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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Jan 16. 2019

생애 첫 문신, 눈썹 문신


분명 하찮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소리를 뻥뻥 쳤는데, 연초부터 꽤나  일을 했다.  인생의  문신, 바로 눈썹 문신이다. 사실 이건  개월 전만 해도 생각지도 않았던 선택지였다. 그냥 그리면 되는데 무슨 문신까지? 어차피 굴러 떨어질 바위를 매일 정상으로 올려놓는 시시포스처럼, 어차피 지울 화장을 매일 아침마다 해내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믿었다... 이따위 정성스러운 개소리를  만큼 크게 거슬리는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바꾼 것은 뜬금없지만 작년에 시도했던 서핑이었다. 재미는 둘째 치고, 내 머리를 강타한 가장 큰 깨달음은 이거였다. 아, 계속 물놀이를 하고 싶다면 눈썹이 있어야겠다! 파도에 쓸린 뒤 혼이 나간 얼굴과 쑥대밭이 된 머리 스타일보다도, 홀연히 사라져버린 눈썹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여름과 바다를 사랑하고, 언젠가는 1년 내내 따뜻한 나라의 바닷가에서 살아 보는 것이 꿈인 사람이다. 그러니 못생긴 눈썹은 용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이왕 하기로 마음먹은 거 '신년빨'이 사라지기 전에 해치우자는 생각으로, 처음 눈에 띄었던 숍으로 바로 예약을 진행했다. 물론 걱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너무 아프면 어떡하지? 출근도 해야 하는데 혹시 너무 짱구가 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첫날부터 몹시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운 나머지 바로 술을 마시러 나갔다. (사실 그러면 안 됩니다.) 그런데 며칠 뒤 문득 얼굴을 보니, 문신을 한 부분이 힘 없는 사람이 그린 연필선보다 희미했다. 아니 이 정도면 신기루가 아닌가… 이렇게 금방 희미해지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숍 언니의 말을 떠올리며 진정했다. 원래 처음은 연하게 하고, 리터치를 하면 더 진해져요. 곧 다시 한 번 시술을 받으러 갈 예정이다.


그래서 일단 지금까지의 평가는 이렇다. 아침 화장 시간이 약간 줄었고(하지만 결국 펜슬로 덧그려야만 한다), 민낯일 때 반쪽짜리 눈썹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소했다(하지만 눈썹 외 다른 것은?). 조금 달라졌고, 생각보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굳이 둘 중에 어떤 편이냐고 묻는다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을 선택해 본다.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았다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까. 하긴 애초에 고작 눈썹 문신 따위에 무슨 마법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이 '조금'에 '아주' 만족하기로 한다.


추신. 그래도 너무 빨리 사라지지는 말아줘. 나는 곧 1년 내내 따뜻한 나라의 바닷가로 갈 예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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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도전 일기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인간의 하찮은 도전 일기. 목표는 오로지 꾸준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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