 것 같았다. 그중 한 명은 다이빙용 공기통을 매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호흡기를 건네며 물었다. 유 워너 트라이? (내가 착용한 스노클링 마스크의 입 부분을 가리키며) 잇츠 세임! 일단은 거절했는데, 자꾸만 해보라며 부추긴다. 거기서 그가 결정적인 말을 했다. 잇츠 프리 포 유. 정말이지, 언제 들어도 달콤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원래는 1인 90불이란 말이야. 나는 결국 넘어갔다.

호흡기를 입에 물자 익숙한 감각이 떠올라서 이유 모를 자신감이 붙었다. 사다리를 기준으로 한 칸씩 천천히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래봤자 수심 5m 정도였지만... 그래도 무거운 공기통을 직접 매고 있지 않으니 딱 몸이 가벼워진만큼 마음도 가벼워졌다. 아마 베테랑 다이버일 그가 길을 잘 이끌어줘서, 숨만 열심히 쉬면 바로 눈앞에서 물고기 떼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수면에서 내려보던 것과는 역시 차원이 달랐다. 비록 영업이긴 했지만 다이빙이 훨씬 재미있다던 아저씨 말이 맞았고, 공짜니까 그냥 한 번 해보라던 이 남자 말도 맞았다. 계속 거절만 해서는 몰랐을 것이다. 나는 이 멋진 광경을 또 놓칠 뻔했다. 내가 삶에서 놓쳐버린 다른 수많은 것들처럼.

인생이 뜻밖의 호의를 던질 때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정말 별것 아닌 듯이. 때로는 그 호의를 놓치지 않고 받아들이기만 해도 고마운 행운이 찾아온다. 특히 그 법칙은 여행지에서 더욱 잘 들어맞는 것 같다. 남의 호흡기를 입에 문 채로 바닷속에서 수십마리의 물고기가 헤엄치는 장관을 볼 줄 어떻게 알았겠어. 짧은 다이빙(?)을 끝내고 수면 위로 올라온 나는 연신 땡큐를 외쳤다. 나에게 이런 행운을 먼저 제안해줘서, 내가 거절했을 때 다시 한 번 부추겨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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